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동안 누군가의 생명을 위해 도움이 됐다는 것이 뿌듯하죠.”

골수기증이 가능한 확률은 부모는 5%, 형제간은 25% 정도라고 한다. 타인의 경우는 2만분의 1정도로 희박하다. 이런 확률 속에서도 막상 자신의 골수와 맞는 환자가 있어 기증을 부탁하면 망설이고 기증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김웅기씨(31)는 달랐다.

충주우체국에서 일하고 있는 김웅기씨는 2만분의 1확률을 넘어 자신의 생각을 굳건히 지켰다.

2005년 군복무 시절, 적십자에서 진행한 골수이식 서약을 접하고 웅기씨도 다른 동료들과 함께 서약하게 되었다.

“골수 맞는 사람을 찾는 게 엄청 어렵다고 하더라고요. 그래도 맞는 사람이 나오면 좋은 일 하는 거다 생각하고 골수 기증 서약서를 썼어요. 그런데 지난 11월에 저랑 맞는 골수암 환자가 있다는 연락을 받았죠. 처음엔 잘 믿어지지 않았어요.”

이렇게 서로의 골수가 맞는 사람을 찾게 되어도 정밀 검사를 하다보면 수술이 가능한 상태는 반 정도 밖에 안 된다고 한다. 그런데 웅기씨와 그 환자는 99%의 일치율이 나왔다고 하니, 전생에 둘은 무슨 인연이었을까.

“많은 분들이 드라마나 영화를 보고 골수 이식이 무척 아프고 고통스럽다고 생각하시는데, 저도 처음엔 그런 줄 알았어요. 근데 정말 헌혈하는 것과 다른 게 없더라고요. 물론 먼저 검사를 하고 또 기증 전엔 3일 간 주사를 맞는 수고로움도 있지만 그런 게 무슨 문제가 되겠어요. 이 일로 새로운 삶은 사시는 분이 생긴다는데. 5시간 정도 헌혈하듯이 누워있으면 끝이에요. 일상생활 하는데도 전혀 지장 없고요.”

김웅기씨의 부모님은 처음에 골수 기증을 반대하셨다고 한다.
“부모님은 계속 반대 하셨어요. 부모님들은 아들이 혹여나 부작용이 있을까봐 걱정하셨죠. 그래서 계속 설득 끝에 허락을 받고 기증하게 된 거에요. 다 끝나고 건강한 제 모습을 보시고도 썩 기분이 좋으시진 않으신 것 같더라고요. 하하하”

그래도 주변 사람들에게 웅기씨는 골수 기증 홍보대사로 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
“우체국 동료 분들도 저를 보시고 골수 기증에 대한 편견을 많이 없애셨어요. 다들 엄청 아픈 줄 알고 계시더라고요. 또 친구들 중엔 벌써 골수 기증을 신청한 친구들도 있고요. 저도 주변 분들의 변화가 신기하고 또 괜히 어깨도 무거워지고 뿌듯하고 하더라고요.”
웅기씨는 장기 기증도 할 생각이다. 만약 또 자신의 골수와 맞는 환자가 있다면 또 골수 기증도 할 생각이다.

“장기 기증은 제가 죽어서 하는 거고 골수 기증은 제가 살아 있는 동안에 기증하는 거잖아요. 그래서 더 뜻 깊은 거 같아요. 보람도 더 느낄 수 있고요. 제 골수를 받은 분이 20대 여성분이 라는 것밖에 모르지만 그래도 그분 삶에 제가 보탬이 된다는 생각에 막 힘이 납니다.”

장기 기증부터 골수 기증까지 자신의 살을 내어서 남을 돕는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웅기씨 같은 사람들이 하나 둘 늘어나면서 주변사람들의 변화가 우리 사회의 새로운 장기 • 골수 기증문화를 만들어가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 기대해 본다.

김은지/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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