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마다 도시의 특징이자 철학을 나타내는 슬로건이 있다. 지금은 ‘I Seoul U’인 서울시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하이 서울’이었다. 바뀐 슬로건도 좋지만 한국의 수도로서 친근한 이미지를 준 ‘하이 서울’도 괜찮은 것 같다.

인근의 천안은 얼마 전까지 ‘FAST 천안’이였다. 수도권과 인접한 천안 지역의 특성과 교통의 요충지역할을 잘 표현한 것 슬로건 같지만 자칫 ‘빨리빨리’라는 부정적인 의미로 보일 수 있어 얼마 전부터는 사용을 자제한다고 한다.

천안의 슬로건과 상반되는 개념이 있다면 바로 ‘슬로시티’다.
슬로시티는 1986년 미국의 패스트푸드 체인점이 이탈리아 로마에 들어섰을 때 요리 칼럼니스트 카를로스 페트리니가 패스 트푸드 에 반하는 개념으로 슬로푸드를 제안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1999년 이탈리아 그레베 인 키안티의 시장 파올로 사투르니니는 마을 사람들과 함께 세계를 향해 느리게 살자고 호소하며 치타슬로(citta slow)가 출범하기에 이른다. 치타슬로(cittaslow)는 우유자적한 도시, 풍요로운 마을이라는 의미의 이탈리아어다.

유유자적하고 풍요로운 곳, 슬로시티는 빠르게 살아가고 변화에 적응해야 하는 도시민의 삶과 반대되는 개념이다. 슬로시티가 추구하는 삶이란 명칭에서 알 수 있듯 ‘느림의 철학을 일상에서 실천하는 곳’이다. 자연을 느끼고 해당 지역에서 자란 로컬푸드를 즐기고 전통문화를 보존하는 곳이 ‘슬로시티’다. 개발과 편의성에 중점을 둔 도시와는 다른 개념인 것이다.

앞서 슬로푸드라는 개념에서 출발했던 것에서 알 수 있듯 값싸고 빠르게 먹을 수 있는 편의점의 ‘패스트푸드’와는 상반되는 음식문화가 대표적인 슬로시티의 철학이라고 할 수 있다. 정성껏 조리하고 천천히 음미하는 ‘슬로푸드’의 방식이야말로 음식을 통해 삶의 질을 개선하려는 인간의 의지라고 할 수 있다. 먹는다는 것은 중요한 문제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먹는 속도’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어디쯤 와있는지 먹는 것만으로도 삶을 성찰하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에도 슬로시티를 추구하는 10개의 도시가 있다. 남양주, 예산, 영월, 상주, 청송, 전주 등이 가입되어 있으며 충북에서는 유일하게 ‘제천’이 2012년 10월 수산면과 박달재를 중심으로 국제슬로시티연맹의 공식 인증을 받았다.

누군가는 제천을 가리켜 “시간도 쉬었다 가는 곳”이라고 한다. 제천은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춘 대표적인 한방도시다. 느림의 여유로 지친 마음을 달래보자. 연인과 함께 박달재의 드라이브코스를 즐기거나 ‘가고 싶고 살고 싶은 농촌마을 100선’에 선정된 수산면의 산야초마을이나 유명한 청풍호도 들러보자. 올해도 숨가쁘게 달려야할 우리의 일상에, 우리의 삶에 쉼표를 선물해보자.

이기수 / 충청북도 SNS서포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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