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 없이도 견딜 수 있는 시간은 딱 작년까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올해는 예년에 비해 유난히 덥고 습해서 낮은 물론 밤잠을 이루기 어렵다. 어쩔 수 없이 바깥에서 서성이게 되는 시간이 많아진다. 한낮의 더위를 머금은 방안보다 바깥이 시원하게 느껴져 몇 시간씩 집 주변에서 더위를 식히다 들어온다.

사실 여름은 마냥 덥기만 한 계절이 아니다. 물론 열대야도 있지만 어느 날은 선선한 바람이 불면 오히려 더위에 고마움을 느끼기도 한다. 덥지 않았다면 선선한 바람이 더없이 좋게 느껴졌을까 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충북 청주에서는 여름의 더위를 식혀줄 시원한 밤 축제가 8월에 열린다. 먹고 즐기고 볼거리 가득한‘청주 문화재 야행’이 주인공이다.

지난 2016년부터 개최됐던 ‘청주 문화재 야행’은 8월 24일부터 26일까지 3일간 청주시 시내 일원에서 개최된다. 청주문화재야행은 ‘밤드리 노니다가’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데 밤드리 노니다가란 ‘밤새도록 놀다가’를 의미한다. 이 구절은 처용가의 한 구절이다.

동경 밝은 달에
밤드리 노니다가
집에 들어와 잠자리를 바라보니
다리가 넷이어라
둘은 내 것인데
둘은 뉘 것인고
본래 내 것이다마는
빼앗음을 어찌하리잇고

처용가는 고려시대 가요로 신라 때 처용이 지은 향가를 발전시킨 노래다. 처용 부인의 미모가 출중한 나머지 역신까지 그녀를 흠모하게 되었는데 어느 날 사람으로 변하여 처용의 집에 몰래 들어가 그녀와 잠자리를 같이한다. 처용이 집으로 들어와 보니 안방에 두 사람이 함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처용은 화를 내지 않고 노래를 지어 부르고 춤추며 물러난다. 그런 처용의 의연과 모습에 역신이 감동하여 칭송하게 된다는 줄거리다.

청주야행의 밤드리 노니다가는 처용가의 구절만 인용했다. 말 그대로 밤새도록 놀만한 다양한 콘텐츠가 있다. 망선루, 충청도병마절도사영문, 압각수, 척화비, 용두사지 철당간 등 청주의 대표적인 문화재를 탐방할 수 있으며
충북 행정의 중심기관인 충북도청을 탐방하는 ‘도청 한 바퀴’, 커플 2팀을 선정해 전통혼례를 올리는‘시집가는 날’ 등의 사전신청 프로그램과 행사기간 동안 이곳 저곳의 문화재를 보며 미션을 수행하는 ‘스탬프투어’가 열린다.

 

이 기 수 / 충북SNS서포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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