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길목이라는 ‘입동’이다. 아침 출근길에 보니 살짝 고인 웅덩이에는 살얼음이 생겼고 며칠 전까지만 해도 아파트 어귀에 그림처럼 물들었던 은행나무에는 앙상한 가지만이 남아 있다. 작고 예쁜 은행잎을 주워 지난 계절을 가슴에 새겨본다. 단풍으로 물들었던 짧은 가을처럼 우리의 삶도 찰나의 시간 같다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는 가을을 가리켜 ‘여름이 타다 남은 재’라고 했는데 우리는 다가온 겨울의 추위를 녹일 만큼 사랑하고 있을까.

올해는 기껏 5권의 책밖에 읽지 못했다. 사는 게 바쁘다는 이유로 새해에 목표했던 양만큼 책을 읽지 못했다는 것이 부끄럽다. 2년 전 프랑스로 여행을 간 적이 있었는데 그들에게 부러웠던 점은 ‘독서문화’였다. 길을 지나면서, 지하철을 기다리면서, 공원 벤치에 앉은 청년이나 노인들의 손에는 늘 책이 들려있었다. ‘인간답다는 것’의 다른 말은 ‘여유를 아는 것’일지도 모른다. 책을 읽는 시간이 주는 여유와 사색이야말로 ‘인간본성’이며 최고의 장점 아닐까. 나무는 썩은 잎을 자양분으로 삼고 사람은 책을 통해 삶의 자양분을 얻는다. 핸드폰을 내려놓고 책장에서 손길을 바라는 책들을 꺼내봐야겠다.

우리 고장 충북은 아름다운 자연도 일품이지만 훌륭한 문학인을 여럿 배출한 곳으로 유명하다. 충북을 대표하는 문학인으로 많은 사람들이 옥천 출생의 ‘정지용 시인’을 첫 번째로 꼽는다. 시인의 대표작 ‘향수’는 아름다운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작품으로 시의 대표적인 구절인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는 노래로도 만들어졌다. 작품은 일제강점기의 비극을 상징적으로 노래하면서 고향을 떠나온 많은 이들의 마음을 대변해준다. 옥천에는 정지용 시인의 생가와 문학관이 있어 옥천을 찾는 여행객들이 꼭 들르는 곳 중 하나다.

정지용 시인과 인연이 있는 또 한 명의 충북 시인으로는 ‘오장환 시인’이 있다. 보은 출신의 오장환 시인은 정지용 시인과는 휘문고등보통학교의 동창이며 또한 사제지간이었다. 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인 도종환 시인은 오장환 시인을 가리켜 ‘숨겨진 보석상자’라고 칭했다. 한동안 월북작가로 읽기가 금지되었지만 1988년 월북문인에 대한 해금조치가 이루어지며 시인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지고 있다. 보은에는 오장환 시인의 생가와 문학관이 조성되어 있으며 얼마 전에는 시인을 기리기 위해 문학제가 열리기도 했다.

오장환 시인의 대표작인 <나의 노래>라는 시에는 “나의 노래가 끝나는 날은 내 가슴에 아름다운 꽃이 피리라” 라는 문장이 있다. 이번 겨울이 끝나는 날에는 문학으로 가슴에 아름다운 꽃을 피웠다 말하고 싶다.

이 기 수 / 충청북도SNS서포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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