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휴가로 일본을 다녀왔다. 작년까지는 멀리 인천공항을 통해서만 해외여행을 다녀왔는데 이번에는 가까운 청주공항에서 출발을 할 수 있어 편리했다. 이륙 후 약 1시간 40분이면 간사이국제공항에 도착하게 되는데 마음만 먹으면 오전에 도착해서 라멘이나 스시를 먹고 저녁에 한국으로 돌아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사람들도 우리 충북에 와서 여러 특산물과 음식을 먹고 충북이 자랑하는 다양한 관광상품을 구매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충북의 관광산업이 성장하는 즐거운 상상을 해보았다.

이번 여행에서는 일본이 두 번째 방문인 점과 교통을 고려하여 일본의 대표적 상업도시 ‘오사카’와 천년의 고도였던 ‘교토’로 여행지를 정했다. 오사카는 상업도시답게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할만한 다채로운 콘텐츠가 많았다. 헵파이브 대관람차라든가 공중정원, 오사카성은 기대했던 것보다 스릴, 재미, 역사성이 있었다. 그에 비해 교토는 국내의 경주처럼 예스럽고 전통을 지킨다는 느낌을 받았다. 다녀오고 나서 든 생각이지만 왁자지껄한 대도시에 비해 조용하고 옛날 느낌이 나는 교토의 분위기가 내게는 맞았던 것 같다. 다시 여행을 가도 교토를 중심으로 돌아다니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토는 오래된 도시라 그런지 골목 골목마다 특유의 일본 감성이 느껴진다. 천년 간 수도였기 때문에 남아있는 문화유적도 많았다. 그중에서도 게이샤의 추억이라는 작품의 배경이었던 후시미 이나리 신사는 붉은 기둥만큼이나 강렬했다. 사람들은 연신 사진을 찍기 바빴다. 사찰이라는 것도 이런 콘텐츠와 이미지로 연출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교토의 대표적인 사찰인 청수사(기요미즈데라)가 기억에 남는다. 사찰의 이색적인 풍경도 좋았지만 마시면 건강, 학업, 연애 등에 효험을 지닌 폭포도 있어서 더 재밌게 느껴졌다. 한국의 사찰과는 다른 화려한 스타일의 단청과 관광 콘텐츠가 눈에 띄었다. 한국의 사찰이 다소 차분하고 정적인 느낌이라면 일본의 사찰은 대중적이고 동적인 느낌이 강하다.

교토에서 머무는 2일 동안 가장 좋았던 순간은 충북의 대표 시인 정지용시인과 우리나라 사람들이 제일 좋아하는 윤동주 시인이 다녔다는 ‘도시샤 대학교’에 들어설 때였다. 도시샤대학은 여행계획 중에는 없었으나 현지에서 검색을 하다 알게 된 곳이었다. 이 대학은 많은 인재를 길러낸 일본의 대표적인 명문대학교다.

두 시인의 자취는 적색벽돌 건물 옆에 나란히 있는 시비와 여러 한국사람들이 놓고 간 태극기와 꽃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타국에서 한국인의 흔적을 만나는 것은 특별한 경험이다. 일제강점기 일본에서 학업과 예술세계를 펼쳤던 정지용, 윤동주 시인, 두 시인이 거닐었던 교정을 나도 걷고 있다고 생각하니 벅찬 감동이 밀려왔다. 정지용 시인은 사망장소와 시기가 정확히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1950년 9월 납북과정에서 미군의 폭격으로 사망했다는 설이 있다. 비록 시인은 없지만 시인의 작품은 우리의 마음 속에 있다. 9월에는 깨끗하고 맑은 옥천에 가서 정지용 시인의 향수를 소리내어 읽고 싶다.

 

 

이 기 수 / 충청북도 SNS 서포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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