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다. 뭇 생명들이 풍경을 바꿔 놓았다. 산수유나무 앙상하던 가지가 그렇고, 까칠하던 매화나무 가지 끝이 그렇다.

아이들과 질척해진 땅을 밣으며 봄을 찾아 나섰다.
“얘들아 오늘은 개구리 올챙이를 보러가자?”
“와, 선생님 정말 개구리 올챙이 볼 수 있어요?”
“아마도”

용담 주민센터를 지나 광덕사 표지판을 따라 걸었다. 방죽을 지나 작은 능선으로 올랐다. 능선은 어느새 왁자지껄 아이들의 함성으로 분주하다.

쑥은 쑥쑥 자라고 개불알풀꽃은 퍽이나 부지런을 떨은 모양이다. 어느새 제법 불알 모양을 갖춘 통통한 씨앗은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논 둑 전체가 개불알풀꽃으로 덮여있기도 했다. 마치 밤하늘의 별이 내려앉은 듯하다. 아이들은 예쁘다 예쁘다를 연발하며 몸을 접고, 무릎을 굽혔다. 가만히 들여다보는 아이들로 우암산 자락은 더 생동감이 넘친다.

며칠 전 내린 비로 푸석푸석하던 논들에는 물이 잘박잘박하다. 논둑을 따라 걸었다.
“아, 이게 올챙인가?” 앞서가던 아이가 환호성을 질렀다.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갔다.
“여기도 있다”
“여기도 엄청 많아”
물속을 들여다 보던 아이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신발을 벗고, 양말을 벗고, 바지를 둥둥 걷어 올린 아이들은 논으로 첨벙첨벙 들어섰다.
이리저리 우르르 우르르 몰려다니며 올챙이를 잡느라 법석이다.

뜰채로 올챙이를 떠 올린 아이들은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몸도 마음도 분주하기만 했다. 선뜻 논으로 들어서지 못한 여자아이들은 논둑만 왔다갔다하며 발만 동동 굴렀다.

사람의 생각과 눈으로 개구리를 보면 하나의 목숨에 불과하다. 하지만 하늘의 뜻으로 개구리를 보면 우리와 한 몸 되는 목숨이다. 그들이 살 수 없는 환경에서는 인간도 살 수 없으며, 그들이 죽으면 우리도 죽고 그들이 살면 우리도 사는 것이다.

녹아나온 물기로 질척해진 땅을 헤치고 산란을 위한 개구리들의 여정이 시작된다. 잠에서 깨어난 개구리 수컷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쎄레나데를 부르는 사내들처럼 ‘꾹꾹’ 소리를 낸다. 암컷이 수컷의 멋진 소리에 이끌려 다가가면 수컷은 암컷의 등위에 올라타고 앞다리를 암컷의 겨드랑이 밑으로 집어넣어 꽉 껴안는다. 암컷이 알을 낳으면 알 위에 정액을 뿌려서 수정을 한다.

개구리는 체외 수정을 한다. 논이나 웅덩이, 못이 알 낳기에 좋은 장소다. 한 번에 낳는 알의 수는 수천 개에서 수 만 개 정도다. 알은 투명한 우무질에 싸여 보호되며 많은 알을 뭉쳐서 낳거나, 흩뜨려서 혹은 염주처럼 이어서 낳기도한다. 개구리 종류에 따라 알의 수량이나 모양도 다양하다.

한참을 그렇게 논바닥을 뒤집고 다니던 아이들은 흙탕물이져 올챙이를 분갈 할 수 없게되자 머드팩을 한다며 논흙을 집어 손, 다리, 팔에 쓱쓱 문질렀다.

아이들을 불러 모았다. 논가에 빙 둘러 앉았다. 개구리알과 올챙이를 보며 인간의 性과 개구리의 性에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개구리가 한 번에 낳는 수천, 수 만 개 정도의 알과, 우리 아빠가 엄마에게 주는 정자의 수에 대해, 그 중 개구리 성체가 되어 다음해 알을 낳을 수 있는 개구리의 개체 수,  아빠가 엄마에게 준 정자에서 지금의 ‘나‘가 있기까지의 과정에 대해. 수천 수만 분의 1로 태어난 ’나‘는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가.

아이들 모두 손을 들어 엄지를 치켜세웠다.
“나는 소중한 사람, 나는 소중한 사람”을 큰 소리로 외쳤다.
옆에 친구를 가리키며 “너도 대단한 사람, 너도 대다한 사람”을 외쳤다.

인간의 관점에서 성이란 은밀하고도 신비한 것이지만, 자연의 세계에서 일어나는 성의 과정들은 너무도 투명하고 자연스럽다.

신준수 / 숲 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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