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기다리는 ‘로제트’

사람은 성기의 힘으로, 자연은 하늘의 음덕(蔭德)으로 생명의 역사를 이어갑니다.

땅에 엉덩이를 바싹 붙인 꽃다지의 노란 꽃이 계집아이의 보조개보다 예쁜 계절, 요즘 들녘에 나가면 냉이, 꽃다지, 망초, 달맞이, 방가지똥 같은 로제트(rosette) 식물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땅은 떨어진 씨앗을 두말없이 품고 있다가 때가되면 욕심없이 토해냅니다.

로제트는 식물이 겨울을 나기 위한 한 가지 방법으로 가을에 싹을 틔워 이른 봄까지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로제트 식물은 겨울에는 줄기를 뻗지 않습니다. 금싸라기 햇볕을 끌어 모으기 위해 잎을 벌린 채 땅에 털썩주저 앉아 움쭉도 않는 것은 로제트 식물들이 겨울을 나는 대표적인 방법의 하나입니다. 로제트는 여러겹의 잎이 빛을 최대한 많이 받기 위해 아주 과학적으로 배열되어 있는데 겹겹이 포개진 잎 모양이 장미(rose)를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쇳덩이보다 단단한 땅에서 냉이를 발견한 사람들은 "벌써 냉이가 나왔네"라고 말을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냉이는 이미 가을에 싹을 틔워 최대한 키를 낮추고 땅에 바싹 붙어 있습니다. 겨울에는 광합성을 하지 않기 때문에 잎은 불그죽죽하거나 거무스레 하기 때문에 눈에 잘 띄지 않습니다. 그러나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보면 눈 쌓인 들녘에 사방 팔방 널린것이 로제트 식물입니다.

땅에 바싹 붙어 있는 로제트 식물은 차가운 바람을 적게 맞고, 또한 밑에서 올라오는 지열로 뿌리가 마르는 것과 뿌리 주위의 흙이 어는 것도 막을 수 있습니다.

꺾일 줄기가 없기 때문에 다른 동물들에게 밟혀도 상처를 입지 않으며, 동물들의 눈에도 잘 띄지 않기 때문에 쉽게 뜯어 먹히지도 않게 됩니다.

로제트 식물은 대게 두해살이나 다년생 풀로 추운 겨울을 나려면 곱절의 힘이 듭니다.

그러나 미리 싹을 틔우고, 잎을 내어 자리를 잡았기 때문에 이듬해 봄, 다른 식물들보다 일찍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데는 훨씬 유리합니다. 이것이 로제트 식물의 특징이며, 그들이 사는 법입니다.

몸을 낮추면 마음이 열리고, 아름다운 세상이 보입니다.

신준수 / 숲 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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