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은 ‘거르기’ 일쑤고 점심은 ‘고르기’ 난감하다. 출근도 바쁜 마당에 요리하랴 설거지하랴 여유도 없고, 점심을 함께 먹어야할 사람을 생각하면 메뉴 고르기도 만만한 일이 아니다. 그나마 하루 세끼 중 내가 원해서 먹을 수 있는게 있다면 '저녁'인데 아침과 점심에 비해 저녁은 여유롭게 요리를 할 수 있는 시간이 확보가 되기 때문이다.

적어도 일주일에 한번 씩 요리를 해본다면 끼니를 차리는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알 수 있다. 그 수고스러움을 생각하면 쉽게 잔반을 남길 수 없고 과정의 번거로움을 알기에 투정할 수 없다.

요리는 기본적으로 '상상력'과 '배려'를 필요로 한다. 재료를 사고 손질하고 조리하는 과정, 양념을 넣고 간을 맞추고 향을 첨가하는 과정 속에서 음식의 맛이 어떻게 될 것인지를 짐작해야 한다. 또한 그 음식을 함께 먹을 사람을 생각하지 않고는(취향, 알레르기 등) 맛있는 음식을 차릴 수 없다.

요리의 요소는 크게 3가지로 볼 수 있는데 절단, 가열, 숙성이다.

절단은 보기 좋게 먹기 좋게 편집하는 과정이다. 이때 타인을 배려하여 음식의 크기가 결정된다. 너무 작게 자르면 재료의 맛이 절감되고 너무 크면 재료를 소화하기가 어렵다. 입 안에 들어간 음식은 치아와 치아 사이에서 부서지고 다시 위로 넘어간다. 크기가 작을수록 씹고 소화하기가 쉬운 과정으로 넘어간다.

다음은 가열이다. 가열은 음식을 익히고 부드럽게 만드는 과정이다. 가열은 음식의 성분을 바꾼다. 가열이야말로 음식을 만드는데 있어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데 가령 어떤 계절에 어떤 음식인지도 중요하다. 이런 겨울이라면 아무리 ‘회’보다 따끈한 국물이 있는 저렴한 ‘우’동에 마음이 간다. 옛날 어머니들은 밥이 식지 말라고 통째로 이불 밑에 놓지 않았던가. 가열은 단지 익히는게 아니라 맛을 지키기 위한 과정일지도 모른다.

마지막으로 숙성이다. 우리가 먹는 된장, 간장, 김치, 젓갈들 모두 숙성음식이다. 음식을 발효하여 영양가와 보존을 높이는 단계라고 할 수 있다. 그 옛날 냉장고가 없고 채소가 귀하던 시절에는 김치를 장독대에 담그고 땅에 묻어 봄까지 버티지 않았던가. 오래 묵은 음식일 수록 깊은 맛을 내니 요리의 궁극은 '숙성'이라고 할 수 있다. 썩는 것, 숙성되는 것은 과정은 비슷할지 모르지만 결론적으로 완전히 다른 과정을 거친다.

좋은 음식을 만들기 위해서는 이 세가지를 염두해두어야 한다. 요리를 잘 하기 위해서는 다른 요리법을 참고하면 쉽게 맛있는 음식을 만들 수 있다. 음식의 궁합이라든가, 제철에 챙겨야할 음식까지 말이다.

최근 충북여성발전센터에서는 '요리교실'을 오픈했다. 은퇴예정자나 부부 등 많은 도민들이 즐겁고 자발적으로 요리를 배우고 있다고 한다. 손쉽게 만들 수 있는 요리부터 건강요리까지 음식을 조리하고 대접하는 과정을 거치다보면 요리의 참 재미를 알게 될 것이다.

필자는 요리전문가는 아니지만 음식을 만드는 즐거움은 잘 알고 있다. 음식은 배려요 사랑이다. 맛있고 몸에 좋은 음식을 가족과 나누기 위해 지금도 전국의 가정에서는 쉼 없이 불판이 달궈지고 있다.

이기수 / 충청북도 SNS서포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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