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것 같지 않던 가을이 어느새 곁에 와 있다. 이젠 가버린 여름의 추억은 무엇인가? 윤동주 시인 탄생 100주년을 맞아 용정의 생가 방문과 백두산 천지를 마주한 감격을 지닌 채 지난주 토요일 직원들과 단양일원을 다녀왔다.
 
해방을 맞은 1945년 개교한 가곡초 보발분교를 찾아가니 ‘공산당이 싫어요’ 라는 승복소년 동상이 교사 앞 정원에서 여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국전쟁 휴전 후 시간은 몇 굽이 흘러갔는데 늘 우리를 위협하고 있는 북쪽 사람들이 원망스러우면서도 잠시 깊은 산속에서 평화를 누리게 된 그날이 더없이 소중한 기억이다.

구불구불 첩첩산중에도 길은 잘 포장되어 있고 지자체마다 지역민의 경제와 복지를 위해 다각도에서 문화 행정을 펴나가고 있음을 단양 곳곳에서 만나게 된다. 마늘, 아로니아, 소백산 철쭉, 패러글라이딩 등 이미 웰빙 문화로 유명해진 단양인데 이번엔 최근에 매스컴에 소개된 수양개빛터널과 만천하스카이워크를 답사하기로 계획하였다.

이곳저곳 경유 해걸음쯤 매표를 하고 보니 관람객이 많아 한참 기다려야 했지만 저녁을 먹지 못해도 꼭 체험하자고 의견을 내었다. 기대반 염려반 꽤 높은 만학천봉으로 올라가니 둥그런 아치형 구조물이 화려하게 우뚝 서있다. 마치 달걀을 세워놓은 형세에 나선형으로 나무보행로를 제작하여 우아하면서도 말굽형을 떠오르게 한다.

네 바퀴 넘게 걸어 오르면서 자연스레 최고 전망대에 당도하니 걸음걸음마다 구름 속을 걷는셈이다. 회전하면서 위로 걸어 오르니 높이에 따라 조망되는 느낌이 다름을 실감한다. 주변경관을 360도 각도에서 시원스레 감상하여 도시 속에서 깃든 시름이 안개처럼 사라지고 마는 것이다. 삼지창처럼 남한강 위로 돌출한 스카이워크는 모두 3개인데 가장 긴 15미터 강화유리 아래 남한강이 가물가물 내려다보이는 아찔함과 스릴감이 대단하다. 혹시 무너질까 겁이 나는데 코끼리가 올라서도 무방하단다.

단양군이 2012년에 기획하여 국내 기술로 제작 했다니 자랑스럽고 전망대에서 바라본 소백산과 단양읍 그리고 남한강을 한눈에 볼 수 있으니 자연의 고고함과 사람의 위대한 노력이 어우러진 조형예술의 정점이 아닐 수 없다.

아름다운 음악에 맞추어 빛이 춤추는 화려하고 환상적인 수양개빛터널까지 답사 후 나와보니 해가 어두워져 청주로 돌아갈 걱정이 앞서지만 단양의 마늘정식도 먹어보아야한다고 서둘러 맛집을 찾아 간다. 온통 차림이 마늘판이다. 마늘을 굽고 졸이고 오삼불고기 위에 얹힌 생마늘까지 사람들마다 젓가락이 쉬질 않는다.

단양 지방은 석회암 지대에 약산성의 토양으로 밤낮의 큰 일교차도 있어 마늘 재배에 적합한 조건을 갖추고 있단다. 6월 중 하순경에 수확한 단양마늘은 대부분 6쪽으로 단단해서 저장성도 강하다. 무엇보다 맛과 향이 독특하고 매운 맛도 강해 미식가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야채 쌈에 마늘장아찌를 넣어 한 입 베어무니 그 맛이 단양의 맛처럼 붉으레 달콤하다.

하늘 높고 산야의 온갖 나무가 단풍으로 새 옷을 갈아입는 가을이 스카이워크를 향하여 다가올 것이다.
땅에만 안주할 것이 아니라 좀 더 높은 하늘을 향해 바람을 타고 해 달 별님까지 닿을 수 있는 마음의 스카이 워크가 우리 도민 한 사람 한 사람에게 필요한 시점이다.

만학천봉(萬壑千峯)에 온 천하를 곱게 펼쳐주는 만천하 스카이워크가 지친 사람을 기다리고 있다. 오르는 사람마다 전에 없던 곱고 푸른 꿈을 꾸게 될 것이다. 인생은 쉬임없이 오르는 자의 것이다. 가을이 더 깊이 오기 전에 그리로 향해볼 일이다.

소백산의 정기 담뿍 남천계곡이 시작되는 그 맨 위 ‘하늘아래별천지’에서 밤하늘 별을 세며 하루 묵어 올 수 있다면 더 바람이 무엇이겠는가?

박 종 순 / 복대초 교장.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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