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군가 여행 갈 곳을 추천해 달라고 하면 늘 ‘지리산둘레길’을 꼽는다. 전북, 경남, 전남의 3개도와 남원, 구례, 하동. 산청, 함양의 5개 시군을 잇는 285km의 장거리 도보길이 지리산 곳곳에 걸쳐있어 ‘지리산둘레길’로 부른다. 초보자부터 전문가까지 난이도가 상이하며 보게 되는 풍경이 달라 매력적이다. 자신의 취향이나 체력 등에 따라 옛길, 숲길, 강변길, 논둑길, 농로길 등 다양한 형태의 길을 선택할 수 있다.

저마다 다른 길의 모습이지만 하나의 지향점이 있다. 바로 ‘느림의 미학’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기차, 택시, 버스 등 교통수단에 익숙해진 현대인들은 하루 종일 걸을 일이 없다. 둘레길에서는 오직 시속 4km의 느린 속도로 어떤 외부적인 힘에도 의지 않고 오로지 나의 두 다리를 통해 앞으로 나아 갈 뿐이다. 걷다보면 도심과 다른 정지된 풍경, 높은 고층건물이 없어 시야가 트여 기분마저 상쾌해진다. 어딘가 시골을 떠올리게 하는 그리운 냄새와 저무는 노을에 취하다보면 어느새 종착지에 오게 된다.

지리산 둘레길의 특별함은 행정구역상의 시군경계를 자연스럽게 이었다는 것이다. 인간이 편의로 정해놓은 구획에서 벗어나 오래 전부터 존재했던 자연의 경계를 넘나드는 것이다. 행정단위의 구분은 자연스럽게 무너지고 길을 통한 새로운 광역 네트워크 체계가 구축이 되는 것이다. 개인에게도 많은 것을 느끼게 하는 곳이다. “어리석은 사람이 머물면 지혜롭게 된다”는 지리산의 뜻처럼 길을 걷다보면 어리석은 내 자신이 지혜롭게 되는 것만 같다.

전국에 지리산둘레길, 제주올레길 이후 많은 길들이 생기고 있다. 충북에는 대표적으로 ‘속리산둘레길’이 있다. 충북 보은군과 괴산군, 경북 문경시와 상주시를 연결하는 속리산권역의 둘레길은 총거리 200km의 도보길이다. 둘레길이 위치한 보은은 지형적으로 국토의 중심에 위치하여 전국어디서나 접근이 용이하다. 대표적인 코스 중 하나인 ‘보은길’은 생태와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생명의 길로 걸어가는 곳마다 소나무, 단풍나무, 대추나무, 사과나무가 풍요롭게 자라고 있는 길이다.

몇 년 전부터 트레킹열풍이 불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빠르고 복잡해만 가는 사회의 분위기에 대한 저항이나 반감일지도 모른다. 인간은 스스로에게 부족한 것을 채우는 존재다. 단풍이 사라지기 전에 가까운 사람과 함께 사람이 있고 마을이 있고 아름다운 자연이 보존된 속리산둘레길을 걸어보길 추천한다.

이 기 수 / 충북SNS서포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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