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자녀와 함께 하는 생각하는 독서, ‘마당을 나온 암탉’ (황선미 지음)

황선미 작가가 쓴 ‘마당을 나온 암탉’은 어른들이 읽어도 감동스러울 만큼 간절하고도 애틋한 모성애가 묻어나는 아름다운 동화로 손색이 없다.

양계장 안에서 알만 낳는 암탉 잎싹, 잎싹은 양계장에서 바라본 마당의 풍경이 부러웠다. 그래서 아카시아 나무 잎사귀를 보면서 자신의 이름을 ‘잎싹’이라고 짓는다.

“바람과 햇빛을 한껏 받아들이고, 떨어진 뒤에는 썩어서 거름이 되는 잎사귀. 그래서 결국 향기로운 꽃을 피워 내는 게 잎사귀니까. 잎싹도 아카시아나무의 그 잎사귀처럼 뭔가를 하고 싶었다.” (사계절 펴냄. 본문 중에서)

그 뭔가 하고 싶은 소망이 알을 품어서 병아리의 탄생을 보는 것!. 암탉이라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평범한 바람이지만, 양계장 안의 암탉으로서는 이루어질 수 없는 소망이기도 하다. 하지만 암탉 잎싹은 그 어려운 소망을 끝내 이루어낸다.

버려지는 폐계들 틈에 끼어 양계장을 탈출하는데 성공한 잎싹. 그러나 양계장 밖은 족제비와 같은 위험 요소가 상존하는, 그래서 생존을 위해서 처절히 싸워야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하지만 소망이 이루어진다면 양계장 밖으로 뛰쳐나온 것에 대한 후회는 없다. 그리고 잎싹은 우연히 찔레 덤불 속에 있는 청둥오리의 알을 품게 되면서 그토록 소원하던 엄마가 된다.

알을 품어 아기의 탄생을 봄으로써 꿈만 같은 행복에 젖은 잎싹, 잎싹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청둥오리 초록머리. 하지만 시간이 흐른 뒤 초록머리는 청둥오리 무리의 늠름한 파수꾼이 되어 엄마 잎싹의 곁을 떠난다. 그리고 암탉 잎싹은 안타깝게도 족제비의 먹이가 된다.

“한 가지 소망이 있었지. 알을 품어서 병아리의 탄생을 보는 것! 그걸 이루었어. 고달프게 살았지만 참 행복하기도 했어. 소망 때문에 오늘까지 살았던 거야. 이제는 날아가고 싶어. 나도 초록머리처럼 훨훨, 아주 멀리까지 가 보고 싶어.”(본문 중에서)

비록 굶주린 족제비의 새끼들을 위해 목숨을 내놓았지만, 자신의 죽음을 기꺼이 받아들인 잎싹. 잎싹은 자신이 소망했던 꿈을 이루었기에, 그 누구보다도 당당한 삶을 살아왔기에, 엄마로서의 잎싹의 삶은 행복했던 것이다.

비록 암탉의 이야기지만, 엄마의 진한 모성애를 느낄 수 있는 감동어린 작품이다. 초록머리에 대한 앞싹의 절절한 사랑이, 나는 과연 자식들에게 당당하고 훌륭한 엄마였나를 뒤돌아보게 한다. 그리고 자식들을 위해 헌신한 모든 부모님들의 사랑에 감사드리며, ‘부모와 자녀가 꼭 함께 읽어야 할 시’에 수록된 강형철 시인의 시 <늙지 않는 절벽> 을 읊어본다.                             / 연인형 (국어·논술 강사)
 

<늙지 않는 절벽>
                                         강형철

어떤 세월로도 어쩔 수 없는 나이가 있다

늘 ‘내새끼’를 끼고 다니거나
그 새끼들이 물에 빠지거나 차에 치일까
걱정만 몰고 다니는

그 새끼들이 오십이 넘고 육십이 되어도
도무지 마음에 차지 않아
눈썹 끝엔 이슬만 어룽대는

맛있는 음식물 앞이거나 좋은 풍광도
입 밖의 차림새, 눈 밖의 풍경
앞가슴에 손수건을 채워야 안심이 되는

어머니란 나이

눈물로만 천천히 잦아드는,
마을 입구 정자나무 한 그루,
그래도 끝내 청춘일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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