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알아가는 중이다. 어린이집, 유치원 아이들과 도청 정원을 걸으며 나무 풀, 꽃 곤충을 함께 보고, 관찰하고, 나뭇잎으로 여우도 만들고, 매미도 접는다.

이 프로그램은 충청북도지속가능발전협의회 생물다양성 학교로 지난 7월부터 도청 정원에서 오는 10월 말까지 진행된다. 지속가능발전협의회는 이 번 생물다양성 교육을 통해 어린이들이 자연과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갖는데 그 의의를 두고 있다.

여러 가지 풀, 꽃, 나무, 곤충을 보며 “네 이름이 뭐니?” 묻기도 하고,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서 있는 나뭇잎들처럼 양 팔을 흔들흔들 흔들어도본다. 나뭇잎 낚시 놀이를 통해 얻어지는 작은 뿌듯함이 아이들에게는 성취욕 또는 자존감 형성에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

갈퀴 달린 하얀 덩굴손을 따라 이어지는 텅빈 동그라미, 네모, 사다리꼴의 나무 꼭대기에 시선을 멈추면 파란 하늘이 딸려 내려온다.

아이들은 정적인 것 보다는 동적인 것에 매우 큰 반응을 보인다. 기하학적 무늬에 얼기설기 이어붙인 무당거미의 작은 몸짓에도 기암을 한다. 섬뜩하고 오싹하지만 더 빨리 더 많이 거미에 눈을 맞추려고 조바심을 낸다. 그런 거미를 걷어 거미 실이 어디서 나오는지, 실젓도 보여주고, 거미의 암, 수도 구별해 본다. 실을 길게 늘어뜨리고 입으로 후 불어 바람의 반동으로 이동한다는 것도 안다.
 
영산홍 잎을 야곰야곰 갉아 먹은 극동등애잎벌 애벌레의 꿈틀거림은 아이들에게 한없이 귀엽고 어여쁜 존재다. 귀엽다 예쁘다를 연발한다.

도청 정원 연못가 느티나무는 밤처럼 검고, 주위의 어떤 것보다 크고 우렁차다. 뵤족한 잎들은 늘 보는 이들의 마음을 기운차게 한다. 아름드리 나무아래서 아이들의 손짓 발짓 재잘거림은 지나는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넌 이름이 뭐니?

작은 풀꽃을 직접 만지며 느낌 나누기를 통해 숲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에 대해 생각해본다. 지금, 이 아이들은 자연놀이를 통해 창의성, 공동체성, 예술성 집중력을 기른다. 여러 가지 나뭇잎을 통해, 작은 풀꽃 그리고 아무렇게나 나뒹구는 지렁이똥에서 사물에 대한 관찰력을 기르고 자연현상을 이해하는 힘을 기른다. 자연을 알면 과학이보인다.

요즘 초등학교 3학년부터 과학을 공부한다. 그 과학 교과서를 보면 대부분 자연을 알아가는 것이다. 나뭇잎 모양을 알고, 곤충을 알고, 씨앗을 알아가는 것이다.

어느 날 수업이 끝나고 아이들과 인사를 나누고 돌아서는데 7살 아이가 작은 돌멩이를 건넨다. “선생님 제 마음이에요.” 란 글씨가 삐뚜름하다. 아이의 작은 마음이 나에게는 눈덩이처럼 큰 마음으로 전달된다.
나는 나무에 등을 기대고, 정수리를 조아대는 반짝거리는 것들을 올려다보았다.

신 준 수 / 숲 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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