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에는 용정산림욕장에서 초등학생 10여명과 ‘새 도시락’을 만들었다. 초등학교, 1, 2학년 숲체험의 일환으로 매월 1회식 다양한 주제로 진행되는데, 12월에는 “새 도시락 만들기“다. 아이들과 작은 능선을 걸으며 망원경으로 어떤 새들이 있을까? 눈을 크게 뜨고, 귀를 쫑끗 세웠다. 아이들은 멀리서 포로롱~. 끽~, 짹짹, 깍, 찌직 소리만 나도 망원경을 치켜들고 새를 찾았다. 왜 새들이 이렇게 안보이냐고 조바심을 내고 성화를 대기도했다. 새는 하늘과 땅사이를 날고, 나무와 나무 사이를 날아다닌다고하여 “사이 사이” 부르다가 ‘새’가 되었다고 한다.
오늘 숲체험의 주제가 “새 도시락 만들기”니만큼 새가 이 숲에서 겨울 동안 먹어야 할 열매, 씨앗들도 매우 관심 있게 보았다. 쥐똥나무 열매, 찔래 열매, 청미래, 작은 풀씨까지 보이는 대로 이것도 새가 먹냐고 질문에 질문이 꼬리를 물었다.
아이들은 참 청정하다. 새를 위한 간절한 마음이 느껴졌다. 민선이는 바닥에 쌓인 낙엽을 긁어 모아 새에게 땅 속 곤충이 잘 보이도록 했고, 은찬이는 주머니에서 귤을 꺼내 상수리 나뭇잎에 한쪽씩 가지런히 놓아 두었다. 새가 잘 보이는 곳에 두어야 한다며 낙엽을 헤쳤다.
아이들과 나뭇잎에 새들이 찍찍갈기고 간 똥을 주워 들었다. 물똥 된똥, 색깔도 다르다. 냄새도 맡아 보고, 손으로 조물조물 만지며 새가 무얼 먹었는지도 느껴보았다. 처음에는 질겁을하며 달아나던 아이들도 다시 돌아와 만지고, 냄새도 맡는다. 새는 오줌보가 없다. 그래서 늘 물똥을 싼다. 오줌과 똥이 같이 배설되기 때문이다.
얼마쯤 지나 양지바른 곳에 둘러앉아 ‘새 도시락’을 만들었다. 미리 준비 한 마요네즈에 아이들이 한줌씩 가지고 온 쌀, 보리, 조, 콩을 골고루 섞었다. 고소한 냄새가 난다며 입맛을 다시기도 했고, 한 숟가락 떠서 조근조근 씹는 아이도 있었다. 마요네즈에 골고루 섞은 곡식을 솔방울 비늘잎 사이사이에 숟가락으로 채워 넣었다. 곡식을 꽉채운 솔방울에 끈을 매달아 새가 많이 올법한 나무를 찾아 나섰다. 새가 더 잘 먹을 수 있게 한다며 나무를 타고 오르는 아이도 있고, 멀리 다른 아이들과 떨어진 곳까지 가는 아이도 있었다. 우왕좌왕 뛰어다니며 날아다니는 새들을 바라보며 이리 오라고 여기 맛있는 밥이 있다고 손짓을 하기도 했다. 한참을 뛰어다니던 아이들이 한명한명 솔방울을 나무에 매달며 매우 즐거워 했다.
마요네즈에 잡곡을 섞는 것은 사람으로 치면 고기와 채소를 함께 먹는 것이다. 마요네즈를 통해 단백질 섭취를 하는 것이다. 또한 잡곡만 솔방울에 담으면 바람이 불면 후루룩~ 쏟아질 것이기 때문에 마요네즈에 섞어 끈끈하게 붙여 놓는 것이다.
작은가지, 큰가지 더러는 한 나무에 몇 명의 아이들이 조롱조롱 매달기도 했다. 어 떤 아이는 새들에게 바라는 마음을 쓴 메모지도 함께 매달았다. 겨울이 다 지나도록 걸어두고 제일 많이 모이가 없어진 아이에게는 선물을 주기로 약속했다.
아이들의 재잘거림으로 숲은 한 층 따뜻하다.

  신준수 / 숲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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