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형색색의 생기가 햇빛 속으로 일제히 터져 나오는 꽃잎의 산화, 잎마다 스미는 연둣빛 물방울이 임계치를 넘긴 신록의 폭발, 봄이 완성되는 그 지점에 옥천은 있었다. 서화천, 금산천, 금구천 그리고 이름 없는 작은 시냇물들은 아주 오래 전부터 옛 이야기 들려줄 오늘 같은 봄날을 품고 흘렀다. / 글·사진 장태동 서화천, 금산천을 만나다옥천군 군서면 상지리 서화천을 건너는 도계교에 서있었다. 충남 금산군 추부에서 흘러온 추풍천이 충북으로 유입되는 이곳에서 서화천으로 이름이 바뀐다. 충북 옥천의 서화천은 이곳에서 시작되는 셈이다. 도계교
오래 전 어느 날 흙먼지 날리는 옥천 강가 흙길을 걸었다. 산 뒤로 떨어지는 해가 강에 햇빛 기둥을 만들었다. 한 남자가 그 물에 발을 담그고 낚싯줄을 던졌다. 누렁소가 강둑 위에서 풀을 뜯고 있을 때였다. 합금리 어디쯤이었고 금강이었다. 20세기 말이었다. 그날 이후 옥천을 자주 찾았다. 이번에는 청산면, 청성면, 동이면, 이원면 일대 물줄기를 찾아 다녔다. 옛날에 보았던 그 풍경을 보고 싶었다. / 글·사진 장태동 보청천과 금강이 만나는 풍경 유장하게 굽이치는 금강 줄기가 조령리 산하를 안았다. 서쪽에서 흘러온 금강은 조령리를
섬길 일일랑 다 하여라. 부모를 섬김에 후회 없이 하고, 앞날을 이끌어갈 미래 세대에게 희망을 전하는 일로 나라를 돌보게 하라. 물길을 따라 돌아본 증평의 산하에서 효(孝)와 충(忠)을 배웠다. 배운 대로 행하고, 끊임없이 배워 자기를 항상 깨어있게 하며, 의와 예로써 그 도를 다하고자 했던 선비정신을 일제강점기 항일 독립 운동에 나선 사람들에게서 배운다. / 글·사진 장태동 효(孝)를 배우다 증평읍 용강리에는 어머니가 병이 들자 극진히 돌봤고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자 3년 동안 시묘살이를 했다는 장용기와 그의 처 능성 구씨 부부의
보강천 일출을 보았다. 남하리, 광덕리, 송산리에 있는 미륵불을 보고 남차리 수살제의 전설을 들었다. 그날 보고들은 모 든 것이 존재하는 이유는 단 하나, ‘만복은 백성에게’다. 걱정 근심 모두 덜고 2024년, 새해에는 모든 사람들에게 좋은 일 만 생겼으면 좋겠다. 증평의 산천을 흐르는 모든 물줄기를 따라 잡귀잡신은 물 아래로 사라지고 만복만 남아 세상 사람들 모두 평안한 한 해 되기를… / 글·사진 장태동 삼기천과 보강천이 만나는 곳에서 해를 보다보강천 새벽 감은 하늘을 가르며 떠가는 그믐달의 속도로 시간은 흐른다. 시퍼렇게 얼
증평군에서 가장 긴 물길, 삼기천. 삼기천이 시작되는 좌구산. 좌구산과 삼기천의 품에서 태어난 조선시대 사람 시인 김득신. 증평은 김득신을 품고 김득신은 증평을 품었다. 그의 시에 담긴 증평의 옛 모습과 아득한 이야기를 찾았다. 좌구산 골짜기 실핏줄처럼 흐르는 물줄기가 모여 삼기천을 이루고 사람 사는 마을을 지난다. 속닥거리던 지난밤 아랫목의 온기가 바람에 흔들려 서걱거리는 억새소리 여울소리에도 담겼다. 김득신은 증평의 품에 잠들었다. / 글·사진 장태동 분젓치에서 삼기저수지를 굽어보다율리에서 ‘분젓치’로 가는 길 내내 ‘분젓치’를
전망 좋은 곳에서 본 단양의 남한강 풍경을 모았다. 풍경 속으로 들어가 남한강과 남한강으로 흘러드는 냇물을 가까이서 보았다. 솔티천, 노동천, 남조천, 죽령천, 단양천 그리고 작은 물줄기들…. 산에서 흘러내린 물줄기는 남한강으로 모이고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 옛 역사의 흔적은 단양을 보는 새로운 눈을 선물했다. 지면에 풀어내지 못한 이야기가 자꾸 입에서 맴돈다. / 글·사진 장태동솔티천과 고수동굴 단양 읍내 단양구경시장 앞 남한강에 놓인 고수대교 동쪽 끝 아래에 솔티천과 남한강이 만나는 합수지점이 있다. 솔티천의 시원은 소백
단양의 남한강은 북동쪽에서 남서쪽으로 흐른다. 지난 호에 소개한 단양 남한강 북부 이야기에 이어 이번에는 고운골 갈대밭과 도담삼봉, 석문, 금굴이 있는 남한강 중류를 다녀왔다. 소백산이 거느린 산줄기에서 시작하여 남한강으로 흘러드는 보발천과 하일천은 시원으로 다가갈수록 처음처럼 신선했고 물줄기를 품은 마을은 꾸미지 않아 아름다웠다. 다음 호에는 솔티천, 노동 천, 죽령천, 남조천, 그리고 어곡천, 상리천, 선암계곡의 물줄기가 남한강으로 흘러드는 이야기를 준비하고 있다. / 글·사진 장태동 70만 년 전 사람들이 살았던 금굴 동굴 입
태기산에서 발원한 주천강과 오대산 기슭에서 발원한 평창강이 영월에서 만나 서강이 된다. 한강의 시원 검룡소에서 발원한 물줄기가 골지천, 조양강, 동강으로 이름을 바꾸며 흐르다 영월에서 서강을 만나 남한강이 된다. 영월을 지난 남한강이 제일 처음 충북으로 유입되는 곳이 단양군 영춘면 오사리다. 영춘면을 흐르는 남한강과 남한강으로 흘러드는 작은 물줄기에 담긴 이야기가 윤슬로 빛난다. / 글·사진 장태동 이무기가 용이 되어 승천한 곳, 용탄 여울 ‘용탄’은 이름 그대로 ‘용의 여울’이다. 옛 오사리 사람들은 ‘용탄’에 여울을 붙여 ‘용탄
산막이옛길 : 칠성면 사은리 사오랑 마을과 산막이 마을을 잇는 십리 옛길을 꾸며 만든 길이다. 산허리 오솔길과 괴산댐 호수가 만든 풍 경이 어울린 길에 마음이 맑아진다. 사랑의 연리지, 출렁다리, 다람쥐들도 쉬어가는 약수터, 꾀꼬리 전망대 등이 있다.화양구곡 : 파천, 학소대, 와룡암, 능운대, 첨성대, 금사담, 읍궁암, 운영담, 경천벽, 전설의 풍경과 역사의 풍경을 모은 아홉 가지 경치에 이름을 새겼다. 파천, 암반바위 전체를 뒤덮은 물결무늬는 ‘용비늘’ 같다. 학소대는 푸른 학의 전설을 남겼다. 구름에 싸인 바위로 신비감 을 높
우리 도는 지난 1월 18일 옛 대통령 별장 청남대에서 ‘레이크파크 르네상스’비전을 담은 관광명소 33선을 선정, 발표했다. 도내 11개 시군의 추천을 받아 선정된 관광지는 향후 레이크파크 핵심 관광거점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올 여름 휴가는 도내 11개 시군을 대표하는 관광지에서 보내는 것은 어떨까? 먼저 도내 북부권 관광지 15곳을 먼저 소개한다. / 글 장태동 충주 - 남한강 물줄기와 산줄기가 어우러진 풍경악어섬 : 충주호가 없었다면 보지 못할 풍경. 충주댐이 생기고 산굽이 골짜기에 물이 차올라 만든 풍경. 누군가의 카메라에 처
스며드는 것들은 아름답다. 운교리 달천에, 문광저수지 물 위에, 갈은구곡 계곡에, 괴산호 너른 물에 비치는 하늘, 구름, 산그림자, 가끔 날아다니는 새들의 모습도 스민다. 스며 또 다른 풍경을 이룬다. 번지는 것들은 유구하다. 갈은구곡 마을 사람들, 문광저수지 은행나무 할아버지, 제월대 달천 고산정과 홍명희, 괴산호 산막이 마을 사람들, 물가 마을 사람들 이야기가 물결에 실려 세상으로 번진다. 스미고 번지는 것들은 느려서 더 소중하다. / 글․사진 장태동 자연이 그린 자화상산을 그리고 숲을 칠했다. 낮은 구름 위로 새들이 떠다니는
갈은구곡 아홉 경치를 다 찾고 싶어 오래 전부터 몇 차례 계곡을 훑었지만 허탕이었다. 다시 찾은 갈은 마을, 한 어르신께 그동안 허탕 친 일을 말씀드렸더니 흔쾌히 인도자를 자청하셨다. 고무신을 신고 숲과 계곡을 누비시는 어르신을 따라 걸었다. 아홉 가지 경치를 손으로 집어주시며 각 풍경에 얽힌 옛 이야기까지 들려주셨다. 그때마다 사진을 찍고 받아 적었다. 그렇게 마지막 풍경인 선국암을 멀리서 촬영하다가 우연히 본 풍경, 신선들이 앉아 바둑을 두었다는 선국암에 올라 앉아 쉬시는 어르신 모습이 그 옛날 신선처럼 보였다. 지금도 그렇게
조령 3관문 아래 새재계곡이 복사꽃 피어 환하다. 수옥폭포는 샘솟는 봄의 기운으로 사람들을 생동하게 했다. 이무기 살 것 같았던 삼풍지풍의 추억은 갈매실 초록의 추억으로 이어져 푸르게 빛난다. 분지천 냇물 옆 ‘토끼길’을 걸어 학교를 다녔던 분지리 사람들 옛이야기가 그윽하다. 주진천이 품고 흐르는 ‘동고사’ 이야기는 현재진행형이다. 살구꽃 계곡, 칠성면 행목동천의 으뜸 풍경, 소금강을 지난 물길은 연풍면에서 흘러온 쌍천과 만나 더 큰 물줄기인 달천을 향해 흐른다./ 글·사진 장태동복사꽃 핀 새재 계곡에서 수옥폭포까지, 샘솟아 타오르
연풍면 주진리 은티 마을 젊은 이장님은 마을제사인 동고사(제) 이야기를 시간의 흐름과 제를 지내는 장소까지 짚어가며 들려주셨다.마을에서 처음 만난 사람은 주막집 사장님이었다. 인근에서 살다가 산을 좋아해서 이곳에 둥지를 틀게 된 사장님께 동고사 이야기를 먼저 듣고, 이야기를 더 듣고 싶다고 했더니 직접 이장님께 전화를 걸어 이장님을 소개해주셨다.아침을 거른 빈속이라 간단하게 먹을 것 없냐고 여쭸더니 요새는 두릅전이 좋다신다. 하루 종일 두릅 향기가 입안에서 맴돌았다. 역시 두릅의 계절이다. 금대 마을에서는 한국전쟁을 직접 본 아저씨
화양구곡을 이룬 물줄기, 화양천 최상류에 600년 왕소나무가 있다. 그러니까 600년 왕소나무의 정기를 담고 흘러내린 화양천 물줄기가 화양구곡을 빚어낸 것이다.왕소나무는 괴산군 청천면 삼송리 송면저수지 아랫마을, 화양천 물가에서 50m도 안 되는 거리에 있다. 안타깝게도 2012년 태풍 볼라벤에 쓰러졌다. 왕소나무를 아는 사람들은 1년 넘게 쓰러진 소나무를 살리려 무진 애를 썼지만 고사했다. 살아있을 당시 그 나무의 나이가 600살 정도였다고 한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됐었는데 고사되어 지정해제 됐다.마을사람들은 왕소나무를 용송이라고도
신선의 이야기도 역사의 이야기도 다 품고 흐르는 선유구곡과 화양구곡, 그곳에서 만난 풍경이 마음에 남아 마음속에도 선유구곡, 화양구곡이 흐른다. 사람도 자연의 하나니 자연의 순리를 따르며 살아가라는 가르침을 자연은 말없이 전해주고 있는 게 아닐까? / 글․사진 장태동신선과 인간이 함께 노는 선유구곡선유동(仙遊洞), ‘신선의 놀이터’. 그 계곡 아홉 가지 경치에 신선들이 놀던 이야기를 붙여 선유구곡이라 했다.1곡 ‘선유동문(仙遊洞門)’, ‘신선들이 사는 곳으로 들어가는 입구’ 정도로 에둘러 여길 만 하다. 동문(洞門)이란 동천(洞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