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읽히는 책은 『성경(Bible)』이다. 그 다음이『노자(老子)』이다. 번역본이 300여 종이 넘는다. 이 『노자』는 책 이름이기도 하지만 사람이기도 하다. ‘아들 자(子)’ 자를 썼지만 여성이 아니라 남성이다. 중국에서는 이름난 학자분이나 선생님께 존경한다는 뜻으로 ‘자(子)’ 라는 칭호를 썼다. 그리고 ‘노(老)’ 자도 단순히 ‘늙음’의 뜻이 아니라 존칭의 뜻으로 쓰였다.

『노자』의 또 다른 이름은 『도덕경(道德經)』이다. ‘도덕’이라는 말도 오늘날의 윤리 도덕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유교의 도덕은 ‘사람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를 말한 실천 도덕으로 일종의 처세훈, 곧 인간 안에 존재하는 내부 규범이라면, 노자의 도는 인간을 인간보다 높은 위치에서 굽어보며 높고 깊고 현묘한 근원적인 데서 인간 이전의 본질을 살피려 한다. 곧 도는 우주의 근본이며 천지 만물의 시초이며 원리라고 본다. 이런 점에서도 기독교 사상과 일치하는 바가 크다 하겠다.

한 마디로 말해서 노자의 ‘도’ 는 본질이고 ‘덕’은 그 작용을 말한다. 곧 도는 기독교의 하나님과 비슷한 개념이다. 그래서 개방적 · 진보적인 목사님과 신부님들이 이 책을 매우 좋아하는 게 아닌가 한다. 『노자』는 태산같이 높고 아득하고, 바다같이 넓고 크다. 그렇다면 이 책의 내용이 어떠하길래 왜 그토록 애독하는가? 오늘날까지 여러 가지 학설이 있어 왔지만 대체로 다음과 같은 점 때문에 그런 게 아닌가 한다.

  첫째, 반문명적 비판 대신 자연의 운행 원칙을 적용한 또 다른 문명을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점
  둘째, 초월적 경지를 맛보게 함으로써 마음의 위로와 안식을 주는 일종의 종교서 라는 점
  셋째, 우주의 발생 원리를 설명하는 형이상학서
  넷째, 어지러운 세상을 관장하는 정치 철학서
  다섯째, 복잡다단한 인간사의 처세술이라는 점 등이다.

대체로, 이렇게 다섯 가지로 요악할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노자에 대한 편견과 오해를 불식해야 한다. 흔히들 노자 하면 무위자연설을 떠올리지만, 무위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멍청한 상태로 있으란 말이 아니다. 자꾸만 법과 제도로써 국민을 옥죄는 일을 하지 말고 자연처럼 물 흐르듯이 순응하라는 뜻이다. 평형수를 덜어내어 화물을 더 많이 실은 세월호가 침몰함으로써 무고한 어린 생명들이 유명을 달리했다. 일찍이 노자는 말했다. 인간의 마음이 중심을 잃으면 무너진다고.

또 노자는 여성을 존중하는 사상을 남겼다. 유안진 시인이 애송하는 『도덕경』 제 6장을 음미해보자.

계곡의 여신은 죽지 않습니다.
이것을 일러 신비한 여성이라고 합니다.
신비한 여성의 옥문은
하늘과 땅의 근원이라고 합니다.
끊길 듯 하면서도 이어지고 
아무리 써도 힘들어 하지 않습니다. 

이처럼 여성 존중의 사상을 지닌 노자였지만 그의 생활은 늘 곤궁하였다. 
이제 지방 선거도 막을 내렸다. 승자는 패자에게 꽃다발을 안겨주고 패자는 승자에게 축하주를 사는 그런 아름다운 모습을 보고 싶다.


전태익/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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