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 : 영동군청)

고백하건대 내 첫 번째 특기적성 활동은 '영화감상부'였다. 영화감상부라고 해서 심층적으로 영화 분석을 한다거나 예술영화를 감상하거나 혹은 선생님과 영화를 만드는 흥미로운 일은 결코 없었다. 그저 한 달에 한번 토요일 시내 극장에 가서 인솔교사와 삼삼오오 모인 학생들이 영화한편을 보고 오는 것이 전부였다.

지금과 달리 이렇다 할 오락거리도 없고 인터넷 보급도 활발하지 않던 그 시기에 영화구경은 한 달 중 제일 기다려지는 날이었다. 그때와 또 다른 점은 멀티플렉스가 없어 주로 단관개봉을 했었다는 것. 단출한 매표소의 풍경, 퀴퀴한 극장내부로 들어가는 어두운 길이 생각난다. 세련되진 않지만 실물과는 다른 거대한 그림간판의 압도적인 느낌, 당장 보지 않으면 큰 일 날 것 같은 궁서체의 문구들이 기억에 남는다. 재미난건 이 거대한 그림은 실제 주인공과는 조금 다른 얼굴이었다. 어딘지 촌스럽지만 지금은 그런 풍경을 볼 수 없어 아쉬운 부분이다.

내 첫 번째 영화감상부 작품은 '접속'이었다. 그 시절 최고의 배우 한석규와 떠오르는 신예 전도연의 열연이 빛나는 작품이다. 자꾸만 어긋나는 둘의 만남에 마음 졸이고, 결국 만나게 되는 엔딩장면, 그리고 적재적소에 알맞게 쓰인 OST까지 다시 봐도 명작인 작품이다. 돌이켜보면 영화도 좋았지만 잠시라도 학업의 고단함을 잊을 수 있었던 것에 매료 당한 것이 분명하다.

아쉽지만 이제 단관개봉은 찾아볼 수 없다. 극장은 대기업의 취향과 상업적인 수익, 계산에 맞는 영화로 도배가 된다. 어쩔 때는 전체 10관 중에 8개를 한 영화만 상영하기도 한다. 선택권이 없는 영화관, 다양성이 사라진 영화관은 멀티플렉스라는 이름이 무색하다. 지금은 사라진 단관극장과 옛 영화들이 아련하게 떠오른다.

최든 충북 영동에는 의미 있는 영화관이 생겨 도민과 군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바로 '레인보우영화관'이다. 다 합쳐도 객석의 규모가 100석도 되지 않는 극장이라니, 단 한가지 확신할 수 있는 건 결코 ‘상업’적으로 지은게 아니라는 것.

이곳이 개관 50일만에 유료관객 1만명이 돌파했다고 한다. 이제 기적의 영화관으로 이름을 바꿔도 될 것 같다. 들리는 소식에 그동안 지역에 극장이 없어 군민들이 영화감상을 할 수 없었다고 한다. 현실의 고단함을 잊고 영화를 보고 싶었던 군민들에게 큰 위로가 아닐 수 없다.

영화는 팍팍한 삶을 위로하고 잠시 잊게 해주는 마법의 묘약이 아닐까. 일곱가지 무지개 빛깔처럼 다양한 영화가 소개되는 레인보우영화관이 되길 기대한다.

충청북도SNS서포터즈 이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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