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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산책] 가을 햇살
[시조산책] 가을 햇살
  • 함께하는 충북
  • 승인 2017.11.13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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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 햇살

                                                            고. 박 용 삼
 

아파트 담벼락에 힘든 짐 내려놓고
지친 육신 기대서면 가을 햇살 한 뼘이

핏기도
없는 손바닥에
가만 내려앉는다.

움켜쥐면 달아났다 손주면 다시 앉고
저녁 무렵 다 돼서야 저만치 사라진다

너 혼자
떠나고 나면
어쩔거나 나 혼자.

 


[작품 해설]

이 시조는 박 용삼시인이 죽음을 앞둔 마지막 가을에 쓴 작품으로, 읽다보면 가슴이 먹먹해지고 금세 눈물이 핑 돕니다. 평생 언론인으로 거칠 것 없는 펜을 들어 사회 전반을 누볐지만, 어느 날 갑자기 밀어닥친 암이라는 병 앞에선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파트 담벼락에 힘든 짐 내려놓고…’로 시작되는 첫수부터 병마 앞에서 어찌해볼 도리가 없는 시인의 막막함이 묻어납니다. 병자도 보호자도 지쳐갈 무렵, 무겁고 힘든 육신을 담벼락에 기대어 가만 내려앉는 가을 햇살을 움키다, 손을 주어보다, 결국 저녁 무렵엔 햇살마저 시인을 떠나 저만치 달아납니다. 죽음을 목전에 둔 시인은 이 조용하고 고독한 풍경을 애써 억누르며 담담히 시조로 풀어갔습니다.

본인이 가고 난 뒤 남겨질 가족에 대한 애틋함이 사무쳐 짧은 가을 햇살을 빌어 ‘너 혼자 떠나고 나면 어쩔거나 나 혼자’ 라고 독백처럼 읊조립니다. 절절한 시인의 마음이 전해지는 이 둘째 수 종장 앞에서 잠시 호흡을 고르게 됩니다. 결실의 계절이기도 하지만 이별의 계절이기도 한 가을 끝자락에서 한 시인이 남기고 간 마지막 독백 같은 시조 한 편을 더듬어 봤습니다.   [한국시조시인협회 이사 윤 현자]
 

 [시인 소개]

고. 박 용삼시인은
1941년 충북 영동 출생, 2007년 4월 사망
1960년 시 ‘꽃과 왕도’가 조선일보 신춘문예 입선하여 문단 데뷔
그후 ‘시뻘건 덩어리로 포복하여 오라’ 등 감각에 의한 예민한 시 다수 발표
시집으로 ‘비 맞은 새’ 등이 있으며, 충북시조문학회 회장을 역임.
1999년 충북도 문화상, 1989년 한국신문협회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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