얼마전 아들이 다니는 유치원에서‘아빠와 함께 식사하기’라는 행사를 한다고 해서 따라 나섰다. 직장 때문에 바빠서 함께 식사할 시간이 없는 아빠와 서로 마주앉아 오순도순 밥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자는 프로그램이어서 아내와 함께 큰 기대를 하고 간 것이었다. 식사를 마칠 즈음 유치원 선생님은 아빠들에게 미리 준비해온 팸플릿을 나눠주더니 그곳 여백에 자신의 아이들 장점 스무 가지를 쓰라고 했다. 평소 바쁘다는 핑계로 아이와 함께 많이 놀아주지 못한 게 마음에 걸렸던 나는 이날만은 아이에게 후한 점수를 주고 싶었다. 따라서 장점 스무 개 쓰
햇살이 중천에 떠있는하루의 활기찬 무렵에 대청소를 마무리하며장독대를 닦는다 어머니애환이 서린모성애에 가슴시리누나. / 문승호 (청주시 상당구)
딩동, 딩동... 초인종을 울린지 한 참만에 들려온 목소리에는 적잖은 경계심도 섞여 있었다. 하긴, 가족들 이 단란하게 모여 앉아 조용히 쉬는 데 초인종을 울려댔으니. “통장이 뭐예요?” “아, 네. 저희 충청북도와 청주시, 서원구의 행정시책을 홍보하고요, 주민여러분들의 여론이나 요망사항 을 보고해서 생활에 불편함이 없게 해드리는 사람이에요. 같은 마을에 사는 주민이기도 하고요.” “그런게 아직도 있어요? 동장만 있 는줄 알았는데.” 몇해전 아내가 통장 을 좀 했는데 아내 일을 도와주려고 함께 따라다닌 적 있었다. 통장이라 고 하면
아내가 시내 주택가에서 조그만 떡 집 가게를 합니다. 지난번 추석을 앞 둔 어느 날 아내와 함께 주문 들어온 송편의 양을 맞추기 위해 열심히 일 을 도와주고 있었는데 할머니 한 분 이 찾아와 나프탈렌, 파리채 같은 거 를 내밀며 하나 들여놓으라고 권하십 니다. 하지만 아내는 그런거 살 정신이 없 었는지 “아닙니다. 지금 바빠서...담에 오셔요” 라며 쳐다볼 겨를도 없이 손 사래를 치며 그냥 돌려보내더군요. 그런데 할머니가 발길을 돌리신지 5분쯤 지났을까요? 갑자기 아내가 날 더러 가게를 보라며 후다닥 뛰쳐 나가 더군요. ‘저 아줌마
직장 일이 많아 거의 매일 야근 하고 주말에도 집안일과 아이들 돌보느라 나는 평일 낮에 장 볼 시간을 내기 쉽지 않다. 다행히 회사 가까운 거리에 밤 늦게까지 여는 동네시장이 있어 그 곳을 자주 이용하고 있다. 위치도 집에 가는 길이어서 퇴 근 후 그날그날 먹고 싶은 찬거 리나 식재료를 사곤 한다. 늦은 시간에 시장에 들르기 때문에 떨 이 물건을 싼 값에 구매하는 경 우도 많이 있다. 시장에서 장만 보는 것이 아니 다. 집에 가서 해 먹기 마땅하지 않은 날은 시장 국밥집에 들러 저녁을 먹는다. 특히 요즘처럼 겨울에 먹는 국밥은 언
증평이 낳은 씨름왕 김진 회색 구름이 몰려와 금세라도 빗방울이 떨어질 듯한 날씨다. 바쁜 일손을 잠시 멈추고 자전거 페달을 힘껏 밟았다. 증평장뜰시장에 당도하니 '2023년 천하장사 대축제에서 천하장사에 오른 증평군청 인삼씨름단 김진 선수를 위한 축하퍼레이드가 펼쳐진다. 증평군청까지 흥을 돋우는 고적대 및 두레농악단과 증평인삼씨름단, 씨름 꿈나무들과 주민이 함께 걷는 행렬이 행사의 시작을 알렸다.지난 2일 열린 행사는 천하장사에 오르며 증평군의 위상을 드높인 김진 선수를 증평군민과 함께 축하하기 위해 마련되었다. 이날 행사에는 증평
가을과 겨울 중국의 구양수(歐陽修)가 지은 ‘추성부(秋聲賦)’를 읽고 그림으로 표현한 것은 생각이 닿을수록 놀랍고도 아름다운 일이다. 조선 후기의 화가 단원 김홍도가 그림으로 그려 낸 ‘추성부도’가 그것이다.구양수가 책을 읽다 소리가 나자 동자에게 무슨 소리인지 나가서 살피라 했고, 이에 밖으로 나간 동자는 ‘별과 달이 환히 빛날 뿐 사방에 인적은 없고 소리는 나무 사이에서 납니다. 사무인성(四無人聲) 성재수간(聲在樹間)’이라고 답했다는 바로 그 장면을 그려낸 것이다. 동자는 손을 들어 바람 소리 나는 쪽을 가리키고 있으며, 집에서
깊어가는 가을, 깊어가는 고민우리나라의 문맹률은 1% 미만으로 제로에 가깝다. 그만큼 교육에 대한 열정이 많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배우고 익히기 쉬운 한글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도로 발달 된 산업화 시대에 새로운 문맹이 생겨나고 있다. 바로 디지털 문맹이다. 문맹으로 산다는 것은 불편한 일이다. 나는 요즘 세상에 나가는 것이 두렵다. 나는 기계 앞에서 청맹과니다. 먼 길을 가야 하는 일이 생겼다. 나는 공간지각력이 남들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아. 그래서 청주를 벗어날 때는 주로 남편과 함께하는 데, 이번에는 남편이 중요한 다른 일
어름사니는 끝내 이승을 하직했다. 시월도 마지막 날, 바싹 마른 채 죽어 있는 어름사니를 보았다. 머리카락이 빠진 것처럼 엉성한 집에서, 주인도 없는 사체가 간단없이 떨린다. 높새가 거미줄 치는 초겨울, 복색도 현란한 무당거미의 죽음이 아찔하다. 제 집에서 죽었는데도 첫서리에 시드는 나뭇잎처럼 꺾였다. 어찌된 사연일까. 눈 질끈 감은 뒤에도 허공에 결박된 채 외줄을 타곤 하더니, 썰렁한 죽음 뒤로 어름사니의 하루가 엇갈린다.그는 광대다. 특별히 줄을 타는 어름사니다. 혼자서는 움직이질 못하니 바람이 그네를 태운다. 퀭하니 들어간 눈
지난 봄 고향이 청주시 강내면 시골인 우리 사무실의 한 직원이 고향마을 농촌일손돕기에 참여를 부탁해 흔쾌히 주말에 직원들을 데리고 가서 봉사활동을 했다. 우리가 도와드린 일은 하우스 안에서 일찍 자란 감자를 캐는 일이였는데 우리가 온다는 소식에 감자캐기를 쉽게 해주려고 새벽부터 흙에 물을 뿌려둔 농민의 따뜻한 마음에 어렵지 않게 작업을 마칠 수 있었다. 막걸리와 젓가락 장단이 흥겨운 새참시간도 가진후 일손돕기 활동이 농가에 조금은 도움이 되는지 여쭈었을 때 돌아온 농민의 대답은 매우 현실적이었다. 그분은 “멀리 도시분들이 와서 관심
몇 년만에 이사를 하게 돼 이삿짐을 풀어놓고 베란다를 정리하다 보니 잡동사니 천국이었다. 그 중 눈에 띄는 화분 하나가 보였다. 다 죽은 줄만 알고 화분만 챙겨 꽃집에 주려던 계획이었는데, 기특하게도 생명력 강한 산세베리아 하나가 비실비실 목숨을 부지하고 있었다. 산세베리아를 들고 화장실에서 줄기와 잎을 깨끗이 닦아준 뒤 화분에는 넉넉하게 물까지 주었다. 먼지를 잔뜩 뒤집어쓴 초췌한 모습이 조금은 사라졌다. 과연 살아날 수 있을까 자신은 없었지만... 그래도 고맙고 미안했는지 아내는 산세베리아 잎에 뽀뽀까지 해주었다. 그런 뒤 햇살
아버지의 산아무리 좋은 산이라도 정상에서 내려오면 서서히 잊어버리는데 두타산은 나의 뇌리와 가슴에 지금껏 자리하고 있다. 산을 찾을 때는 과연 정상의 형세는 어떠할지 사람들은 무작정 옆도 안보고 오르고 또 오른다. 대부분의 정상은 조금은 오만하고 위험한 형세로 위용을 과시하는데 두타산은 달랐다. 꽤 넓은 바위가 제단처럼 자리 잡고 그것도 계단식으로 3단까지 있어 편안하다. 작은 정이품송처럼 아담한 소나무도 한그루 서 있어 정상의 단아함을 잃지 않고 있다.낮지도 그리 높지도 않은 598 미터라는 네모난 표지석이 우리 내외의 입장을 허
20‧30 증평인삼골축제문화는 삶의 질을 높이는 현대인의 원동력이다. 축제의 계절에 증평문화축제를 떠올려 본다. 증평군은 충북 인삼을 석권(席卷)하여 생산할 만큼, 충북 인삼 집산지로서의 명성을 이어오고 있다. 이처럼 오래전부터 오늘에까지 증평에 이어져 온 인삼경작과 유통은, 지금에 이르러 증평군 경제에 없어서는 안 될 특산품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증평군민들은 증평이 인삼의 고장이라는 자부심이 강하다. 청명한 가을 날씨가 더없이 아름답다. 이렇듯 아름다운 계절에 지난 10. 12 ~ 15일에 걸쳐 보강천 체육공원 일원에서 펼쳐진
이기적으로 살기로 했다. 한 달간은 오직 나만을 생각하며 나만 보살피며 지내기로 했다. 그동안 가족들 뒷바라지에, 직장 일에 얼마나 많은 날을 쉬지 않고 달려왔던가. 나를 위한 시간은 늘 뒤로 뒤로 미뤄놓다 보니, 내가 누구인지 왜 사는지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바다가 보이는 작은 집에서 나 혼자 먹고 나 혼자 자고 나 혼자 나를 만나고 나 혼자 산책하고 나 혼자 책을 보기로 했다.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며 나를 뒤적여 볼 생각이다. 혼자라는 것은 얼마나 호젓할까. 나를 아는 이 아무도 없는 곳에서 나를 찾아가는 일, 생각만 해도 두
도라지는 통꽃 도라지꽃 수채화가 예쁘다. 이제 막 그려낸 듯이.재 너머 사래 긴 밭에 도라지가 피었다. 살구나무골 지나 푸실 언덕에 올라서면 다랑논이 보이고 벼가 익기 시작하는데 노을 지는 해거름에 보니 청남색 초롱을 내걸었다. 통꽃이라는 예명대로 활짝 벙근 꽃송이가 어쩜 그리 산뜻하고 보랏빛인지 몰라, 한 번도 깨지 않은 통잠 덕분에 기분도 상쾌하고 더위도 잠깐 잊었던 것처럼.평소 쪽잠과 괭이잠에 익숙했는데 모처럼 단잠을 잤다. 통꽃을 보는 기분도 남다르다. 잠에 대한 핸디캡 때문인지 허구한 날 잠이 고프고 꽃도 하나로 피는 통짜
관세음 해조음동해 바닷가 낙산사에는 여러 번 간 적 있는데 누군가 해수관음상을 보았느냐고 물어온다. 직장에 다닐 때나 가족하고도 간 적 있는데 원통보전이나 의상대에서 동해 바다를 바라보고 온 것이지 그 아름답고 신묘하다는 해수관음상은 가까이서 참배한 적은 없었다. 이번 여름에 손녀딸 방학을 맞아 양양 낙산사로 향한 것은 푸른 바다와 함께 그 해수관음상을 직접 보기 위함이었다. 그 보살님은 높이 16미터로 그야말로 거대한 부처님으로 화강암 산지로 손꼽는 전라북도 익산에서 석재 700여 톤을 운반하여 1977년 11월에 점안하였다고
스무 살 증평산수가 수려한 증평은 정주 여건이 빼어나다. 자전거 타기에도 좋은 환경이다. 생활권이 증평으로 학창 시절에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자전거로 통학하며 장뜰 사랑을 키웠다.애정이 가득한 증평군이 개청 20주년을 맞았다. 대한민국 헌정 사상 처음으로 주민의 힘으로 '증평군'이라는 가슴 벅찬 이름을 얻은 지 꼭 20년이 되는 해이다. 또 지역 발전의 계기가 되었던 충북선 철도가 개통되고, 증평역이 설치된 지 100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2003년 8월 30일 출범 당시 소멸 1순위라는 우려를 불식하고 급성장하여 도시국가 싱가
설레는 마음을 안고 증평문화원 가족과 함께 나담 축제(Naadam Festival)의 산실인 몽골로 향했다. 나담 축제는 몽골 혁명 기념일인 7월 11일부터 13일까지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매년 개최되는 몽골의 대표적인 민족 축제이자 스포츠 축제다. 나담은 '남자들의 세 가지 경기'라는 뜻으로 몽골 씨름, 말타기, 활쏘기 등 3가지 경기가 축제의 중심이다. 나담 축제는 2010년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되기도 했다.나담이라고 하면 몽골인들에게 '호쏘르(튀김만두)'는 축제보다 먼저 떠올리기도 한다. 3일 동안 꼭 먹어야 하는 전통 음식
모란을 기다리며 봄을 맞이하고 보냈다. 활짝 핀 모란꽃이 모두 지고 허전할 때 내 마음을 위로해주는 또 하나는 연꽃이다. 그리 맑지 않은 연못 속에서도 그토록 고아한 꽃을 피워내는 연은 가까이할수록 신비한 존재가 아닐 수 없다. 어디로 연꽃을 보러갈까 궁리 중에 ‘700년 아라홍련 세종에 피다’라는 이색 홍보를 인터넷에서 발견하게 되었다. 차를 달려 국립세종수목원에 이르니 하얀 무궁화꽃 보라색 도라지꽃이 활짝 피어있고 매미가 노래하여 어느덧 성하의 7월이 왔음을 실감하게 한다.세종시 중앙녹지공간에 마련된 도심형 수목원인 국립세종수목
고향 집 뒤란에 감나무 한 그루가 있다. 맞은편에는 디딜방아가 엎드렸고, Y자 통나무로 공이를 박았다. 발판을 딛고 서면 공이가 들리고 발을 떼면 아래로 박히면서 곡식을 빻고 쓿는다. 땅내를 맡은 고춧대가 갈라지면 천연 디딜방아 모습이라 방아다리고 움같이 연한 싹은 방아다리 고춧잎이다.순은 보통 6월 중순에 딴다. 그냥 두면 크질 못한다고 연거푸 따내시던 어머니. 진초록 순을 데치고 방아다리 작은 고추까지 훑어서 양념에 참기름에 바락바락 무치셨다. 갓 볶은 깨소금과 실고추가 들어간 고춧잎나물은 보기만 해도 먹음직스러웠다. 고춧모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