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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오피니언칼럼
포말의 바다
함께하는 충북  |  chungbuk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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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8.10  13:3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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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모든 것을 받아들인다고 해서 바다라 하는가. 깊은 어느 산골짜기의 이름 모를 곳에서 졸졸졸 흐르다가 시냇물이 되고, 개천물이 되었다. 그러다가 큰 강물이 되었다. 강물은 다시 흐르고 흘러 바다에 다가선다. 바다는 아침 이슬처럼 맑고 깨끗한 물만 받아들이지 않는다. 흙탕물, 구정물, 세파에 오염된 물일지라도 아무런 투정 없이 가슴으로 안는다.

서해안은 수자원의 보고인 갯벌이 광활하게 뻗어있다. 그 갯벌 위로 내리쬐는 석양의 빛은 눈이 부시다. 아마도 서해안에서만 볼 수 있는 장관이리라. 동해안은 파도에 부딪혀 산산이 흩어지는 바닷물이 바위와 어우러져 아름답다. 남해안은 잔잔한 바다 위로 떠다니는 갈매기의 울음소리와 뚱뚱 거리며 지나가는 고깃배에서 우리네 삶을 엿볼 수 있어 마음이 따뜻하다.

바다는 거대한 산과 계곡을 이룬다. 그곳에는 웅장한 해초의 군락지도 있다. 물고기의 쉼터가 되기도 하고, 오염을 정화시켜 주기도 한다. 바다는 받은 것 이상으로 돌려주는 배포 큰 넉넉한 아량을 지녔다. 아낌없이 돌려주면서도 아무런 대가를 요구하지 않는 덕장이다.

충북은 유일하게 바다가 없다. 중학교 때의 일이다. 수학여행 중 남해안에서 처음으로 바다를 구경하면서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여행에서 돌아오자마자 사이다 병에 담아온 바닷물을 양은 냄비에 붓고 아궁이에 나무를 넣어 불을 지피고 끓였다. 마지막으로 남은 찌꺼기를 친구들과 나눠 입에 넣으며 기뻐했던 추억이 아련하다.

그 후 기회가 되면 바다를 찾곤 했다. 수영을 못해 바다에 뛰어들지 못해도, 낚시를 못해도 변함이 없는 바다를 동경했다. 아내도 바다를 좋아했다. 함께한 변산반도에서의 낭만은 지금도 추억으로 남아 가슴을 설레게 한다. 어둠을 찢고 일어서는 태양, 붉게 타는 검붉은 불덩이, 퍼 올리는 푸른 두 손은 우리의 가슴에 북을 친다. 바다는 그렇게 뜨거운 해를 낳고도 끓어오르지 않고, 푸른 치마를 펄럭이며 모든 신음을 잠재우고 있었다.

우리는 배를 타고 찬란히 빛나는 벽과 벽 사이를 뚫고 간신이 빠져나온 심장에 풍선처럼 바람을 채웠다. 작은 등대 하나가 푸른빛 사이로 걸어오고 작은 배는 마중을 간다. 우리의 가슴에 피어난 꽃잎은 붉은 깃발처럼 펄럭인다.

바다는 생각할수록 신비스럽다. 약한 자나 강한 자를 모두 포용하면서도 그 안에서 일어나는 생존경쟁을 묵묵히 지켜볼 뿐 말이 없다. 살아남고 죽는 것은 모두 자기들 일이라고 방관하는 듯하다. 그래도 해초의 군락을 만들어놓고 약자가 은신할 기회를 제공하는 여유가 있지 않은가. 아침바다 갈매기가 금빛을 싣고 나는 것을 조롱하는 일도 없다. 남대천에서 부화한 연어가 작고 초라한 지느러미의 형체를 띠고 알래스카로 향하는 모습을 보면서도 묵묵부답이다. 아무런 조건 없이 받아들이고 다시 내 보내는 모성애 같다.

심청의 애환이 깃든 인당수의 무서운 저주보다는 바닷 속에 있음직한 용궁이 떠오른다. 별주부전에 등장하는 용궁 또한 어린 시절의 꿈이었다. 한 번쯤 가보고 싶었던 동경의 대상이기도 했다. 성인이 되어 허구임을 알고 허탈한 웃음을 지었지만 바다는 여전히 신비의 대상이다. 수면 아래에 잠긴 무한한 세상이 지금 땅에 발을 붙이고 있는 세상과는 어떤 경계가 있을 거라는 상상 때문이다. 바다에서 건져 올린 미끈한 생선의 푸른 비늘은 제아무리 화장품이 발달한다 해도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경지 그 자체다. 어디 푸른 비늘뿐이겠는가. 날렵한 유선형 몸매나 잘 빠진 생김새 또한 범상치 않아 보인다.

학창시절 선생님이 쳐주시던 풍금 반주에 맞춰 부르던 '클레멘타인'이라는 노래가 생각난다. '넓고 넓은 바닷가에 오막살이집 한 채…. ' 멋모르고 흥얼거렸는데 내용을 곱씹어 보니 서글픔이 밀려온다. 노랫말에 서려있는 애환의 깊이를 이제야 알 것 같다.

바다는 기쁨보다 애환을 더 느끼게 하는 슬픈 이야기가 많다. 인간이 체험하는 세상과는 다르기 때문이었을까. 파도치는 겨울바다의 한 모서리 외로운 사람이 버리고 간 슬픔의 편린을 바다에 간직하기도 했다. 바다는 모두 포용하는 열린 가슴을 지녔다. 때로는 어머니의 가슴이고 때로는 자신이기도 하다. 비록 바다는 침묵하지만 멀리 수평선을 바라보며 인생의 항해를 멈출 수 없다.

공학박사·우석대학교 건축학과 겸임교수 정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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