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한비자의 韓非子의 "說難"(설난이 아니라 세난입니다. 말의 어려움)편에 나오는 이야기를 들려 드립니다. 가볍게 읽고 버리세요.

우선 韓非에 대하여 소개하지요(익히 알고 계실 테지만..^^). 韓非는 춘추전국시대 말기 韓나라의 법가(강력한 법에 의한 통치) 사상가이자 철학자입니다. 당대에 가장 뛰어난 석학이었지만, 불행히도 지독하게 말을 더듬는 장애를 가지고 있었지요.

그의 사상과 정치철학을 흠모하던 진시황(秦王 貞)이 "단 한번이라도 한비자를 만나 그의 誘說(유세)를 듣는다면 소원이 없겠다."고 까지 극찬을 하며 韓나라를 겁박하여 발탁해 오지만 결국은 秦(진)의 재상인 이사, 환관 조고 등에 의한 정치적 희생물로 생을 마감하는 비운의 인물입니다.
* 진나라 진시황의 강력한 법치주의는 한비의 영향이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는 세난편에서 소위 "逆鱗"(註주) 등의 비유를 들어 윗사람을 설득함이 얼마나 어려운지 설명하고 있습니다. 사마천의 사기에도 한비자를 평하는 부분에도 인용되고 있지요.

이 이야기의 요점은 "나의 충성(애정, 우정 등등)은 한결 같더라도 충정의 그 상대는 한결같지 않다. 그래서 그 때마다 처지와 주위를 잘 살펴 알맞는 처신을 해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특히 君이나 윗사람에 대할 때 더욱 그러하다는 .....

시작하지요...

중국 위나라 때 미자하라는 미소년이 있었습니다. 위나라 임금은 미자하를 궁궐에 두고 특히 귀여워했습니다. 어느 날 미자하에게 어머니가 위독하다는 전갈이 왔습니다. 이것저것 따질 겨를이 없던 미자하는 임금의 명이라 속이고 왕의 마차를 타고 어머니에게 달려갔습니다.

위나라 법에는 왕의 마차를 몰래 탄 사람은 발목을 자르는 형벌(刖刑이라고 합니다)에 처하도록 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임금은 미자하의 효심을 기특하게 여겨 “자하는 진정한 효자로다. 어머니를 위해 발목을 잘리는 형벌까지 달게 감수했구나 !” 하고 칭찬하지요.

또 어느 날 미자하는 임금과 함께 과수원을 산책하다 복숭아를 하나 따서 맛을 보았는데 너무 달았습니다. 그래서 그는 한 입 베어 문 복숭아를 왕에게 건넸습니다. 왕은 이에 탄복하며 말했습니다. “참으로 갸륵한지고. 맛이 좋은 것을 저 혼자만 먹으려 하지 않고 나를 생각하다니 미자하는 어리지만 참으로 고운 마음씨를 가졌다.”

그렇게 몇 해가 지나자 빛나던 미자하의 얼굴빛도 시들어감에 따라 임금의 총애도 따라서 시들해져 가지요. 그 즈음 미자하는 사소한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임금은 크게 화를 내면서 미자하를 꾸짖었습니다. “너는 본래 그런 놈이다. 일찍이 내 명령이라 속이고 내 마차를 탄 적이 있는가 하면, 먹다 남은 복숭아를 감히 내게 내민 적도 있었다.” 임금은 미자하에게 엄한 벌을 내렸습니다.미자하는 큰 탄식과 함께 이렇게 말합니다. "君을 향한 나의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한결 같지만 君은 그러하지 않구나 !!" 餘桃之罪여도지죄(or 餘桃啗君여도담군)라는 고사성어의 유래가 된 고사입니다.

참고할 필요는 있겠지만 세상이 다 그러합니다. 逆鱗을 너무 의식하지 마세요. 눈치만 보다 한세상 보냅니다 ! 그냥 착하게 삽시다.

註) 逆鱗(역린) ― 거꾸로 박힌 비늘
한비자의 說難에 이르면 “龍은 원래 순한 동물이어서 길을 잘 들이면 타고도 다닐 수 있으나, 목 근처에 있는 거꾸로 된 비늘인 역린(逆鱗)이 있는데 이를 잘 못 건드리면 용이 그 사람을 반드시 죽인다.”고 합니다. 이를 곧 逆鱗之禍(역린지화)라고 하지요. 군주 또는 상사에게도 이러한 逆鱗이 있으니 아무리 좋은 충언이라고 해도 逆鱗을 건드리지 않도록 하라는 뜻입니다.

김용국/ 충청북도 공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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