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문인협회에선 해마다 문학기행을 실시하고 있다. 정규회원은 물론 관심있는 시민들도 참여하여 문학의 향기를 체감하고 선배 문인들의 흔적을 찾아 문학의 길을 넓혀가고 있다. 올해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소설 상록수가 탄생한 충남 당진 필경사를 답사하기로 기획되었다.

필경사(筆耕舍)는 ‘붓으로 밭을 일군다’는 뜻으로 소설을 집필하고 연재하여 얻은 원고료로 심훈 소설가가 직접 설계하여 지은 문학의 산실이다. 초가지붕 아래 목조기둥으로 세워져 있으며 벽체는 황토를 짓이겨 바른 농촌의 전형적인 초가모습이다.

선생은 이곳에서 1935년 장편소설 ‘상록수’를 52일만에 탈고하였으며 이 소설이 동아일보 창설 15주년 문예작품 현상모집에 당선되었다. 상록수를 집필한 책상이 유일하게 기념관에 전시되어 있는데 만져보니 가슴으로 필력이 전해오고 아픈 역사의 숨결도 되살아난다.

필경사 바로 옆에 심훈 선생의 묘소가 자리하는데 아들과 손자가 놓고간 꽃바구니가 우리 회원들을 맞이한다. 답사오기 전에는 상록수를 쓴 소설가로만 알고 있었는데 그는 소설보다는 영화에 열광했던 영화인이며 영화가 지닌 대중예술로서의 파급력을 확신했던 선구자였다. 실제 ‘먼동이 틀 때’라는 영화를 감독하고 배우로서 출연도 하였다니 과연 선구적 예술가로서 독보적 존재가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도 일제강점기에 독립운동에 앞장선 실천적 지식인임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1919년 경성 제일고보 재학 시 3.1운동에 가담하였다가 6개월간 옥고를 치르고 중국으로 망명 상해에서 독립운동을 벌인 것이다.

1930년 조국의 독립을 간절히 열망하는 그날이 오면 이라는 시는 한 젊은 예술가의 치열한 나라사랑과 조국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있다.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면은
삼각산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
한강물이 뒤집혀 용솟음 칠 그날이
이 목숨이 끊어지기 전에 와주기만 할량이면
나는 밤하늘에 나는 까마귀와 같이
종로의 인경을 머리로 들이받아 올리오리다.
두개골은 깨어져 산산조각이 나도
기뻐서 죽사오매 오히려 무슨 한이 남으오리까(하략)

이 시는 1930년 3월 1일 조국의 독립을 간절히 갈망하여 쓴 시이며 문화해설사가 이 시를 한자도 빠짐없이 암송하여 우리는 큰 박수로써 심훈의 마음을 절절히 사모하기에 이르렀다. 심훈 선생은 안경끼고 굳게 다문 입술과 빛나는 눈! 진정 내면 못지않게 외면도 수려한데 35세 너무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 안타까움이 내 가슴을 찔렀다.

심훈 그가 그토록 찾으려 애썼던 조국! 그 조국이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국민들의 품으로 돌아온지도 70년이 넘었다.

하지만 우리 조국은 빠르게 요동치는 주변국 정세와 내적으로 각계 이기주의로 또 다른 아픔을 겪고 있다. ‘나 만이 올바른 국민이고 내가 최고’라 하며 너도나도 권리만 주장하니 나라가 앞으로 한 발 나아갈 수도 없다. 당신은 어떤 나라의 국민인가? 당신이 진정 사랑한 나라는 어디 있는가?

흔들리고 있는 나라의 어른 대통령을 만난 자승 스님이 '나무는 꽃을 버려야 열매를 맺고, 강물은 강을 버려야 바다에 이른다' 고 모든 국민에게 전했다 한다. 입이 열려있다고 함부로 말해선 안되고 어른은 어른의 위치에 서도록 일말의 배려함이 우리 모두를 쓰러지지 않고 조국 앞에 서게 할 것이다.

나라의 명운이 나의 헛된 바람 앞에 서 있는 건 아닌지 고운 단풍 다 떨어지기 전에 생각해 볼 일이다.

박 종 순 / 청주 복대초등학교 교장,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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