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공무원상' 받는 청주여자교도소 설옥희 교위

"이렇게 오래 다닐 수 있으리라고는 저도 사실 생각 못했습니다. 1년, 3년 견디자고 하면서 버틴 게 여기까지 왔네요."

설옥희(55·여) 교위는 1990년 교정공무원이 된 이래 국내 유일의 여성 전용 교도소인 청주여자교도소에서만 26년을 내리 근무했다.

청주여자교도소는 1989년 10월 신설됐다. 설 교위는 사실상 이 교도소 역사의 '산 증인'인 셈이다.

1990년 3월 교정공무원 생활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사명감'보다는 '교도소'라는 이름이 주는 중압감을 더 크게 느껴야 했다.

설 교위는 21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지내다 보니 수용자들의 인생이 가엾더라. 평범하게 살지 못한 이들이라 평범한 모습을 보여주는 게 큰 가치가 되더라"며 긴 세월 여성 수용자와 함께할 수 있었던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저에게서 위안과 살아갈 힘을 얻었다며 앞으로 반성하며 살겠다는 감사 서신을 수 백통 받았다. 그들에게서 '버팀목'으로 느꼈다는 말을 들으면 큰 보람을 느끼고 행복하다"고 덧붙였다.
설 교위는 기억에 남는 몇몇 일화를 소개했다.

마약류관리법 위반으로 입소한 한 수용자는 한밤중 혼거 거실에서 갑자기 머리를 풀어헤치고 집기를 집어던지는 등 이상 행동을 했다.

남자 직원까지 동원됐지만, 제압이 어려웠다. 설 교위를 깨물기까지 했다. 아직 설 교위 손에는 그때의 상처가 흉터로 남아있다.

하지만 설 교위는 그를 다그치기는커녕 상담을 해주며 위로하고 다독였다. 한참이 지난 어느 날 그가 등 뒤에서 '설 주임님'을 불렀다.

설 교위는 "'그때 많이 아프셨죠?'라고 묻는 그에게 미소로 화답했더니 남은 형기를 열심히 살고 마약에도 절대 손대지 않겠다고 다짐하더라"고 회상했다.

이밖에 보험금을 노리고 자살을 시도한 수용자가 이혼한 남편과 재결합하고 모범적인 생활을 하도록 지원하는 등 여성 수용자들이 바른 길을 가도록 마음으로 품었다.

설 교위의 적극적인 상담으로 가족 관계를 회복한 수용자만 100여명에 이른다. 수용자와 가족들의 감사 편지도 줄을 이었다.

교도소에 아이를 데리고 입소하는 수용자가 늘면서 거실에 유아용품, 보행기 등을 넣어 줄 수 있도록 제도 보완을 건의하기도 했다.

영화로도 널리 알려진 '하모니 합창단' 창단에도 그는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수용자를 위한 문화생활이 거의 없던 시절 "합창을 하고 싶은데 여기는 그런 것이 없느냐"는 한 수용자의 말에 검토를 시작한 것이 발판이 됐다. 1997년 만들어진 '하모니 합창단'은 60회가 넘는 외부 공연을 하며 청주여자교도소의 상징 중 하나가 됐다.

이밖에 설 교위는 여성 수용자 성폭력사범 교육을 내실화하는 데 힘쓰고, 지역의 대학교 등과 업무협약을 추진해 2013년부터 수용자 170여명이 인문학 교육을 받는 데 이바지했다.

공로를 인정받은 그는 23일 '대한민국 공무원상' 시상식에서 옥조근정 훈장을 받는다.

법무부에서는 설 교위 외에 소년원생의 멘토로 활동한 윤용범 소년과 서기관이 근정포장을 받는다. 단체 비자 수수료 면제 등 관광활성화 방안을 추진한 체류관리과 김태형 사무관, 성범죄자 재범률 감소에 앞장선 수원보호관찰소 김형식 보호주사는 대통령 표창을 받는다.

한 직장에 오래 있다 보니 기대하지 않은 큰 상도 받는다며 쑥스러워하던 설 교위는 고충이나 바람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여성 공무원에게 육아휴직 등이 보장되지만, 그 몫의 일은 남은 사람들이 온전히 떠맡아야 해요. 결혼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피해가 될 수도 있죠. 힘들어서 떠나는 사람도 많다 보니 젊은 직원을 충원해도 항상 모자랍니다. 출산이 장려되는 만큼 공백을 보충할 대책도 꼭 마련됐으면 합니다.“

출처 : 연합뉴스 최송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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