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만에 ‘플란더즈의 개’를 다시 읽었다. 책장을 덮자 가슴이 답답하더니 아파왔다. 버려진 개의 슬픔보다는 결국 사람들의 어리석음과 욕심 그리고 편견이 얼마나 두렵고 매정한 일을 자초하는가? 이 명작동화를 통해서 되짚은 때문이다. 네로에게서 새로운 이름을 얻게 된 파트라슈는 결국 사람을 돕게 되고 모두에게 버림받은 소년 네로를 위해 헌신하며 의리를 지킨다. 물론 네로도 개의 배고픔을 달래주기 위해 그림대회에서 1등을 고대하고 있다. 세상이 기쁨에 들뜬 크리스마스 이브 날 기대했던 그림은 당선되지 않았고, 성탄절 아침 늘 보고 싶던 루벤스 그림 앞에서 둘은 꼭 껴안고 세상의 비정함에 지친 듯 두 눈을 꼭 감고 우리 곁을 영원히 떠나갔다.

힘없고 말 못하는 것들의 떠나감 아니 우리는 그를 못 본체 하며 급한 시간을 넘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릴 때 부모를 잃고 외할아버지와 살던 네로와 험난한 매일의 삶을 함께한 파트라슈를 생각하면 저마다 지고 가야하는 생의 굴곡이 눈물겹기도 하다.

난생 처음 청주외곽 깊숙한 산속에 위치한 반려동물보호센터를 찾아가 보았다. 청주 사람들이 버린 유기견들이 쉼 없이 울부짖고 있다. 굵은 쇠창살 안에 갇힌 큰 개들은 자유로이 뛰고 싶다고 몸부림대고 새끼 고양이들도 꽤 많이 잡혀와 보호치료를 받고 있다.

우리학교 어린이 두 명을 문 진도견도 그곳에 갇혀 있었다. 덩치는 그리 크지 않은데 눈과 발톱이 날카롭고 무언가 불만이 가득 찬 모습이다. 당일 사고현장에서 119에 체포되어 이 보호센터로 이송되어 온 것이다. 당시 목에 수건이 함께 감겨져 있고 연락처가 기록되어 있는데 긴 목줄이 끊어진 것인지 이리저리 방황하다가 등교하고 있는 자매 둘을 물어버린 것이다.

연락처를 확인 후 경찰이 수사해보니 돌아다니는 개를 잠시 데려다 돌보고 있었을 뿐 개 주인은 아니라는 것이다. 갑자기 두 따님을 개에게 물린 부모는 광견병 의심 등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누군가의 잘못으로 어린 두 딸이 놀람과 아픔을 겪게 되니 개의 주인을 알아내 꼭 사과라도 받고 싶다는 것이다. 다행히 수술을 잘 받고 어느 정도 회복되어 거의 20일 만에 학교에 나오게 되었다. 엉덩이와 다리를 물린 2학년 어린 소녀가 그 큰 고통을 잘 이겨낸 것이 고맙고 기특할 뿐이다. 많이 놀랬기 때문에 트라우마가 염려되어 kova충북지회에 심리치료를 의뢰하여 안정을 찾도록 돕고 있다.

혼자 사는 사람들의 외로움 때문인지 반려동물의 수도 백만 마리가 넘었다고 한다. 사람 이상의 대우를 받는 개가 있는 반면 무정하게 주인이 버리는 개들이 들개가 되어 이젠 사람과 가축들을 위협하고 있으니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플란더스의 개도 술고래인 첫 주인에게서 늙고 병들자 먹을 것도 주지않고 버림을 받은 것이다.

2014년 1월1일부터 3개월 령 이상의 반려견을 소유한 사람은 시•군•구청에 반드시 동물 등록을 하게 되어 있다. 등록방법으로는 내장형 무선식별장치 개체 삽입이나 외장형 무선식별장치 부착 등 다양하다. 이처럼 등록대상 동물을 등록하지 않을 경우 최고 4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고 한다. 반려견과 외출 시 목줄 등 안전조치를 하지 않거나 배설물을 수거해 가지 않을 경우도 최고 1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됨을 늘어나는 펫팸족은 알아야 한다.

유기견들은 동물보호센터에 임시 가두어 두다가 주인이 나타나지 않거나 입양이 되지 않으면 안락사를 시킨다고 한다. 이래저래 마음이 편지 않다. 개는 인류가 최초로 가축으로 삼은 동물이지만 그 조상이 회색늑대로 추정됨을 볼 때 언제라도 동물적인 양태를 보일 수 있음을 알아야겠다. 심신이 약한 어린이들이 개에 물리면 치명적이니 특히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서는 개조심 수칙 등 안전교육을 반복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 사람과 개의 공존을 따뜻하게 논의할 때가 되었다.
이제라도 빈다. 네로와 파트라슈여 잘 자거라.


박 종 순 / 복대초 교장.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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