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겨울이 끝나고 봄을 알려주는 전령사인 개나리는 잎보다 꽃이 먼저 피어서 봄소식을 전한다 어쩌면 추운 겨울에 봄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마음을 읽듯 꽃말도 희망으로 지었을까

봄이 성큼 다가 왔다. 도심의 시멘트 숲을 떠나면 구수한 흙냄새, 차갑지도 덥지도 않은 기분좋은 봄바람, 들판에는 한해의 농사를 준비하는 일손 바쁜 농부의 분주함과 더불어 향긋한 내음에서 봄을 느끼게 된다. 화려하지만 수줍은 듯 새색시의 목련, 가지마다 주렁주렁 흰 눈처럼 열려있는 벚꽃들. 하나 둘씩 꽃망울을 터뜨리면서 저마다 화려함을 뽐내고 있는 모습에서 봄을 만끽하게 한다.

이쯤 되면 겨우내 웅크렸던 몸과 마음을 한번쯤 자연에 맡기고 사랑하는 가족이나 연인, 이웃과 함께 봄 분위기에 젖어들고 싶다면 벚꽃 구경을 한번쯤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올해도 4월 초부터 만개한 벚꽃을 볼수 있다. 아쉽게도 금방 저버리는 벚꽃인 만큼 시기를 잘 따져야 화사한 꽃 마중을 할 수 있다. 황홀하고 찬란한 꽃 향연이 펼쳐지는 충북의 아름답고 이름난 꽃길을 소개하고자 한다 충북의 벚꽃하면 빼놓을 수 없는 곳인 청주 무심천 벚꽃, 제천의 청풍호반 벚꽃, 옥천의 향수길 벚꽃, 충주의 수안보 벚꽃길이 유명하다.
 
이렇듯 충북에도 아름다운 벚꽃길이 조성되어 상춘객을 불러 모은다, 화려하고 아름다운 벚꽃길 답게 많은 인파가 몰려 꽃보다 사람이 더 많은 상황이 연출되다 보니 복잡한 곳을 싫어하는 사람들에게는 꽃구경이 아닌 사람구경하다 오기가 십상이다.

이렇게 복잡하고 번거로운 곳이 싫고 호젓하게 봄을 맞이하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충북의 숨은 벚꽃 명소를 소개하고자 한다.
 
대한불교수도원(용화사) 능수벚꽃


청주시 청원구 수동(우암순환로)에 위치한 용화사는 흥덕구 사직동에 같은 이름의 사찰이 있어 신 용화사(新 龍華寺)라는 이름으로 불려오다 1974년 창건주인 벽산스님이 대한불교수도원이라는 종교법인을 만들어 등록함에 따라 지금은 사찰이름도 대한불교수도원, 혹은 수도원이라고 불리고 있다.

이곳이 유명한 이유는 도심 속 사찰인 수도원에서 화려하게 만개한 수양벚꽃을 감상할 수 있어서다. 어느 사진작가의 말을 빌리자면 아름다운 아가씨의 드레스 자락이 바람에 일렁이듯, 햇살 가득한 창가의 레이스 케텐 자락이 바람에 하늘거리듯 늘어진 꽃가지의가 아름다움에 넋을 잃고 셔터를 누르지 못했다는 말이 단지 허풍은 아닌듯하다. 사찰 풍경 위로 함박 내리는 봄눈. 흐드러진 벚꽃이 찬란한 봄을 안고 왔다면 사찰 주변에는 온통 야생화가 지천으로 피어있다.

벚꽃 감상의 여운이 가시지 않았다면 바로 옆에 수암골이라는 마을이 있다. 수암골은 달동네를 벽화로 치장하고 각종 영화의 무대로 삼으면서 유명해진 청주의 또 다른 명소이다. 수암골에서 골목길의 벽화를 감상하고 간단히 요기를 하면 더없는 봄을 만끽하지 않을까 한다


진천 길상사의 봄


길상사하면은 먼저 성북동의 사찰을 먼저 생각 할 것이다. 하지만 충북 진천군 벽암리에 위치해 있는 길상사는 김유신 장군의 영정과 위패를 모시는 사당 이름이다.

한자로 吉祥(길상)은 같지만, 이곳은 사당을 뜻하는 祠이고, 서울의 길상사는 절을 뜻하는 寺로 다르다.
길상사가 사람들 입에 많이 회자되는 이유는 유명한 김유신장군의 사당이기도 하지만 사실 봄철 벚꽃으로 유명한 곳이다. 사시사철 아름다운 풍경을 담고 있는 길상사는 경사가 심해 가장 경사진 곳에 흙이 빗물에 떠내려오지 않게 벚나무를 심었는데 세월이 흘러 벚나무 고목에서 피어나는 벚꽃이 있어 운치를 더해주는 곳이다. 김유신 장군의 영정이 모셔진 흥무전의 일대에 흐드러지게 핀 벚꽃은 세월의 무게만큼이나 화려하고 웅장해서 많은 상춘객들을 불러 모은다. 벚꽃비가 흩날리는 길상사에서 봄의 황홀함을 만끽해보자.

길상사의 봄으로는 부족하다면 보련산 자락에 있는 보탑사로 가보자. 보탑사로 가는 길에 만나는 연곡 저수지의 빼어난 풍광은 덤이다. 보탑사는 고려시대의 절터로 전해지는 곳에 우리나라 최고의 장인들에 의해 삼국시대 목탑 건축의 전통을 잇는 웅장한 삼층목탑이 서있다, 또한 사찰 앞에 있는 수령 300년의 느티나무(진천군보호수 제4호)는 세월에 덧칠을 더해 경건함 마져 든다. 느티나무 앞에 있는 일주문을 지나면 전각의 지붕과 소나무가 어우러져 멋진 풍경을 만날 수 있다. 그 풍경 속에 있는 돌계단을 오르고 나면, 곳곳에 핀 다양한 야생화들로 천상의 화원에 들어온 것 같은 착각이 든다.


만물이 생동하는 싱그러운 봄, 굳이 멀리 가지 않아도 우리고장의 아름다운 자연으로 힐링이 되는 시간을 즐겨보자
 

홍대기 / 여행작가 (사진:전일영 사진작가)

저작권자 © 충북도정소식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