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로마신화와 성경을 읽으면 유럽의 문화를 이해하기 쉽다. 어찌 보면 유럽의 세계관을 이해하기 위한 관문으로 볼 수 있다. 그리스로마신화는 인류 역사상 최초의 장편소설로 지금 존재하는 여러 이야기의 모티브가 되었다. 뿐만 아니라 신과 인간을 소재로 한 수많은 문학작품, 조각품, 회화 등 예술작품을 탄생시킨 배경이 되기도 했다. 성경은 역사상 가장 많은 사람이 읽은 문학 작품이다. 성경에는 여러 가지 문학 장르가 섞여있다. 편지형태의 서간문학이나 소설이나 극의 형태를 띄기도 하는 등 종합적인 문학이다. 이처럼 성경 속의 신비롭고 극적인 스토리가 많은 이들에게 전파되었기에 오늘날 기독교가 세계적인 종교가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여행이 일상이 된 요즘 많은 젊은이들이 경험의 확장, 지적호기심을 충족하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그 중에서도 끝판왕으로 불리는 여행지가 있다면 ‘유럽’이다. 실제로 유럽을 가고 다른 나라를 가게 되면 어쩐지 허전한 느낌이 든다. 어느 문화가 더 우월해서라기보다는 유럽 지역이 상대적으로 문화재를 잘 보존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오래된 전통을 존중하고 지키는 멋이 있기 때문에 유럽을 가려는 여행자가 끊이지 않는 것이다.

유럽여행의 시작과 끝에는 언제나 ‘성당’이 있다. 실제로 유럽여행을 떠나면 가장 많이 보게 되는 것 중 하나가 성당이다. 오래된 역사와 아름다운 외관, 내부에 들어서면 저절로 경건한 분위기를 느끼게 된다. 꼭 신자가 아니더라도 성당 안은 건축물 자체로 하나의 예술작품이다. 어떻게 기독교가 유럽을 지배했는지 성당에 들어서면 느낄 수 있다. 안타까운 점은 “여행 내내 성당만 보다 왔어”라는 얘기다. 성당 뿐만 아니라 여행에는 약간의 공부가 필요하다. 그냥 보면 아무 것도 아닌 것들이 역사를 공부하고 나면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성당은 유럽의 전유물이 아니다. 가톨릭 문화가 최초로 자생적으로 전파된 곳이 대한민국이기 때문이다. 우리 충북에는 자랑할 만한 성당이 있다. 첫 번째 소개할 성당은 옥천성당이다. 등록문화재 제7호로 지정된 옥천성당은 충북 옥천군 옥천읍 삼양리 158-2번지에 있다. 옥천성당은 1945년 또는 1948년 건립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 건물은 미국인 사제에 의해 건립된 서양식 성당으로 초기에는 장방형의 강당형 평면 구성이었으나 1991년에 성당 뒷면 벽을 철거하고 증축하면서 십자형으로 바뀌었다. 누군가는 ‘언덕 위의 하얀집’이라고 부르는데 기존의 성당들이 붉은색 벽돌을 사용하는 반면 옥천성당은 하늘색, 회색빛의 벽이 인상적이다. 맑은 가을 하늘과 옥천성당을 배경으로 하면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충북 진천군의 대한성공회 진천성당도 많은 이들이 찾는 곳 중 하나다. 등록문화재 제8호로 지정된 곳으로 1923년 일제강점기에 건립된 건물이다. 충북 지역 선교의 거점 역할을 목적으로 세워진 진천성당은 목조 한옥의 구조를 성당 건축에 적용한 독특한 멋을 자랑한다. 충북 지역에서는 최초의 성공회 건물이자 이후 성공회 성당 건축물의 본보기가 되었다고 한다. 정면 4간, 측면 8간 규모로 동쪽에 출입구, 서쪽에 제단을 두었으며 ‘바실리카식’ 공간으로 이루어졌다. 바실리카식이란 로마의 재판소 형태로 예배의식을 거행하기 위해 프레스비테리움, 네이브, 아일의 3부분의 공간으로 구성된 건축을 뜻한다.

전주의 전동성당이나 서울의 명동성당은 지역을 대표하는 관광명소다. 불교의 사찰순례라든지 가톨릭의 성지순례는 비단 종교를 가진 사람만이 가는 곳이 아니다. 우리 충북에서도 보다 적극적으로 종교 명소를 알리고 연계 관광상품을 개발한다면 관광활성화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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