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노소 모두가 좋아하는 프로그램이 여럿 있는데 KBS 열린음악회도 그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매주 일요일 오후 7시에 방영되는 열린음악회는 10대에서부터 어르신에 이르기까지 누구가 좋아하는 대한민국 최고의 가수들이 출연하고 때때로 이름 있는 성악가들도 나와서 고전음악의 진수를 선봬 주기도 합니다.

특히 시대적 흐름에 맞게 경쾌한 댄스곡을 비롯한 최신 인기가요가 불려지기도 하지만 이 프로그램은 예전에 이른바 ‘7080세대’가 좋아하는 노래와 가수에 방점을 둬서 아련하고 애틋한 노래가 대종을 이룹니다. 그래서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매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어제도 한 시대를 풍미하며 선풍적인 인기를 한몸에 받았던 가수가 나왔고 또 옛 추억에 잠기게 하는 그런 노래를 들을 수 있어서 흐뭇했습니다.

가수 이름은 최백호. 1976년 데뷔한 최백호 씨는 올해로 딱 가수인생 40년을 맞이 했습니다. 그래서 이를 기념하여 어저께 방송된 열린음악회는 최백호 씨 리사이틀로 채워졌습니다.

가수생활 40년은 최백호 씨에게 많은 변화를 가져다 주었습니다. 검고 굵고 힘찼던 머리숱은 초겨울에 접어든 나무처럼 허허롭게 빠져있고 그마저도 눈 내린 것처럼 하얀색으로 변했습니다. 팽팽했던 얼굴도 쭈글쭈글 주름살이 늘어 젊었을 때의 신선한 이미지는 간 곳이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관록이 붙어 뿜어져 나오는 목소리에는 간절함과 호소력이 더욱 물씬 배어 있어 관객들을 사로잡기에 충분하고도 넘쳤습니다.

특히 그의 히트곡 중 하나인 ‘내 마음 갈 곳을 잃어’를 듣는 순간 홀린다는 표현인 맞을 만큼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지긋이 감은 눈과 가사에 온 마음을 집중해서 부르는 그의 열정적인 모습은 감동 그 자체였습니다. 평소에는 별로 감흥을 느끼지 못했던 그 노래가 어제는 정말이지 새롭게 들렸습니다. 가사말도 참으로 달리 느껴졌습니다.

가을을 강조하며 님이 떠나지 말 것을 호소하는 ‘가을엔 가을엔 떠나지 말아요.’ 하고 읊은 뒤 ‘낙엽지면 서러움이 더해요’ 그 까닭을 밝히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차라리 하얀 겨울에 떠나요’ 체념을 한 뒤 ‘눈길을 걸으며 눈길을 걸으며 옛 일을 잊으리라’ 하며 님을 보내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지만 도저히 그리 할 수 없다면 별 수 없이 겨울에 떠나라며 마음을 접습니다.

무엇보다 ‘거리엔 어둠이 내리고 안개 속에 가로등 하나, 비라도 우울히 내려 버리면 내 마음 갈 곳을 잃어’ 하면서 님을 향한 애틋하고 절절한 사랑을 토로하고 있습니다.

참으로 내키지 않지만 님과 이별해야 하는 가슴 시린 마음을 짧고 서정적으로 어떻게 노랫말에 표현했는지 놀라울 따름이었습니다. 게다가 어저께는 춥고 어둠컴컴한데다가 눈까지 내려 옛 추억에 대한 애잔한 마음을 부추기는 분위기였습니다.

그런데 최백호의 ‘내마음 갈 곳을 잃어’ 라는 곡은 연인과의 헤어짐을 노래한 것이 결코 아니었습니다. 바로 어머니의 죽음이 슬퍼서 노래한 것이었습니다.

데뷔곡이기도 한 이 노래는 그가 데뷔 첫 해 갑자기 그의 어머니가 세상을 뜨시는 바람에 쓸쓸하고 외로운 마음을 달래기 위해 작사한 것이었습니다. 이 가사에 작곡가 최종혁 씨가 곡을 붙인 것이었고 이 노래가 발표되자 대중들은 선풍적인 환호로 답했던 것이었습니다.

어저께 노래하던 중간중간에 그는 관객들을 향해 그 동안 가수생활의 소회를 이따금 던졌는데 “제 노래가 좀 청승 맞습니다. 빠른 템포보다 느리고 차분한 스타일의 노래를 좋아하기 때문이죠. 그래도 많은 분들이 사랑해 줘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말했습니다.

맞습니다. 그의 노래는 대부분 청승 맞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의 노래를 들으면서 이심전심처럼 ‘진심’이 느껴져서 너무 좋습니다.

그래서 40년 세월에도 그는 잊혀진 가수가 아닌 국민가수로 우뚝 서 있는 까닭을 어저께 열린음악회를 더 잘 깨칠 수 있었습니다. 비단 노래뿐이겠습니까. 세상만사 모든 일에 진심이 으뜸입니다.

진심이 곧 진정한 힘이자 감동입니다!

강 창 식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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