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년(丁酉年), 닭띠 해입니다. 올해는 부를 상징하는 붉은색 닭의 해이기도 합니다. 닭은 캄캄한 어둠을 가르는 울음소리로 새벽을 알리고 빛의 도래를 알리는 동물입니다.

그래서 닭은 새로운 시대를 여는 첫 시작의 의미로 상징성의 지닙니다. 신화에 등장하는 닭은 천지창조를 담당하는 성서로운 동물이거나 혼돈을 극복하는 강인한 생명체로 등장합니다. 이는 닭의 특성이 어둠을 물리치고 광명을 가져 오는 창조적 의미로 인식된 데에 연유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닭 울음은 위인의 탄생을 알리거나 한해 농사의 풍흉을 점치기도 했습니다. 삼국유사 혁거세 편에는 왕이 계정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나라 이름을 계림국이라고 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위인의 탄생설화는 특별한 무엇가를 만들어내기도 하지요. 정월 보름 풍속에는 ‘닭 울음소리가 10번을 넘으면 그 해에 풍년이 들고 그렇지 못하면 흉년이 든다’는 말도 전하기도 하지요.

 닭은 또 깨달음과 덕을 지닌 동물로도 여겼습니다. 불교나 유교에서는 닭을 깨달음의 상징으로, 신혼 초례청에서는 폐백 때 닭을 사용해 새로운 삶의 출발을 축하하고 덕을 주는 상징적 의미로 사용했습니다. 처가 나들이에 나선 사위를 위해 씨암탉을 상 위에 올리는 장모의 모습도 우리 사회에 반영된 음식문화 중 하나입니다.

 그러나‘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는 말처럼 여성과 관련해 부정적 의미로 사용되기도 했습니다. 또 닭이 발로 땅을 파헤치는 습성으로 ‘돈을 모으지 못한다’는 속설까지도 통용된 적도 있습니다. 동전의 양면처럼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은 언제나 상존합니다.

 땅 이름으로 남은 닭도 있습니다. 국토지리정보원이 밝힌 닭과 관련한 땅이름은 모두 293개로, 충청지역은 충주의 계명산(鷄鳴山)과 대전의 계족산(鷄足山), 충남의 계룡산(鷄龍山) 등이 대표적인 지명입니다. 이는 신라시대에서 비롯된 이름이 남아있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옛 문화를 들려다 보면 고대 동아시아가 공유했던 상징성으로 닭의 면모도 엿볼 수 있습니다. 특히 삼국이 국가적 역량을 키워가던 5세기 즈음 동아시아가 공유하던 닭의 모습이 나타납니다. 그중 고구려의 문화유산인 벽화고분에 닭이 그려져 있습니다. 길림성 집안시 즉, 우리에게 무용총이라 알려진 벽화고분의 무덤방 서남쪽 천장고임에 주작(朱雀)이라고 보는 장닭 두 마리가 있습니다. 주작이라면 남쪽을 상징하는 상상 속의 동물이지요.

 옛 백제 지역에서 출토되는 유물 중 닭머리모양 주전자도 있습니다. 백제가 중국 남북조와 교류한 결과로 수탉의 머리모양을 형상화한 유물입니다. 이 유물은 청주는 물론 공주, 천안에서 출토된 바 있습니다. 청자와 흑유, 백자로도 만들어진 것으로 서진부터 수나라까지 사용하던 고급 자기입니다. 수탉의 볏은 높은 관직을 상징하고 또 길함을 뜻합니다. 또 한 마리의 수탉과 다섯 병아리는 다섯 아들의 과거 급제를 뜻한다고 하여 후대의 민화에도 자주 등장합니다.

현대사회가 되면서 닭이 우리 생활 속에서 멀어지긴 했지만 역사와 문화 속에는 여전히 의미있는 이야기로 남아있습니다. 다가오는 설 명절을 새롭게 시작하는 의미로 어둠을 물리치고 태양의 기운을 담아내는 붉은 닭의 울음처럼 정유년 힘차게 출발하시길 바랍니다.

   

▲ 닭머리모양 청자주전자-공주 수촌리 출토유물

 

▲ 무용총 천장에 그려진 닭

 

▲ 대동여지도

 

▲ 충주 계립령

 

연지민 / 충청타임즈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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