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뿔소가 보고 싶으면 어디로 가야할까? 아마 이 질문을 들으면 대부분 아프리카나 인도 등을 떠올릴지 모른다. 근데 흥미로운 사실은 지금은 한반도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춘 ‘코뿔소’가 과거 우리 지역에 살았다는 것이다. 그것도 다름 아닌 충북에 말이다.

코뿔소의 흔적이 있는 곳은 충북 제천이다. ‘제천 점말동굴 유적’은 제천시 송학면 포전리에 위치한 구석기 시대 유적지로 충청북도 기념물 제116호로 지정된 곳이다. 이곳에서 사람의 얼굴을 새긴 코뿔소의 뼈가 발견되었다. 유물의 시간적 역사를 추정하면 약 70만년에서 10만년 전이다. 정말 아득한 옛날로 상상도 되지 않는 긴 시간이다. 더군다나 현재의 관점에서 코뿔소가 살고 있는 한반도는 비현실적인 이미지다. 제천 시내나 호수를 돌아다니는 코뿔소라니, 써놓고도 상상이 안 간다.

충북은 선사시대 유물의 보고다. 구석기부터 신석기까지 다양한 선사시대의 유물이 발견됐다. 이렇게 많은 유물이 발견되었다는 것은 다른 지역에 비해 살기 좋은 지역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국내에서 발견된 구석기 유적 중 가장 오래된 유적은 ‘단양 도담리 금굴’에서 발견됐다. 전기 구석기부터 청동기 시대까지 거의 모든 시기의 유물층이 발견된 곳이다. 남한에서 최초로 발견된 중기 구석기시대의 인골 화석도 단양 상시동굴이 유적지다. 약 25세 정도의 남자 뼈가 출토 되었다. 약 4만년에서 1만 년 전까지의 후기 구석기 시대 유물도 많다. 단양의 수양개는 석기제작지와 고래, 물고기 형상을 한 동물의 석상이 발견됐다. 바다가 인접하지 않은 충북에 고래와 물고기 형상의 예술작품이라니,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교과서에 나오는 ‘흥수아이’의 유적도 옛 청원인 청주 두루봉 동굴에서 발견됐다. 흥수아이는 1983년 광산소장인 김흥수씨가 채석장을 둘러보다가 발견한 인류의 화석이다. 처음 발견한 사람의 이름을 따서 사람 뼈가 발견된 동굴을 흥수굴, 사람 뼈는 ‘흥수아이’라고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흥수아이의 고고학적 가치는 동아시아에서 발견된 사람 뼈 가운데 유일하게 온몸이 온전하게 남아있다는 점이다.

대략 4만년 전에 살았던 구석기인으로 추측되며 아이가 죽은 당시의 나이는 5~6세 정도로 추정된다. 흥수아이를 처음 발굴할 때 국화꽃 화석이 나왔다고 한다. 이는 선사시대의 장례풍습을 보여주는 흔적으로 평가 받는다. 죽은 아이의 명복을 빌어주기 위해 4만년의 시간이 흐를 동안 온전하게 발견될 수 있도록 정성스럽게 아이를 묻어줬을 부모의 마음, 국화꽃을 던져주며 명복을 빌었던 사람들의 마음을 생각해 본다.

유적을 하나하나 알아가다 보면 구석기 시대의 삶과 현재의 삶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먹고 살기 위해 사냥을 하고, 채집을 하는 구석기 시대 사람들이나 노동력을 제공하고 월급을 받고 그것을 통해 소비를 하는 현대인의 삶 또한 마찬가지로 치열하기 때문이다. 

이 기 수 / 충청북도SNS서포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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