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여서일까, 하루가 다르게 풍경이 변한다. 벌써 집 앞 목련나무 위로는 절반가량 꽃이 피었다. 일교차가 심한 날도 있지만 대체로 따뜻한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창문 틈으로 향긋한 냄새와 바람이 자주 불어오고 그럴 때마다 마음이 자주 일렁인다. 겨울에는 집에만 틀어박혀 있었는데 저녁이면 미세먼지를 무릅쓰고 무심천 일대를 산책한다. 기상예보가 어쨌건 공기가 더 맑게(?) 느껴진다. 돗자리를 깔아놓고 하늘을 이불 삼아 달구경, 별구경 하다보니 가슴의 답답함도 사라지고 기분도 한결 나아진다.

산책을 나오면 사람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가족, 손잡고 하하 호호 웃는 연인들, 매끄러운 바닥에서 보드연습을 하는 동호회원들, 강아지를 데리고 나온 애견인들, 그리고 나처럼 혼자 나온 사람 등 다양하다. 동병상련의 처지 때문일까 유독 혼자 다니는 이들에게 눈길이 간다.

최근 ‘혼’이라는 말이 유행이다. ‘혼’이란 ‘혼자’를 뜻한다.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생긴 트렌드다. 오죽하면 TV프로그램에서는 혼자 사는 연예인들의 삶을 보여준다. 1인가구의 다른 말은 ‘혼족’이다. 혼자 사는 사람을 하나의 종족으로 보는 개념이다. 여기서 파생된 말들을 한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대표적으로 혼자 밥을 먹는 ‘혼밥’, 혼자 술을 마시는 ‘혼술’, 혼자 잠을 자는 ‘혼잠’ 이다. 식당들도 혼자 끼니를 해결하는 이들을 위한 신메뉴를 개발하고 혼자 먹어도 불편하지 않을 만큼의 식기와 공간으로 재구성하고 있다고 한다.

누구나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 아버지, 어머니, 동생, 심지어 동물들에게도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 현대 사회는 누군가와 끊임없이 연결되어 있다. 그것이 행복이기도 하지만 때론 ‘고통’일 때가 있다. 그래서 혼자 밥을 먹고 술을 마시는 것이 십분 이해가 간다. 괜히 누군가와 식사를 하며 신경 쓰고 의미 없이 대화하고 그러다가 비용은 어떻게 낼까 고민하는 것보다 쓸쓸하지만 혼자 먹는 밥이 편하고 직장상사의 눈치를 보지 않고 주량 껏, 취향 껏 술을 마시는게 편할 때도 있다.

통계결과에 따르면 20~40대 인구의 52%가 1인 가구라고 한다. 세상에! 한 집 건너 1인 가구인 셈이다. 벌써 내 주변만 봐도 혼자인 사람이 넘쳐난다.

혼족의 정신을 나타내는 말은 ‘욜로’라고 할 수 있다. 욜로는 “인생은 한 번뿐이다”를 뜻하는 “You Only Live Once”의 앞 글자를 딴 용어다. 요약하자면 현재 자신의 행복을 가장 중시하고 소비하는 태도를 말한다. 혼족과 마찬가지로 ‘욜로족’도 등장했다. 욜로족은 주변에 흔하다. SNS만 봐도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해 먼 곳을 이동하고, 당장 없어도 될 물건을 구매하고, 전 재산을 털어 여행을 가는 이들이 많다. 1인 가구의 증가와 함께 혼족, 욜로족의 트렌드가 향후 대세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혼자여도 괜찮지만 혼자여서 괜찮지 않을 때가 더 많다. 사람을 뜻하는 한자 사람 ‘人’이 서로 기댄 형상인 것처럼 우린 누군가에게 끊임없이 기댈 수 밖에 없고 기대게 해줄 존재이기 때문이다. 혼밥, 혼술, 혼잠까지야 이해할 수 있지만 혼자 사는 ‘혼생’이야말로 가장 빈곤한 삶이 아닐 수 없다. 욜로족의 말마따나 인생은 한번 뿐, 벚꽃이 필 때쯤 무심천을 함께 걷고 손잡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찰나에 피고 지는 이 꽃 같은 삶 속에서 세상 하나뿐인 존재가 되길 바래본다.

이기수 / 충청북도 SNS서포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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