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면 습관처럼 대형마트를 다녀온다. 일주일 동안 끼니를 책임질 먹거리를 구매하고, 곧 떨어지는 생활필수품을 세심하게 고르고, 이왕 나온 김에 각종 이벤트매장도 둘러본다. 동선마다 지갑을 열게 하는 맛있는 음식들, 화려한 옷과 악세사리, 그리고 믿을 수 ‘없는’ 가격으로 할인된 전혀 필요 ‘없는’ 물건들이 시선을, 아니 욕망을 사로 잡는다.

나오는 길, 과소비를 하지 않으려고 일부러 메모까지 하고 왔는데 생각보다 지출이 많다. 당장 먹지 않아도 되는데 왜 이렇게 욕심을 부렸을까. 요즘 시대의 소비패턴 중에 하나는 ‘벌크 구매’라고 한다. 저렴하게 대량으로 구매해서 ‘쟁여놓는’ 기쁨으로 볼 수 있다. 언제 가격이 오를지 모르는 불안한 소비자의 심리, 물건 구매를 통해 위안을 받으려는 심리를 반영한 것이다.

근데 구매의 기쁨보다는 후회가 생길 때가 더 많다. 얇아진 지갑만큼 마음 한 켠도 무거워진다. 그나마 작은 위안이라면 마트 이용 후 냉장고를 채우며 느끼는 만족감이라고는 하지만 그것도 순간이다. 냉장고에 물건을 채울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때론 물건보다 쓰레기가 많게 느껴진다.

살 때는 보기 좋고 위생적이어서 좋았는데 막상 정리하면 물건의 부피만큼이나 포장과 일회용 용기가 많다. 땅 속에서 반백년이 되도록 분해되지 않는 화학용기를 돈 주고 사온 것 같은 느낌, 후손들에게 물려줄 지구에 해가되는 구매를 한 것 같다. 하긴 그렇게 포장하지 않으면 누가 사려고 하겠는가.

작년까지는 집에서 시장이 가까워 자주 전통시장을 이용했다. 나름대로 마트와 시장을 경제적 측면에서 비교하면 시장이용이 훨씬 경제적이다. 첫 번째로 시장에서는 과소비를 하지 않는다.

카트를 밀고 다니지 않아서 힘들지만 오히려 들고 다니기가 무거워서인지 과소비를 방지할 수 있다. 두 번째로 상품의 질은 좋고 마트에 비해 저렴하다. 세 번째, 연말정산 효과를 톡톡히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포장이 화려하지 않아 쓰레기가 많지 않다!

지금은 시장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살다보니 새삼 시장의 소중함과 정겨움이 그립다. 내가 살고 있는 충북 청주에는 자랑할 수 있는 다양한 시장이 있다.

현대화 작업을 해놓은 전국규모의 ‘청주 육거리 종합시장’, 전국 유일의 삼겹살특화거리가 있는 ‘서문시장’, 신선하고 저렴한 농축산물이 가득한 ‘가경시장’까지 말이다. 시장은 지역경제의 축이다. 북적거리고 정겨운 전통시장에도 봄이 오길 바란다.

이기수 / 충청북도 SNS서포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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