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토불이(身土不二)라는 말이 과거 유행했던 적이 있다. 뜻풀이를 하자면 우리 땅에서 자란 우리 농산물이 우리 몸에 좋다는 이야기다. 사실 농산물들의 원산지는 대부분 우리나라가 아니기 때문에 신토불이라는 말이 과연 맞는 말인지는 의문이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리지 않나 싶다.

우리 땅에서 자랐다고 생각하는 많은 식물들은 대부분 먼 고향을 갖고 있다.

요리에 없어서는 안 될 ‘마늘’은 이집트가 고향이다. 오래된 기록에 따르면 마늘은 강장제로 복용하였다고 하다. 글래디에이터(Gladiator), 즉 검투사들이 시합 전에 먹었다고 전해진다. 희대의 바람둥이였던 카사노바도 마늘을 즐겨 먹었다고 한다.
 
우리가 즐겨먹는 ‘감자’는 남미 안데스 산맥의 페루가 고향이다. 감자는 비교적 험지에서도 잘 자라고 충분한 영양소를 갖춘 식물이다. 또한 장기간 보관이 가능하다. 만약 ‘감자’가 없었다면 이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굶주렸을 것이다. 참 고마운 ‘감자’가 아닐 수 없다.

한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매운맛을 내는 ‘고추’는 어떠한가. ‘고추’도 아메리카 대륙이 원산지로 알려졌다. 일본을 거쳐 임진왜란을 통해 전해졌다 라는 이야기와 예전부터 우리나라에 재배가 됐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어찌됐든 지금의 김치는 17세기 말 배추와 고추의 사용이 확대되면서라고 전해진다.

고추를 보면 불교에서 금지하는 다섯 가지 음식물이 떠오른다. 마늘, 파, 달래, 부추, 흥거(양파). 이 다섯 가지는 불교에서 금하는 음식물이다. 불교에서는 이를 ‘오신채(五辛菜)’라고 부른다. 스님들이 섭취하는 것을 금지하는 이유는 이 음식물들이 수행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음식물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하나같이 맵고 향이 강렬하며 자극적인 특징을 갖고 있다.

불교경전에서는 오신채를 섭취하면 음욕과 화기를 불러와 마음을 흐트려 놓고 독심이 생긴다고 한다. 음식은 몸을 이루는 요소기 때문에 어느 정도 맞는 이야기라고 생각된다. 채소를 먹는 사람에 비해 육류를 즐기는 사람들이 에너지가 많기 때문에 화를 잘 낸다는 이야기도 있다.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오신채에 ‘고추’가 없다는 것이다. 맵기로는 오신채에 비할 바가 아닌데 왜 고추는 오신채에서 빠졌을까?

고추는 열대성 식물로 늦봄부터 여름에 걸쳐 재배되는 대표적인 양념재료다. 고추는 매운맛을 내는 것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효능을 갖춘 양념재료다. 대표적으로는 소화불량을 치유하고 식욕부진 해소로 쓰인다. 아마도 이러한 효능 때문에 오신채에 속하지 않았으리라.

우리나라에서는 충북 괴산군이 조선시대부터 고추를 재배했다고 전해진다. 해발 250m 산간의 청정고랭지인 괴산은 고추가 재배하기에 알맞은 지리와 기후를 갖추고 있다. 고추는 어디서든 잘 자라지만 괴산고추, 음성고추는 특유의 맛과 향이 일품인 명품 고추이다.

청정한 충북의 자연환경에서 자란 고추는 전국 최고의 명품브랜드로 소비자들에게 각광을 받고 있다. 8월 하순에서 9월 초순은 본격적인 고추의 출하 시기다. 고추로 유명한 괴산에서는 괴산고추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같은 기간 ‘고추축제’가 열린다.

노랗게 물들어가는 들녘, 빨갛게 익어가는 고추를 보다보니 어느덧 가을도 성큼 다가온 듯하다.

이 기 수 / 충청북도 SNS서포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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