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자녀와 함께 하는 생각하는 독서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 (혜민 스님)

“삶 속에서 시련의 파도가 몰려왔을 때
그냥 어쩔 줄 몰라 하지 마시고
아주 조용한 곳에 가서
내 마음을 고요하게 바라보세요.

마음이 깊은 침묵과 닿으면
알게 됩니다.
이번 시련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이
내 안에 있다는 사실을.”

혜민 스님이 쓴 책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에 나오는 말이다.

필자가 아는 고3 학생은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친구와의 갈등을 겪고 시험도 망쳐 힘들어할 때 이 책을 만나 위로를 받았다고 한다. ‘용서하기 힘든 사람을 만났을 때 그를 자비의 눈길로 이해하기 위해 바라보라’ 는 혜민 스님의 말이 마음에 와 닿아 자신의 행동을 되돌아볼 수 있었고, 친구에 대한 배려의 마음으로 갈등을 해결할 수 있었다고 한다. 공부가 힘들 때에도 책을 펼쳐보면서 에너지를 얻고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게 되었다고…….

이처럼 이 책에 담긴, 명상록이나 잠언 같은 따뜻한 말들은 마음 아픈 사람들의 상처를 보듬어주고 치유해주는 힘이 있다.
혜민 스님은 이 책 서문에서 ‘왜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인가’를 잘 설명해 놓고 있다.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에서 목사인 아버지는 방탕한 생활 끝에 폭행을 당해 죽은 아들을 애도하며 이렇게 말하였다고 한다. “우리는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어도 온전하게 사랑할 수는 있습니다.” 아버지는 아들의 방탕한 삶을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그렇다고 아들에 대한 사랑을 멈출 수는 없었다는 것. 마치 깊고 고요히 흐르는 강물처럼…….

혜민 스님은 우리 자신의 삶이나 세상을 둘러보면 완벽하지 않은 것들 투성이지만 그렇다고 이들에 대한 사랑마저 포기할 수는 없다고 들려준다. “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조소와 미움으로만 이생을 살아가기엔 우리 삶이 너무도 소중하기 때문”이라고……. 그러면서 “내 안에는 나의 완벽하지 못한 부분들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부분을 따스하게 바라보는 자비한 시선도 함께 있다”는 것을 독자들에게 일깨워준다.

책을 읽다보면 자신의 문제나 혹은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상처받고 절망하는 사람들에게 치유와 용기를 주는 따뜻한 시선이 느껴진다. 특히 시험이나 취직준비로 힘들어 하는 청소년들에게 그는 젊은 날이 가장 힘들지만 그 터널의 끝은 있으니 용기를 잃지 말라고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그는 자신에 대한 솔직한 심정도 털어놓는다. 하버드 대학 석사, 프린스턴대 종교학 박사 학위를 받고 미국에서 종교학 교수로도 재직한 화려한 이력의 소유자 혜민 스님. 그런 그가 스님이 될 수 있었던 것은 ‘타인의 시선을 그만 좀 의식하고 내 삶을 살자’는 생각으로 용기 있는 선택을 했기 때문이다. 남들이 정해놓은 성공의 잣대에 맞춰서 살기보다는 삶과 죽음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 마음의 본성에 대해 제대로 보고 깨닫고 싶었다고. 그렇기 때문에 혜민 스님은 젊은 청춘들에게도 부모나 사회가 원하는 삶이 아닌, 자신이 원하는 삶, 스스로 의미있다고 생각하는 삶을 주체적으로 살 것을 권한다.

하지만 살다보면 실패도 겪기 마련인 법. 그런 이들에게는 좌절과 실패도 삶의 일부분이라며 용기를 내라고 응원한다.

“내가 원했던 목표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그 목표를 향해 달려온 지금까지의 노력이 헛된 것은 절대 아닙니다.
과정은 결과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과정 자체로도 이미 의미 있는 일이에요.
인생, 끝에 가보기 전까지는 그 누구도 모릅니다.”

“지금 힘드신 거, 지나가는 구름입니다.
인생 전체를 두고 봤을 때 잠시 지나가는 구름입니다.
그러니 기죽지 말고 힘내세요.”

수능이 끝났다. 수능 대박이 난 친구도 물론 있겠지만, 시험을 망쳐 울상인 친구도 있을 것이다. 결과야 어떻든, 고등학교 3년의 세월동안 밤 잠 설쳐가며 힘들게 공부한 우리 수험생들에게 그동안 고생 많았다고 뜨거운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리고 책 속에 실려 있는 혜민 스님의 글귀로 그동안의 고생에 대한 위로의 말을 전하고 싶다.

“세상이 요구하는 걸
잘했을 때만 가치가 있는 게 아니고,

너는 이미
존재 그 자체만으로도
소중하고 사랑받을 만해.”

연인형 / 국어·논술·NIE 강사

저작권자 © 충북도정소식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