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국화는 ‘무궁화’다. 무궁화는 소박하고 아름답지만 병충해가 많은 식물이기도 하다. 어렸을 때는 무궁화에 잔뜩 달라붙은 진딧물을 보고는 우리 민족의 역사와 연관 지어 생각하곤 했다. 마치 주변 강대국들의 이익에 수탈을 당하는 모습이 유사해 보였기 때문이다. 무궁화는 다방면에서 쓰이는 꽃이다. 어린잎을 나물로 먹고 꽃은 차로도 마신다. 이뇨작용과 천식해소 등에 효과가 있는 등 쓰임이 많은 꽃이다. 다소 비약일지 모르지만 어쩌면 다재다능한 우리 민족을 잘 나타내는 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우리나라와 인접한 중국과 일본의 국화는 무엇일까? 사실 공식적인 국화는 없다고 한다. 그럼에도 한때 중국(청나라 시절)의 국화는 ‘모란’으로 정해진 적도 있었다. 지금도 중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꽃인 ‘모란’은 풍요와 부귀를 상징한다. 모란꽃은 삼국유사와 관련하여 유명한 일화가 있다. 신라 선덕여왕과 관련된 설화다. 당나라에서 여왕에게 보내온 모란꽃 그림과 씨앗을 보고 “꽃은 곱지만 그림에 나비가 없으니 반드시 향기가 없을 것”이라고 하였다고 한다. 씨앗을 심어보니 과연 향기가 없어 선덕여왕의 영특함에 모두 탄복한 것으로 전해진다. 사실 모란꽃 그림에는 나비를 그려 넣지 않는 것이 정석이며, 모란은 향기가 있고 나비도 날아드는 꽃이다. 선덕여왕의 지혜로움을 위해 모란의 향기를 지워버린 이야기가 나왔거나, 심었던 모란꽃의 향기가 진하지 않아 생긴 오해일 수 있다. 그것이 아니라면 꽃의 외면 뿐만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지만 더욱 중요한 내면(향기)의 중요성을 말하고자 했던 것은 아닐까.

일본도 공식적인 국화는 없지만 흔히 ‘사쿠라’라고 불리는 ‘벚꽃’과 관련된 이미지를 연상 시킨다. 일본을 대표하는 꽃이자 일본인의 마음을 대변하는 꽃으로 벚꽃을 꼽는 것이다. 봄날의 벚꽃은 존재 자체만으로도 가슴을 설레게 한다. 어느 날 흐드러지게 피고 일제히 사라지는 벚꽃은 봄을 대표하는 여왕이다. 한때는 일본과 벚꽃나무를 연관 지어 미움을 받기도 했다. 그런데 이 벚꽃의 원산지가 우리나라라면 믿겠는가? 일본 왕벚나무는 제주 자생왕벚나무로부터 유래되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유전자 조사결과가 있다. 물론 일본에서는 아니라고 한다. 일본인이 그토록 좋아하는 나무가 한국이 원산지임을 인정하기 싫어서일 수도 있다는 주장도 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가 원산지라는 주장은 신빙성이 있다. 전해져 내려오는 기록과 과학적 증거가 이를 뒷받침 한다. 세계적인 유산 팔만대장경의 상당수도 벚나무로 만들어졌으며 예로부터 문서보관함 등이 벚나무로 애용되었다고 한다. 벚나무는 우리나라 고유의 품종이다. 일본을 상징하는 나무라고 오해하는 것은 억측에 불과하다.

한 해의 시작을 알리는 꽃이 개나리라면 벚꽃은 봄의 절정을 알리는 꽃이다. 충북에는 벚꽃명소가 많다. 대표적으로는 청주 무심천 벚꽃길이다. 개나리와 벚꽃이 양쪽으로 피어 장관을 연출한다. 제천 청풍호의 벚꽃도 명소 중 하나다. 13km에 이르는 벚꽃이 조명을 받는 야간에는 더욱 아름답게 느껴진다. 곧 꽃망울을 터트릴 벚꽃을 기다리며 무심천을 걷는다. 따뜻하고 빛나는 인생의 봄날이, 향기로운 봄꽃의 시간이 길었으면 좋겠다.

 이기수 / 충북SNS서포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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