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동 송영호․이민화 부부, 5남 3녀 키우며 보람

“어머니, 저희들을 잘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동생들을 낳아주셔서 고맙습니다.”
“아버지, 사랑해요.”
‘어머니’, ‘아버지’란 호칭이 너무도 자연스럽게 나오는 8남매. 5살짜리 막내아들도 ‘아버지, 어머니’란 말을 의젓하게 잘한다. 자기일은 스스로 알아서 척척 하는 것은 물론 남매들끼리도 서열에 따라 높임말을 쓰는 모습은 신기하기까지 하다.
엄마, 아빠에게 장난감을 사달라고 떼를 쓰는 요즘의 아이들과는 사뭇 다른 8남매의 모습이 감복할만하다.
세상이 부럽지 않은 이런 8남매를 가진 부모는 얼마나 행복할까.
충북 영동에 살고 있는 송영호(54)․이민화(43)씨가 바로 마냥 부럽기만 한 이 8남매의 ‘어머니’, ‘아버지’다.
“처음부터 작정하고 많이 낳은 것은 아니고요, 하나 둘 낳다보니 이렇게 되었네요.”
각자 고향은 다르지만 어려서부터 영동에서 자란 두 사람은 22년 전 연을 맺어 황간면에 보금자리를 틀고 지금의 가정을 꾸리기 시작했다.
“듬직한 모습이 마음에 들었어요. 콩깍지가 씐 거죠.”
민화씨는 풋풋했던 처녀시절 만난 남편의 모습을 회상하며 살짝 자랑을 내놓는다. 잘생기고 믿음직스러운 11살 연상의 남편에게 홀딱 빠졌다고.
결혼해 8남매나 낳은 것을 보면 이들의 부부애는 더 말할 것이 없을 것 같다.
“나는 제일 행복한 남자입니다.”
아내가 발씻기는 물론 면도까지 해주는 남편은 자기밖에 없을 거라는 영호씨는 얼마 전 TV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이런 고백을 할 정도로 부부금실이 좋다.
비록 장난이 심하기는 하지만 아내에게 ‘아홉번째 아들’ 대접을 받으며 행복해한다.
“처음엔 연년생인 첫째와 둘째만 낳으려고 했어요. 그런데 셋째, 넷째를 가져보니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들이 사랑스럽더라고요. 아이가 태어날 때마다 기대하는 마음이 생겼어요.”
첫째 승주(22), 둘째 진욱(21), 셋째 사무엘(17), 넷째 연주(15), 다섯째 호산나(12), 여섯째 다니엘(11), 일곱째 가브리엘(8), 막내 진태(5)까지 모두 하나같이 사랑스럽고 소중한 자녀다.
이젠 어느덧 커서 막내만 빼곤 모두 의젓하게 학교에 다니고 있다. 아침마다 치르는 전쟁도 예전에 비해 현격하게 줄었고, 큰 아이들이 동생들을 잘 챙겨주니 엄마 손이 많이 줄어 육아로 인한 스트레스도 많이 사라졌다.
“지금은 다들 좋게 봐주셔서 감사하지만 넷째를 낳을 때만 해도 곱지 않은 시선에 상처도 많이 입었어요.”
주변에서 가난한 살림에 자식만 많이 낳는다고 수군거릴 땐 짐승취급 받는 것 같아 마음이 많이 아팠다는 부부.
그러나 지금은 잘 자라 준 아이들 덕에 부러움의 대상이 됐다.
고등학교 내내 장학생으로 공부했던 첫째 딸 승주양은 지금 김천대학교 유아교육과 4학년이다. 방학 때면 전공을 살려 동생들을 살뜰히 보살피고 가르치는 듬직한 큰 딸이다.
충남대에 재학 중인 둘째 진욱군은 고교시절 영동 대표로 도전골든벨에 출연했던 인재다. 학원에 다녀본 적도 없는데 독학으로 수준급 피아노 연주실력을 가졌다.
두 명의 대학생과 고등학생, 중학생, 초등학생, 그리고 미취학 막내까지 모두 공부도 알아서 척척하고, 집안일도 잘 돕고, 우애가 아주 좋다.
어버이날이나 부모님 생일이면 8남매가 부모님을 위해 특별 공연을 준비한다.
“아이들이 가사를 만들어서 노래를 불러주곤 해요. 사랑이 듬뿍 담긴 노래와 손편지를 읽을 때면 가슴이 찡합니다.”
그럴 때면 지난 날 힘들고 괴로웠던 기억들이 한 순간에 사라진다고.
돈이나 권력보다도 인간됨됨이가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부모의 양육태도가 아이들의 진로와 성품에 큰 영향을 미친 듯하다.
첫째만 피아노 학원에 3개월 보낸 것이 전부이고, 어려운 살림에 사교육 한번 시켜 본 적이 없는 8남매가 스스로 공부하며 잘 크고 있는 것도 공부나 성적보다 인성을 강조하기 때문인 듯.
“어머니께서 항상 예의바른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하세요. 몇 년 전부터는 우리끼리도 서로 존댓말을 써요.”
가장 가까운 가족관계에서부터 예의와 바른 품성을 배우는 8남매. 넉넉지 못한 가정형편에도 8남매를 키우며 웃을 수 있는 것은 아이들의 이런 사랑스러운 모습 때문이다.
엄마에게 요즘 꿈이 하나 생겼다. 아늑하고, 편안함이 느껴지는 집을 갖는 것이다.
“힐링을 느낄 수 있는 개방된 넓은 집을 갖고 싶어요. 이웃이나 지인들이 아무 때나 부담 없이 놀러올 수 있는 집이요.”
아이들 친구들이 집에 놀러올 때마다 마당의 재래식 화장실 때문에 미안하고 민망했다는 이 집 부모가 자연스럽게 가진 소박한 꿈이다.
“저희가 크면 꼭 그런 집에서 살게 해드릴게요.”
“집안은 제가 꾸며 드릴게요.”
“큰 냉장고는 제가 사 드릴게요.”
부모님을 생각하는 아이들의 애교 어린 약속이 쏟아진다.
영호씨와 민화씨가 다시 한 번 행복해 하는 장면이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주위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 사람, 반드시 필요한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아이들을 바라보며 삶의 고단함을 잊는 부모의 간절한 바람이다. 그 누구보다도 이런 부모님의 마음을 잘 아는 효심 가득한 8남매는 앞으로도 어머니와 아버지의 뜻대로 잘 자랄 것이다.

정예훈 /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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