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멀리 친척 집을 갈 때면 ‘지도’가 필수품이었다. ‘지도’에는 지역마다 도로가 상세하게 소개되었고, 고속도로 이용 시 IC는 어디를 이용해야하는지 근처 식당이나 주유소, 소소한 여행팁도 실려 있어 유용했다. 출발하기 전에 어른들이 지도를 자세히 살펴보고 계셨던 풍경이 기억난다. 어떤 도로를 이용할지 미리 확인했는데 미리 메모하거나 암기하지 않으면 길을 잃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지도를 보고 출발했는데도 막상 운전을 하는 와중에 길을 잃어 옆에 앉은 사람을 채근하던 재미난 기억도 난다.

사실 지금은 지도를 가지고 다니거나 외울 필요가 없는 시대라 이런 풍경은 추억 속에서만 머무를 듯싶다. 대부분의 차량마다 내비게이션 시스템이 완비 되어있고, 핸드폰으로도 길 찾기를 쉽게 할 수 있어 인쇄된 지도를 이용하는 사람은 없다고 해야 한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넘어가는 것에는 예외가 없다. 지도의 시대는 막을 내렸고 스마트폰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그런데 만약에 내비게이션이 먹통이 되거나, 지도도 없고, 따로 길을 물어볼 사람도 없는 비상상황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 모르는 길에 들어섰을 때 가장 좋은 방법은 도로의 ‘표지판 번호’를 살펴보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각 도로에는 번호가 매겨져 있고 그 번호가 홀수인지, 짝수인지에 따라 방향을 짐작할 수 있다. 먼저 홀수 번호는 북쪽에서 남쪽으로, 남쪽에서 북쪽으로 연결되는 번호를 가리킨다. 반대로 짝수번호는 동쪽에서 서쪽으로, 서쪽에서 동쪽을 연결하는 도로니 짐작으로라도 길을 찾을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도로는 역시 ‘1번 국도’다. 앞서 소개한대로 홀수번호이기 때문에 남북을 잇는 도로임을 알 수 있다. 1번 국도는 전라남도 목포시에서 평안북도 신의주시에 이르는 일반국도로 전체 길이가 약 1,068km에 이른다. 현재는 남북 분단으로 실질적 종점인 경기도 파주시까지를 1번 국도라고 하는데 길이는 496km 정도다.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지어진 국도로 포장된 도로 중 가장 길다고 알려져 있다.

1번 국도가 서울, 대전, 광주, 목포를 잇는 도로라면 1번 고속국도는 서울과 부산을 연결하는 ‘경부고속도로’다. 경기도의 ‘경’, 부산의 ‘부’를 딴 도로명이다. 간혹 1번 국도와 1번 고속도로가 같은 라인인줄 아는 사람도 있지만 남북을 연결하는 도로라는 점만 같지 종착지는 완전히 다르다. 1번이 주는 역사적 의의와 상징성 때문에 경부고속도로를 ‘대한민국 국토의 대동맥’으로 부르기도 한다.

1번 도로는 1번 국도와 경부고속도로만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충청북도에도 하늘과 맞닿은 1번국도가 있다. 바로 충주의 ‘하늘재’다. 하늘재는 문헌으로 기록된 최초의 도로다. 충북 충주시 미륵리와 경북 문경시 관음리를 이어주는 남북을 잇는 고갯길을 ‘하늘재’라고 부른다. 앞서 소개한 1번 국도나 1번 고속국도 보다 훨씬 오래된 한반도 최초의 1번 국도다.

하늘재는 지금으로부터 1850여 년 전인 156년에 신라 제 8대 아달라왕이 북진을 위해 개척한 길이라고 전해진다. 신라가 한강으로 진출했던 교두보 역할을 했고 눈물을 머금고 마의태자가 금강산으로 향할 때도 이 고개를 넘었다고 한다. 아마도 많은 선비들이 한양으로 과거를 보기 위해 이 길을 걸었을 것이다.

하늘재는 왕복 탐방도 3시간이 채 걸리지 않아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관광지며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도 소개된 곳이다. 살면서 한 번쯤은 꼭 다녀와야 할 곳이다. 자연과 하나가 되어 걷다보면 하늘과 맞닿은 풍경에 속세의 시름을 잊을 수 있을 것이다.

이 기 수 / 충청북도SNS서포터즈

저작권자 © 충북도정소식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