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무렵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노래를 자주 불렀던 것으로 기억한다. 어린 마음이었지만 실제로 정말 간절했던 소원 중에 하나였다. 서로 총칼로 대치 중 인 우리나라가 하루 빨리 하나가 되길, 평화로운 세상에서 가족과 함께 살면 좋겠다는 것이 바람이었다.

1994년,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던 여름날이었다. 갑작스런 북한 최고지도자의 사망으로 학교 전체가 떠들썩했다. 교실은 속보로 전해진 소식에 박수와 환호성으로 가득했다. 노래가사처럼 곧 통일이 되는구나, 기대가 생겼기 때문이다. 헤어졌던 이산가족이 다시 만나고, 민족의 명산인 금강산, 백두산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지 않을까? 사실 개인적으로 기대를 가진 부분도 있다. 어쩌면 군대를 가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대와는 다르게 통일이란 요원했고 나는 국가의 부름에 따라 병역의 의무를 수행해야 했다.

시간이 갈수록 남북한은 자주 대치했고 갈등했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노래도 더 이상 부르지 않게 되었다. 현대그룹 정주영 회장이 501마리의 소떼를 몰고 방북하기도 했고, 2000년 김대중 대통령이 평양에서 분단 이후 첫 남북 정상회담도 가졌다. 노무현 대통령도 정상회담을 가지면서 서로의 체제를 인정하면서 통일을 할 수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딱 거기까지였다. 이후에 전해진 소식은 절망적인 소식이 많았다. 금강산 관광을 하던 민간인이 숨지는 사건도 있었고 연평도가 포격 당했으며 개성공단도 폐쇄되는 등 남북한의 관계는 냉랭했다. 내가 살아있을 때 과연 통일이 이루어질까? 서독과 동독은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며 갑작스런 통일을 했는데 우리에게도 그런 기적 같은 사건이 일어날까? 사실 희망보다는 체념에 더 가까웠던 것 같다. 그랬던 남북관계가 2018년 4월 27일 역사의 한 페이지를 다시 썼다. 바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판문점에서 정상회담을 개최하면서 비로소 통일에 대한 희망을 이어나갈 수 있게 됐다.

특히 이번 정상회담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판문점 선언’에서는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하기 위한 ‘완전한 비핵화’, 대통령의 평양방문, 이산가족 상봉, 동해선 및 경의선 철도와 도로를 연결하는 등 구체적인 통일 추진과제에 대해 합의를 이끌어냈다. 섣불리 판단하기는 이르지만 이번 합의를 통해 남북관계는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했다. 과제가 잘 추진된다면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기틀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남북정상회담에 맞춰 충청북도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남북교류협력위원회」와 「도민과 함께하는 남북교류협력 전망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농업과 국제행사를 중심으로 선제적으로 대응하며 평화의 분위기를 이어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옥천 묘목 보내기’와 오는 9월 열리는 세계소방관경기대회, 내년도 충주세계무예마스터십의 북한 초청도 검토하고 있다.

옥천의 묘목이 북한의 산과 들을 수놓고, 소방관경기대회와 무예마스터십에서 한민족이 서로의 실력을 겨루는 그날, 남과 북을 갈라놓은 분단선은 조금이라도 희미해지지 않을까.

이 기 수 / 충북SNS 서포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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