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웅식 한국척수장애인충북도협회장

 

비장애인이 하루아침에 장애인이 된다는 것. 한치 앞의 일을 모르는 게 세상사일 것이다. 장래가 촉망되던 한 사업가가 불의의 사고로 하반신 마비 장애인이 됐다. 실의에 빠져 극단적인 생각도 해봤지만 자신보다 더 상황이 좋지 않은 장애인들을 보면서 동질감을 느꼈고 살아가야할 의지를 다지게 된 한 남자. 바로 신웅식 한국척수장애인충북도협회장의 이야기다. 신 회장의 인생 스토리를 소개하려 한다. / 편집자

신웅식 회장은 체육 교사였던 아버지 아래 1961년 청주에서 4남 1녀, 5남매 중 둘째로 태어나 유복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어렸을 때부터 운동을 좋아했던 그는 인천 체육고등학교로 진학해 권투와 럭비 선수로 활약하며 체육인으로서의 꿈을 키웠다. 고교 졸업 후 건국대학교 영문학과로 진학해 3, 4학년에는 학생회 간부로 학생들의 리더 역할을 했으며 1987년 졸업과 함께 청주백화점에 입사해 모범사원 표창도 받았다.

그러다 회사의 부도로 퇴직해 건강식품을 판매하는 자영업을 시작했다. 인삼과 건강식품을 납품하는 업무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지내다 1997년 금산으로 인삼을 사러가던 중 불의의 사고를 당한 것이다. 눈을 떠보니 병원이고 눈을 뜬 것도 사고 후 24일이나 지나서였다. ‘재활하면 걸을 수 있겠지…’라고 생각했지만 1년이 지난 후에 하반신 마비라는 사실을 듣게 됐다.

“그때는 왜 미리 이야기도 안 해 줬는지 몰라요. 1년 후에 이런 사실을 알았을 때 정말 극단적인 생각까지 했었죠. 그런데 저보다 먼저 장애를 겪고 사는 사람들을 보면서 동질감을 느끼게 됐고 이렇게 상반신이라도 쓸 수 있게 해주신 데는 다 이유가 있을 것 이라고 생각했어요.”

퇴원 후 장애인 시설에서 함께 생활하며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은 돕고 그곳에서 부원장으로 생활하기도 했다.

“이곳에서 생활하며 복지에 대한 상식과 지식을 배워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한신대학교 사회복지학과 대학원에 진학해 사회복지사 1급 자격증도 땄습니다.”

체고 출신이기도 한 신 회장이었지만 운동을 하지 않으면 신체조건이 더 나빠질 수밖에 없어 스포츠에 관심을 갖고 운동을 시작했다. 그러면서 재가 장애인들을 밖으로 끌어내는 역할을 하고 싶었던 그다.

“장애인들은 집 밖으로 나오려 하지 않아요. 이 분들을 어떻게 하면 밖으로 나오게 할 수 있을까 생각한 것이 바로 ‘사진’입니다.”

일신여고 정승국 교사를 만나 2004년부터 사진을 배우기 시작했고 전 충북예총회장인 문상욱 사진작가에게 사진을 배우며 6~7명에서 시작한 것이 입소문을 타고 현재는 80여명으로 늘어 동아리에서 출발해 이제는 충북장애인사진연구회로 활동하고 있다.

“꼭 사진을 찍으러 간다기보다는 바깥바람도 쐬고 사람들과 소통하는 자리가 더 좋았던 것 같아요. 여행을 하는 건 누구에게나 설레고 기분 좋은 일이잖아요.”

이후 2006년 첫 전시를 시작으로 1년에 1번 정기전과 사회복지기관이나 병원 등의 요청으로 2~3차례 무료전시를 하고 있다. 또 요청하는 기관에는 무료 기증도 하고 있다.

각종 공모전과 촬영대회나 장애인 공모 촬영대회에서는 최우수상을 휩쓸 정도의 실력을 갖춘 신 회장. 충북장애인사진연구회도 지난해까지 회장을 맡았고 이제는 회원관리와 행정적인 부분을 지원하고 있다.

이후 2012년 청주복지재단에 복지상담원으로 입사해 복지에 관련된 궁금한 사항을 상담해주고 있다. 청주복지재단에서도 많은 도움을 주기위해 노력하고 있으니 두려워 말고 찾아달라고 당부했다.

지역사회의 복지대상자의 일원으로서 많은 경험과 노하우, 지식을 갖고 있는 신 회장은 소외된 장애인들에게 어려움을 해결하는데 함께하는 ‘길잡이’가 되겠다고 전했다.

“장애인분들이 두려움을 없애고 희망을 잃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제가 그런 분들에게 살아가는 ‘희망’의 힘이 되고 싶습니다.”

/ 글 이지효 사진 서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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