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의 지진에 이어 마른 날이 되면서 산불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는 각종 대형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오죽하면 ‘이불 밖은 위험하다’는 말까지 나올까. 얼마 전에는 런던의 24층 아파트가 삽시간에 화재가 발생 해 수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진화는 했지만 아직까지 온전하게 시신을 수습하지 못했다고 한다. 안전이란 늘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대형사고, 재난의 현장에는 늘 ‘소방관’이 있다. 힘든 근무 여건을 감수하며 묵묵히 현장에 출동하는 소방관들, 최후까지 구조작업에 나서는 소방관들의 삶이 존경스럽다. 통계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소방관들의 주당 근무시간은 84시간으로 법정근로시간인 40시간의 두 배가 넘는 시간이다. 24시간 맞교대, 주말근무, 밤샘근무까지 더해지니 근무환경은 열악하다 못해 참담한 지경이다. 개인으로서의 힘든 삶 뿐만 아니라 소방관 한 사람 한 사람의 가족들은 또 얼마나 많은 밤을 가슴 졸일지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우리나라 소방관 한명 당 책임지는 국민 수는 일본에 비해 2.5배, 미국에 비해 약 10배나 된다고 한다. 가뜩이나 열악한 환경에서 격무에 시달릴 수 밖에 없는 시스템이다. 육체적인 위험 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스트레스도 더해지는 것도 문제다. 늘 위험한 환경에 노출되고, 수십 번의 참혹한 사고현장을 목격하면서 발생되는 트라우마(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도 상당하다. 정신과 치료를 받는 소방관들이 적지 않다.

출동 장비도 문제다. 제대로 장비를 갖추지 못해 방화복이 아닌 방수복을 입고 출동하거나 사비로 장비를 구입하는 소방관도 있다고 한다. 소방관의 장비는 소방관의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다. 새 정부 들어서 소방관들의 처우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는게 다행일까. 국가직 전환, 근무환경이나 처우 개선에 대해 지체 없는 지원이 하루 빨리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소방관들에 대한 지원이 곧 ‘국민’의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충북도는 최근 도민의 안전을 위해 전국에서 최초로 ‘소방차량 우선 통행차로제’를 실시하고 있다. ‘소방차량 우선 통행 차로제’란 지난 5월부터 충북도소방본부와 충북지방경찰청의 협업으로 환자이송의 ‘골든타임 확보’를 위해 실시되고 있는 정책이다. 차량 각 구간에 ‘소방차 우선 차로’를 표시하고 경찰과의 협업으로 소방차 긴급출동 시 교통신호를 제어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실제 시범운영이 운영된 기간 동안 출동시간이 3분가량 단축됐다고 한다. 사고현장에서의 3분은 3시간과 맞먹는 시간 아닌가. 1분 1초에 따라 생명의 불이 꺼질 수도 있다. 환자의 상태가 뇌사에 이르게 되는 것도 수 초만에 벌어지는 일이다. 성과는 또 있다. 기존에 비해 119교통사고도 4건에서 0건으로 줄어드는 효과를 얻었다는 것이다. 환자를 살리기 위해 목숨을 걸었던 119대원들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어 다행이다.

충북도의 이번 정책이 전국에 확대된다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모범적인 케이스로 자리 잡을 것이다. 아울러 도내 소방관 뿐만 아니라 전국의 소방관들이 보다 안전한 환경의 구축과 처우개선이 이루어진다면 국민의 삶의 질도, 안전함도 높아질 것이라 확신한다.

이기수 / 충청북도SNS서포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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