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북도 명장 1호(패션디자인분야) - GQ 테일러 대표 윤붕구씨

패션디자인분야 충청북도 명장 1호로 선정된 윤붕구 GQ테일러 대표는 40여년간 맞춤양복을 고집하며 고객들의 체형의 변화, 옷의 변형으로 인한 책임까지 평생 애프터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감동을 선물하고 있다.

청주의 월계수 양복점‘지큐(GQ) 테일러’
기성복 세대인 요즘 젊은이들에게 맞춤양복은 매우 생소한 소재다.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세대엔 양복은 당연히 양복점 에 가서 맞추는 것이었지만 기성복이 양복 시장을 점유하면 서 어느 덧 양복점은 구시대의 유산이 되어 버렸다.

최근 종영한 드라마 ‘월계수 양복점’에서도 이만술 사장의 수제자였던 배삼도는 기능올림픽 금메달리스트였지만 시장에서 닭 튀기는 일을 하고, 가업을 잇기를 바랐던 아들 이동진은 패션회사 사위로 출세의 가도를 달리며 양복점엔 관심도 없다. 한마디로 요즘 같은 세상에 맞춤양복으로 ‘밥벌이’를 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다. 동네서 맞춤양복점을 찾기 힘든 이유다. 그러나 청주시내에서 30년 이상 자리를 지키며 잊혀져 가 는 맞춤양복의 명맥과 함께 근대적 전통을 이어가는 양복점 이 있다. 바로 충청북도 명장1호 윤붕구씨(62·한국맞춤양복협 회 이사)가 운영하는 지큐(GQ) 양복점이다.

월계수 양복점에 시력을 잃어 가면서도 끝까지 양복을 놓지 않는 이만술 사장이 있다면 지큐 양복점엔 휠체어가 아니면 운신이 힘들지만 고객이 만족하는 최고의 양복을 만들어 주 려는 열정 가득한 윤 대표가 있다.

한 땀 한 땀 장인의 정성스런 손길로 탄생한 양복은 고객에 게 감동을 선사한다. 이런 점 때문에 지금도 지큐 양복점엔 천 명이 넘는 고객 명단이 있다.

맞춤양복 명장이 되기까지
지큐 양복은 오래전부터 유명했다. 깐깐한 윤 대표의 꼼꼼한 공정을 통해 만들어진 지큐 양복은 고객들로 하여금 다른 양복 점엔 발길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만족스러움을 주기 때문이다. 이런 그의 기술은 40 여 년의 숙련 기간을 통해 이뤄진 것이다. “초등학교 졸업하고 가정형편이 어려워 기술을 배우러 다녔 어요. 처음에는 작업복을 만드는 데 가서 심부름 하는 것부터 시작했어요. 어깨너머로 익힌 기술을 제대로 배우기 위해 이 성우 양복 명장에게 지도를 받으러 서울도 갔었죠. 그 때 지방 기능경기대회서 금상을 받았습니다.”

1979년 지방기능경기대회 금상을 시작으로 발전한 그의 기 술은 대한민국 뿐 아니라 멀리 중국까지 전파됐다. 전국기능 경기대회 심사위원, 충북지방기능경기대회 심사장, 충북장애 인기능경기대회 심사장 등 심사위원으로 활약할 뿐 아니라 청주교도소를 20여 년 다니면서 재소자들을 가르치는 일까 지 했다.

지역 언론사와 방송사는 물론 KBS, SBS, MBC 등 전국 방송에 출연해 뜻하지 않게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방송 보고 찾아 온 손님들도 많아요. 드라마(월계수 양복 점)에서처럼 사연을 안고 온 손님들도 있고요. 아버지에 이어 아들까지 대를 이어 단골인 분들도 있고요. 저희 양복점에서 맞춘 옷은 평생 애프터서비스(A/S)를 해 드립니다. 체형의 변화나 옷의 변형으로 인한 수선까지 책임을 지죠.”

직접 만든 수평계를 보여주며 재단, 보정, 재봉 이 3박자가 잘 맞아야 좋은 양복이 탄생한다고 말하는 윤 대표. 그의 깐 깐함이 지큐 양복 품질의 비결이며, 지금까지 맞춤양복점을 고집할 수 있었던 원천이다.

장애를 딛고 다시 일어나다
사람의 인생이 마음먹은 대로만 되면 좋겠지만 누구나 살면 서 고통스런 순간이나 고난의 시간을 겪기 마련이다. 윤 대표 에겐 2009년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디스크 수술이 잘못돼 하 반신을 사용할 수 없게 된 일이 바로 그것이었다. 수년간 병원 에서 재활치료를 받아야 했고, 자신의 장애를 받아들이는 데 에도 적지 않은 시간 동안 절망의 늪을 건너야 했다.

“병원에 오래 있다 보니까 저보다 더 심한 사람들도 보게 되 더라고요. 그러면서 점점 자신의 상황을 받아들이게 됐죠.” 장애를 갖기 전엔 한국기능선수회원들을 모아 충북 도내 오지와 사회복지 시설 등을 정기적으로 다니면서 봉사활동도 활발하게 펼치고, 제자들을 가르치는 일에도 열심을 냈다.

그러나 지금은 불편한 몸 때문에 직접 봉사 자리에 나서지 못하 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손님들도 이런 윤 대표의 마음을 알았는지, 격려도 해 주며 불편한 윤 대표의 상황에 맞게 재단할 때 살짝 키높이를 맞춰 주는 배려도 해 준다.

그는 내년에 기술 서적을 발간할 계획이고, 대한민국 명장에 도 도전할 것이라고 한다. 노년임에도 불구하고 건강이 허락 하는 순간까지 양복을 계속 할 것이라는 불굴의 의지가 분명 그를 대한민국 명장 반열에 오르게 할 것이다.

정예훈 / 프리랜서(사진 : 서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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