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가 얼마 남지 않았다. 거친 한파가 연일 계속되니 비로소 깊어진 겨울을 실감한다. 어떤 이들은 여름을 어떤 이들은 겨울이 버틸만하다고 하지만 아무렴 더운 것보다 추운게 나을까 싶다. 더우면 벗고 물이라도 뿌리면 되지만 거친 추위는 답도 없다.

추위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뭘까, 아마도 외부의 열이 아니라 내부의 ‘체온유지’가 먼저라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목도리나 스카프는 겨울철 필수 아이템이다. 그저 목에 뭘 하나 두른 것만으로도 내 몸의 체온 30%를 지킬 수 있다고 한다. 게다가 목도리를 두르면 옷의 포인트도 살고 멋도 있지 않은가. 낭만과 실속 모두 챙길 수 있다.

목에 두르는게 답답한 사람에게는 기꺼이 내복을 권한다. 위 아래 얇더라도 내복을 입으면 겉으로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조금 더 슬림하게 옷을 입을 수 있기 때문에 맵시가 산다. 목도리와 마찬가지로 몸도 따뜻하게 하고 패션도 유지할 수 있다. 비싼 난방비가 부담이라면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내복이 낫다.

‘사람’이 체온을 지키는 방법이나 ‘집’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 외부의 열이 아니라 내부의 온기를 오래오래 지키는 것, 열손실을 줄이는 것이 핵심이다.

그런 면에서 우리나라의 집과 서양의 집 중 어느 것이 열 손실이 적을까? 기왓장, 창호지, 온돌방의 우리 한옥과 벽난로, 굴뚝, 높은 천장의 서양식 집 중에 말이다.

흔히들 우리는 서양의 집을 생각하면 산타클로스나 굴뚝이 있는 집을 떠올리며 막연히 부러워하곤 한다. 그러나 과학적으로 이렇게 집안에 난로를 두는 집은 대류현상, 즉 뜨거운 공기가 위로 올라가기 때문에 열손실이 크다. 더군다나 불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는 많은 양의 산소를 필요로 한다. 불을 피우는 주변만 직접적인 열로 따뜻하지 그 불을 유지하기 위해서 집안 어딘가에서 외부의 공기를 필요로 하니 집안에 찬 공기가 유입되게 한다. 즉 열손실이 엄청난 것이다.

그런 면에서 한옥은 겨울을 버티기 위해 가장 좋은 가장 과학적인 형태다. 복사열을 통해 외부에서 바닥을 데우고 데워진 바닥이 집안에 온기를 주는 간접적인 형태기 때문이다. 안쪽부터 따뜻해지고 굴뚝도 필요 없기 때문에 외부에서 많은 산소를 끌어오지 않아도 된다. 한번 데우기가 어렵지, 아궁이도 피우고, 집안에 온기도 돌게하고 그 온기를 오래오래 유지하는 면에서는 한옥은 ‘과학의 집적’이라고 할 수 있다.

충북 보은군 장안면에는 이처럼 아름답고 과학적인 한옥 '선병국 가옥'이 있다. 선병국 가옥은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상징이자 ‘위선최락(爲善最樂)’, 즉 선을 행하는 것이 가장 큰 즐거움이라는 가풍에 따라 관선정을 열고 전국의 인재들을 모아 가르쳤다고 전해진다. 주위의 어려운 사람들이 배고픔을 몰랐다고 할 만큼 선을 베푼 따뜻한 집이라니, 한옥이라서가 아니라 그 마음이 따뜻해 숙연해진다.

선병국 가옥처럼 선(善)을 베푼다는 것이 주는 의미란 무엇일까, 그 어떤 집의 형태도 목도리, 내복도 우리가 선(善)을 베푸는 것보다 따뜻하다고 말할 수 없다는 것은 아닐까. 자신의 온기를 나눠주는 것, 온힘을 다해 온기를 지켜주는 것. 오래오래 뜨끈하게 지지해주는 것, 직접적이지는 않지만 간접적으로 열을 전해주는 것, 세상의 추위로부터 몸을 데워줄 누군가의 ‘따듯함’이 되고 싶은 나날들이다.

이기수 / 충청북도 SNS서포터즈

저작권자 © 충북도정소식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