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주호 악어봉

많은 사람들이 겨울의 명소로 바다를 꼽는다. 사실 바다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 나는 그런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바다보다 호수를 떠올린다. 파도가 들썩이는 드넓은 바다의 백사장을 걷기보다 잔잔한 호수를 지긋이 바라보는 시간이 조용한 나의 성격과도 어울리는 것 같기 때문이다.

바다처럼 역동적이지 않지만 호수는 나름의 매력이 있다. 바다는 오직 바다와 해변만 있지만 호수는 장소에 따라 산도 있고 마을도 있고 다양한 풍경을 볼 수 있다. 특히 안개 낀 호수의 풍경을 바라볼 때면 비현실적이고 신비로운 분위기에 압도된다. 호수에 있다 보면 시끄러운 세상을 잊는데 도움이 되는 것도 좋다. 쉴 틈 없이 울리는 핸드폰, 관계에서 오는 피곤함과 스트레스로부터 말이다. 우리 모두에게는 회사, 사람들로부터 ‘단절될 권리’가 있다. 호수는 그 권리를 충분히 누릴 수 있는 장소다.

우리고장 충청북도에는 국내의 대표적인 호수가 2곳이나 있다. 바로 충주의 충주호, 청주의 대청호다.

충주호는 저수량이 무려 27억 5000톤의 인공호수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다. 사람들은 충주호를 가리켜 ‘내륙의 바다’로 부른다. 충주호는 충주댐 건설로 66.48㎢의 구간이 수몰되며 약 5만명의 수몰 이주민이 생긴 곳이다. 고향을 잃은 이들에게 아픈 기억의 장소지만 지금은 많은 관광객이 방문하는 명소이기도 하다.

충주호는 충북, 단양, 제천 3개 지자체에 걸쳐있고 호수 주변으로 월악산국립공원, 송계계곡, 청풍 문화재단지, 단양 8경, 고수동굴, 구인사, 수안보 온천 등의 많은 관광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충주호의 재미는 ‘충주호 유람선’이다. 약 1시간 30여분 소요되는 코스로 선상에서 수려한 풍경을 볼 수 있다. 그 중에서도 단원 김홍도의 ‘옥순봉도’에 나오는 옥순봉의 기암절벽은 눈으로 직접 보면 감탄을 자아내는 곳이다.

대청호는 대전의 ‘대’, 청주의 ‘청’ 앞 글자씩을 딴 호수로 우리나라에서 세 번째로 큰 인공호수다. 72.8제곱킬로미터의 면적에 15억 톤의 물을 담고 있다. 충주호의 사이즈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결코 작은 곳이 아니다. 대청호는 대전광역시와 충북 청주시, 옥천군, 보은군에 걸쳐 있으며 인근 지역의 식수, 생활용수, 공업용수를 공급하는 생명의 젖줄로 불린다. 호수 위로 해발고도가 200-300m인데 구간에 야산과 수목이 펼쳐져 있어 연인들의 드라이브 코스로 잘 알려져 있다.

대청호와 충주호 둘 다 좋은 곳이다. 차이가 있다면 충주호가 대청호에 비해 자연적인 관광요소가 강점이라면 대청호는 도시민이 좋아할 만한 문화콘텐츠요소가 많다는 것이다. 대청호 주변의 자연생태관, 대청호미술관, 대청호조각공원, 미동산수목원, 청남대 등이 있어 근처를 찾은 방문객이 코스로 움직일 곳이 많다.

“슬플 땐 울 수 있도록 마음 속에 호수를 두어두자” ‘호수’라는 제목을 가진 정숙자 시인의 시 중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저마다의 마음 속에는 호수가 있어야 할 것이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12월이 떠들썩한 연말이 아니라 잔잔한 호수처럼 마무리할 수 있는 달이 되길 바란다.

이 기 수 / 충청북도SNS서포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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