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진의 "내 고향 잠복근무" ④
이승진의 "내 고향 잠복근무" ④
  • 함께하는 충북
  • 승인 2017.10.13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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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농산물 직판장 / 낮

아파트 단지 앞에 펼쳐진 직판장. 사람들이 자기 마을 특산품들을 홍보하고 있다.
한쪽 구석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설명을 하고 있는 진삼리 마을 이장 장춘봉(62).
뒤로는 작은 현수막으로 <국내 최고의 진삼 판매>가 붙어있고 옆에는 안팔린 인삼박스들이 잔뜩 쌓여져 있다. 옆에는 오래된 군복을 입은 황원사와 상대적으로 젊은 병춘이 포기한 채 앉아있다.

춘봉 (느릿한 말투) 다시 한 번 저희 진삼리 인삼으로 말씀드리자면 이게 보통 인삼이 아닙니다. 인삼 중에 진짜 인삼이라 해서 진삼이라는 호칭을 받은 국내 최고의 삼입니다. 이 진삼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오장을 보하고 정신을 안정시키며...

춘봉의 말에도 아랑곳없이 옆에 있는 블루베리 가판대에만 몰려드는 사람들.
블루베리의 효능이 피부미용과 다이어트에 좋다는 판매원의 입담에 주부들의 눈이 동그래지며 서로 사려고 난리법석이다.
이때 춘봉 쪽으로 다가오는 한 아줌마. 진삼을 집어 든다.

아줌마 (시큰둥) 이거 꼭 도라지 같이 생겼네.
춘봉 생긴 건 그래도 효능은 매우 좋은 삼입니다.
아줌마 암만 봐도 도라지인데... (냄새를 한번 맡더니) 으웩, 냄새가 왜 이래요? 썩은 거 아냐?
춘봉 인삼은 냄새가 진할수록 좋은 삼입니다.
아줌마 에이 무슨 하수도도 아니고 이런 걸 누가 먹어.

손에 잡은 진삼을 휙 던지고 가버리는 아줌마.
춘봉, 뭐라 말은 못하고 진삼을 다시 정리하고 있는데 옆에 놔둔 조그마한 미니 TV에서 뉴스가 나오는 게 보인다. 올해 들어 인삼도둑이 극성이라는 뉴스로, 벌써 8번째 인삼밭이 털렸다고 한다. 이어서 나오는 한 농민의 인터뷰. 애써 가꾼 인삼들이 모조리 도둑맞아 죽을 맛이다.

병춘 (한숨) 우리 진삼은 도둑도 안 훔치네 그려. 뉴스라도 나왔으면...
황원사 에휴.. 왜 이 좋은 걸 몰라주는지.
춘봉 (뉴스를 보다가) 오늘은 그만 접지.
병춘 벌써? 이만큼이나 남았는디...
춘붕 좀 들를 때가 있구만.


2. 대삼의 집 / 저녁

문을 열고 들어오는 춘봉.
안은 완전히 난장판이다. 입다만 옷들이 널브러져 있고 식탁엔 먹다만 컵라면과 김치 쪼가리. 쓰레기봉투는 한가득. 한숨이 나오는 광경뿐이다.

(시간경과)
쓰레기봉투를 정리하고 있는 춘봉. 이때 문이 열리며 대삼이 들어온다.
아버지를 보고 놀라는 대삼.


3. 대삼의 집 / 밤

조그마한 밥상에 마주 앉아있는 대삼과 춘봉. 대삼 어색한 기색이 역력하다.

춘봉 이게 우리 마을 특산품인 진삼주여.

얼른 무릎을 꿇고 술잔을 받는 대삼. 고개를 돌려 한잔 쭉 들이킨다.
진삼주라 그런지 냄새가 고약하다.

대삼 아우, 요즘은 인삼 먹으면 노인네 취급 받아요.
(김치 하나 집으며) 근데 갑자기 어쩐 일이세요?
춘봉 이놈아. 애비가 자식 보는 게 뭔 일 있어야 보는겨? 전화는 뒀다 뭐하냐? (말하다 보니 답답하다) 그리고 집안 꼬락서니가 이게 뭐여?
대삼 (시큰둥) 잔소리 하려고 오셨어요...?
춘봉 답답해서 그런다. 손주 봐도 남을 나이에 아들 하나 있는 놈이 이 모양이니 어느 애비가 술이 안 넘어 가냐?
대삼 내일 몇 시에 내려가세요? 터미널까지 바래다 드릴게요.
춘봉 누구 좀 만나고 점심때나 가련다. 넌 나올 거 없다.

속상한 듯 진삼주를 한 모금 하는 춘봉.
할 말 없는 대삼. 불편한 듯 춘봉의 눈치만 살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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