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북 단양 '만종리 대학로극장’ 단원들

좋아하는 극단 이름 중에 ‘빵과 인형’이라는 극단이 있다. 빵과 인형이 상징하는 것이 꼭 우리네 삶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산다는 것은 끊임없이 먹고 사는 일, 살아가기 위해서는 꿈, 희망, 사랑, 직장, 우정, 지지 등 어떤 의미로든 어떤 형태로든 삶의 허기를 채워 줄 ‘빵’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인형은 어떤 의미일까, 인형은 사람의 모양새를 하고 있지만 스스로의 의지가 없는 수동적 존재다. 우리 모두는 사실 부모, 자식, 친구, 배우자 등의 역할을 하는 인형일 수 있다. 어쩌면 삶 자체가 연극인지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단 네 글자지만 빵과 인형은 우리의 삶을 가장 잘 드러내는 상징이라 할 수 있다.

최근 무대예술 분야의 풀뿌리, 창작의 산실로 불리는 대학로의 소극장들이 하나 둘 폐업을 이어가고 있다, 순수 민간극장으로만 140여개가 모여 있던 대학로가 관객의 외면과 치솟는 임대료를 극복하지 못하고 줄줄이 도산하는 것이다. 문화산업 콘텐츠는 대표적인 굴뚝 없는 산업이다. 대학로의 위기는 연극만의 위기가 아니다. 기실 한국영화계의 대표적인 배우라 할 수 있는 송강호, 최민식, 김윤석 등의 배우도 대학로에서 연기경험을 쌓아가며 성장했기 때문이다. 대학로의 현재 위기가 이어진다면 한국 영화계, 나아가 전체 예술계의 지형을 무너트리는 사안이 될 수 있다. 내일의 송강호, 내일의 최민식을 볼 수 있을까?

한편 얼마 전 TV프로그램에서는 충북에서 활동하는 ‘귀농극단’이 소개되어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귀농이면 귀농이고 극단이면 극단이지 이름도 생소한 ‘귀농극단’은 무슨 사연이 있는 걸까.

충북 단양의 한 산골마을, 정확히는 충북 단양군 영춘면 만종리에서 연극 활동을 하며 극단명도 마을이름을 넣어 ‘만종리 대학로극장’으로 뭉친 이들이 있다. 이들은 모두 소극장 연극의 메카라 불리는 서울 대학로에서 활동하던 10여명의 연극인들로 계속되는 경제적 어려움과 연극에 대한 열정을 이어가기 위한 방편으로 지난해 4월 귀농을 결심했다고 한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고된 농사일을 하고 금·토요일에는 자체적으로 만든 마을극장에서 연극을 한다. 1년에 한 편 올리기도 힘든 연극을 벌써 150회나 올렸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공연을 보러 온 이들에게 직접 재배한 농산물과 음식도 판매하는 등 자생력 확보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비록 비닐하우스지만 어엿한 무대가 있고 그들의 연극을 보는 관객도 점점 늘어가고 있다고 한다. 놀랍게도 그들이 책정한 만원 정도의 티켓가격에는 관람료 외에도 직접 빚은 만둣국과 차 값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어려운 형편 속에서도 연극과 농업의 행복한 동행을 꿈꾸며 지역의 문화지형도를 새롭게 만들어 나가는 그들의 열정이 감동스럽다. 삶이 고픈, 무대가 고픈 도내유일, 국내 유일인 귀농극단인 만종리 대학로극장의 앞날을 응원한다.

이 기 수 / 충청북도SNS서포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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