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세지감(隔世之感), 아주 바뀐 다른 세상이 된 것 같은 느낌이나 또는 많은 변화가 있다는 뜻을 가리키는 사자성어다. 세상이 발전하면서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다보니 격세지감이라는 말을 할 때가 많다. 너무나 변화한 것이 많지만 그 중에서도 열차에 관한 풍경에 격세지감을 느낀다.

아직도 기억나는 것은 처음 KTX를 탔을 때의 기억이다. 빠른 속도에 귀가 먹먹한 것도 신기한 경험이었지만 서울까지 채 한 시간도 걸리지 않는 다는 것이 더 충격이었다. 전처럼 많은 역을 정차하지도 않고 빠르게 무정차로 통과 할 때면 일종의 쾌감도 느꼈다.

이제 미래에는 KTX보다 더 빠른 고속열차가 다닐 것이라고 한다. 최근에 개발된 ‘하이퍼루프원’이라는 운송수단은 서울에서 부산까지 단 ‘16분’이면 이동한다. 시속 1,200km의 가공할 속도로 움직이는 열차다. 얼마 전 시험운행은 성공했고 안정성만 확보하면 아마도 10년 후에는 실용화될 것이다.

열차뿐만 아니라 기차역에 관한 풍경도 많이 바뀌었다. 예전에는 열차를 타거나 플랫폼에 들어서기 위해서 역무원에게 표를 보여 줘야했고 같이 간 지인을 배웅이라도 하려면 열차표와 별개로 통행권을 끊어야 했다. 배웅하기 위해서 500원인가를 지불했던 기억이 난다. 이제는 입구에 역무원이 없이 자동으로 좌석을 확인하는 시스템이고 플랫폼을 간다고 해서 돈을 받지 않는다. 사람이 하던 일을 기계가 대신하는데 기계가 하던 일은 사람이 대체할 수 없는 세상을 살고 있다.

열차나 기차역의 풍경 못지않게 역 자체만으로도 격세지감을 느끼는 곳도 있다. 충북의 대표역 ‘오송역’이야말로 수많은 역 중에 격세지감의 주인공이다. 오송역의 역사는 흥미롭다. 1921년에 개업하고 여객수요가 부족하여 1983년부터 화물만 취급하던 간이역이 되었다가 개업한지 89년만인 2010년에 충북선과 KTX의 환승역으로 새롭게 단장한 것이다. 오송역은 국내 유일의 고속철도 분기역으로 세종특별자치시 출범 및 정부세종청사 개청 등으로 이용률이 해마다 증가 추세다.

그리고 올해 처음으로 개통 이후 이용객 600만명을 돌파하며 역사의 한 페이지를 다시 썼다. 사람이 타지 않던 조그만 간이역에서 한 해 600만명이 이용하는 명실상부한 대한민국의 중심으로 성장한 것이다.

오송역의 연간 이용객은 전국 44개 고속철도역 가운데 9번째다. 충청북도는 오송역을 더욱 활성화하기 위해 인근 대전지역과 세종, 그리고 청주공항을 연결하는 광역 간선급행버스체계(BRT) 도로 구축사업을 추진하는 등 발 빠르게 대비하고 있다. 세종시의 관문이자 국내 유일의 고속철도 분기역으로 존재감을 키우며 앞으로 더욱 이용객이 늘어날 전망이다.

한 때 로또를 사면 ‘인생역전’이 될 수 있다는 말이 유행했다. 물론 ‘인생역전’보다 ‘인생여전’인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오송역을 보면 새삼 신기하다. 적절한 비유는 아니지만 언젠가 빛나는 자신의 가치를 알아주고 꿈을 쫓다보면 간이역에서 중심으로 변화하는 격세지감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작은 기대 속에 오늘을 살아간다.

이 기 수 /  충청북도SNS서포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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