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적에는 보리밥을 무척 싫어했다. 보리밥이 주는 특유의 불편한 식감과 먹고 나서 느끼는 공복이 싫었기 때문이다. 왜 어린 시절에는 ‘보리밥’보다 ‘흰쌀밥’이 맛있게 느껴졌을까, 지금은 가끔 보리밥을 먹는데 그때와는 다르게 별미처럼 느껴진다. 오랜 시간이 흘렀고 이제는 보리밥을 무척 좋아한다. 소화도 잘되고 영양가도 높다고 생각해서 먹는 것도 있지만 옛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맛’이 좋다. 그 맛은 음식이 불러오는 일종의 추억의 맛일 것이다.

전부는 아니겠지만 산다는 건 늘 먹고사는 문제다. 불과 수십년 전, 우리들 할머니 할아버지 세대에서는 ‘잘 먹고 잘 살기’가 최고의 미덕이었던 때도 있었다. 일제강점기의 수탈, 광복 이후의 연이은 6.25 전쟁으로 온 나라가 쑥대밭이 되버렸다. 지금보다 농작술이나 저장기술도 부족했던 때였으니 당연히 먹거리도 부족했고 국민들은 매 끼니를 걱정해야 했다. 해외에서 밀가루를 원조로 받던 나라였는데 지금은 무척 달라진 풍경이다. 군대에서 보았던 수 많은 ‘짬’, 학교급식에서 남기는 수 많은 ‘잔반’, 지금처럼 버려지는 음식을 보면 우리 조상들은 과연 어떻게 느낄까 생각했던 적이 있다. 마음이 숙연해진다.

비단 음식 뿐만이 아니라 많은 것들이 변화했다. 한 집안의 경제력과 노동력으로 대변되던 ‘소(牛’), 지금의 ‘소’는 더 이상 밭을 갈지 않아도 된다. 우리 세대에게 소는 단지 ‘음식’일뿐이다. 맛있는 음식에 대한 정의도 바뀌었다. 어린시절을 생각하면 유독 음식에 대한 기억이 많은데 많이 먹어서라기보다는 특별한 음식들을 먹었던 때가 기억에 남기 때문이다. 운동회, 소풍, 졸업식, 명절에는 평소에 자주 먹어보지 못했던 음식들을 먹을 수 있는 날이었다. 그래서 소중한 기억이다. 그 중에서도 운동회가 열리는 날은 으레 ‘양념치킨’을 먹을 수 있었다. 학교를 찾은 가족들과 돗자리를 깔고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음식 ‘치킨’을 뜯었던 기억. 지금이야 ‘1인 1닭’이라느니, 월 평균 우리나라의 닭소비량이 무려 2500만마리라고 하는데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보리밥’이 ‘별미’처럼 느껴지고 예전에는 값싸게 먹을 수 있던 돼지부속물도 고기보다 비싸고, 월급날에만 먹던 치킨이 흔한 음식이 되버리고, 쌀보다 빵을 더 찾는 시대라니.

음식의 가치와 의미는 달라지고 있지만 먹거리도 많지만 뭐니뭐니해도 최고로 맛있는 음식은 ‘밥’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갓 지은 밥을 먹을 때 행복해지는 식탁 위의 풍경들. 어떻게 보면 반찬보다 밥이 중요하다. 맛있는 밥에는 어떤 반찬도 어울리지만 맛있는 반찬에 맛없는 밥은 어울리지 않는다.

충북에 살면서 맛있는 밥을 먹을 일이 많다. 특별히 좋아하는 쌀은 ‘생거진천 쌀’이다. 살아서 좋은 고장 생거진천이라는 의미를 브랜드로하여 진천군의 비옥한 땅에서 자란 쌀이라 맛도 좋고 품질도 좋다. 진천쌀의 품질은 타 시도에 비해 뒤지지 않는다. 전국 제일의 청정한 지역에서 자란 쌀을 먹으면 내 몸과 마음도 깨끗해질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먹거리가 너무 많은 시대, 외국산 수입농수산물이 지배하고 있는 우리 식탁에서 ‘밥’만큼은 지역에서 자란 쌀을 먹어야겠다고 생각한다. 시대에 따라 맛있는 음식의 기준은 달라졌지만 맛있게 먹었던 흰쌀밥에 대한 추억은 다음 세대들과 공유하고 싶다.

충북SNS서포터즈 이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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