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릉(泰陵)은 조선의 11대왕 중종의 계비였던 문정왕후의 묘소지만 그보다는 ‘태릉선수촌’이라는 이름이 우리에게 익숙하다. 1966년 설립된 태릉선수촌은 국내 유일의 종합트레이닝 센터로서 국가대표선수, 후보선수의 육성을 담당했던 우리나라 체육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였다.

그간 선수촌에 입소한 선수들은 체계적인 시스템과 과학적인 훈련기법, 각종 훈련시설이 완비된 시설에서 몇 년간 구슬땀을 흘리며 올림픽, 월드컵을 준비했다. 올림픽에서 10위권 이내에 진입하고 각종 국제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며 한국이라는 브랜드를 널리 알릴 수 있었던 것도 열심히 훈련해준 코치들과 선수들의 노력과 더불어 태릉선수촌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9월 대한민국의 중심, 충청북도에 ‘진천선수촌’이 개촌하며 ‘태릉의 시대’는 저물고 ‘진천의 시대’가 시작됐다. 새롭게 조성된 진천선수촌과 이전의 태릉선수촌을 비교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51년간 크고 작은 개보수를 통해 시설을 확충한 태릉선수촌에 비해 시설, 시스템, 수용인원 등의 규모에서 약 3배 수준으로 확장됐다. 무이산 자락에 자리 잡은 진천선수촌은 부지면적만 해도 태릉선수촌의 5배 규모이니 더 쾌적하고 더 여유있는 환경에서 선수들이 훈련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진천선수촌은 단지 규모만 커진 것이 아니다. 보다 다양한 종목의 훈련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그간 비인기종목 중 하나였던 스쿼시, 럭비, 사이클 등은 선수촌에 훈련시설이 없어 외부에서 훈련을 해왔다고 한다. 종목에 관한 대중의 관심도 적고 훈련시설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운동장이나 도로 등 위험하고 낙후된 환경에서 연습해온 선수들에게 한 줄기 희망이 될 것이다. 선수들이 훈련에 매진할 수 있는 여건과 환경만 조성된다면 앞으로 있을 각종 대회에서 더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은 시간문제다.

스포츠는 과학이다. 분석과 평가라는 과학의 메커니즘이 스포츠에도 적용되며 과학을 통해 훈련의 질이 높아진다. 현대의 스포츠는 선수의 발굴과 훈련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 과학의 힘을 빌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로 양궁 등의 대회에서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일 수 있었던 것도 과학이나 심리학을 통한 선수들의 정신력 배양이 한 몫 했기 때문이다. 진천선수촌은 스포츠과학센터 등을 갖추고 있어 경기력 향상을 위한 연구 및 측정이 가능하여 앞으로 다양한 종목의 선수들이 체계적인 훈련의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4대 스포츠 대회(월드컵, 하계 올림픽, 동계올림픽, 육상경기)를 유치한 세계에서 몇 안 되는 나라다. 4대 스포츠대회를 열었다는 것은 분명 대단한 성과지만 우리나라가 4대 스포츠대회를 열만큼 스포츠 강국이냐는 물음에는 대답하기가 어려운 게 사실이다.

인기 있는 종목에만 편중된 지원과 관심, 생활스포츠의 저변부족 등 분명 단점도 있다. 태릉선수촌이 엘리트스포츠인의 상징이었다면 새롭게 열리는 진천선수촌을 통해 체육을 통한 국민건강 증진, 다양한 체육종목의 활성화와 국위선양, 스포츠 산업의 융·복합 시대에 맞는 전진기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기 수 / 충청북도SNS서포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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