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아들이 다니는 유치원에서‘아빠와 함께 식사하기’라는 행사를 한다고 해서 따라 나섰다.
 직장 때문에 바빠서 함께 식사할 시간이 없는 아빠와 서로 마주앉아 오순도순 밥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자는 프로그램이어서 아내와 함께 큰 기대를 하고 간 것이었다.
 식사를 마칠 즈음 유치원 선생님은 아빠들에게 미리 준비해온 팸플릿을 나눠주더니 그곳 여백에 자신의 아이들 장점 스무 가지를 쓰라고 했다.
 평소 바쁘다는 핑계로 아이와 함께 많이 놀아주지 못한 게 마음에 걸렸던 나는 이날만은 아이에게 후한 점수를 주고 싶었다. 따라서 장점 스무 개 쓰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런데 잠시후, 이번엔 다른 한 장에 아빠와 아이가 함께 본 엄마의 장점 스무 가지를 쓰란다. 아내의 장점 스무 가지를? 열 가지도 아니고? 이건 솔직히 어려운 과제였다. 아이는 엄마가 뽀뽀해주는게 제일 좋다고 했다. 하지만 남편인 나로서는 자잘한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떠올리면서 이런저런 장점들을 많이 열거해도 20가지를 채우는 데는 턱없이 부족했다. 평소엔 늘 장점보다는 단점을 크게 보고 살았었는데…. 어쨌든
숫자상으로 20개는 결국 다 채우지 못했다. 그리고는 함께 간 아내에게“이거 한번 읽어봐”하면서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아내의 장점을 나름대로 적은 종이를 전해주었다. 금방 아내의 얼굴엔 환한 미소가 감돌았다.
 “이거 생각해내느라고 고생 깨나 했겠네요”하며 스무개를 다 못채운 것에는 개의치 않고 연신 기분이 상기되더니 싱글벙글했다. 가족생활에서 항상 이렇게 서로의 장점들을 찾아서 북돋우고 격려하면 얼마나 좋을까.
 아이의 유치원 덕분에 오랜만에 부부간에 크게 웃을 수 있었고, 그동안 아내의 단점만 보던 나는 잊고 지내던 아내의 장점을 찾아볼 수 있었다. 상대방의 장점만 바라볼줄 아는 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눈이 아닐까.
/ 남상민(청주시 청원구)

 

저작권자 © 충북도정소식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