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까지만 해도 명함정리철을 참 소중하게 간직 했던것 같은데 스마트폰 어플 등 좋은 기술들이 생겨나며 명함정리철을 잘 활용하지 않게 되었다.
다시 한번 옛 명함철을 뒤적이며 재미있는 점을 발견했는데, 그간 이직할 때 마다 모아놓은 내 명함만 명함철 두장을 차지하고 있었다.

사회에서 선호하는 일을 찾아가기보다 내가 원하는 것을 바탕으로 사회환경을 고려하여 직업을 선택한 결과였고 다양한 사람들을 접하고 다 방면의 사회적경험 등 좋은 점도 있었으나 우여곡절 또한 많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여러 기업의 대표님들을 만나보면 일 잘하는 성실한 사람이 없다며 하소연을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주변에 취업을 하지 못해 애태우는 분들 또한 참 많다.
무엇이 문제일까?

나는 우선 눈 높이에 초첨을 맞추어 보고 싶다.
귀한 인재를 가려뽑고 잘 대접하여 내 보낼 줄 아는 기업가와 매일 새로운 각오로 출근하여 하나라도 더 배우고 퇴근하는 직원을 꿈꾸며 이번 칼럼의 제목을 명함철 앞에 붙여놓았던 구절로 정해 보았다.

매사마골오백금(買死馬骨五百金)이라는 말이 있는데
연나라가 패전(敗戰)으로 황폐하게 된 후 왕위에 오른 소왕이 패전의 수치를 씻기 위해 예를 갖추고 녹을 주며 인재를 초청하려 먼저 곽외 선생에게 상담했다.

곽외선생은
제왕(帝王)은 훌륭한 스승을 모시고 있는 법이고,
왕자(王者)는 좋은 친구를 가지고 있으며,
패자(覇者)는 훌륭한 신하를 거느리고 있는 법입니다.
그러나 나라를 멸망시키는 왕은 보잘 것 없는 머슴만 거느립니다.
라고 말하며 이야기를 하나 들려 준다.

옛날 어느 왕이 천금(千金)을 던져 천리마(千里馬)를 사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3년이 걸려도 구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때 자기가 사오겠다고 나선 사람이 있었습니다.
왕은 그에게 천리마를 구하는 일을 맡겼습니다.
그때부터 석 달 후, 그 사람은 천리마가 있는 곳을 알아내어 달려가 보았으나
말은 이미 죽은 후였습니다.
그 사람은 그 말의 머리를 5백금에 사왔습니다.
보고를 받은 왕은 크게 노했습니다.
“내가 가지고 싶어 하는 것은 살아 있는 말이다.
죽은 말의 머리를 5백 금이나 주고 사오는 바보가 어디 있느냐?“

그 사람이 대답했습니다.
“죽은 말 조차도 5백 금을 주고 샀으니 살아있는 말이라면 틀림없이 더 많은 돈을 주고 살 것이라는 소문이 날 것입니다. 천리마는 사방에서 모여들 것입니다.”

과연 1년도 안 되어 천리마가 세 마리나 모여들었다고 한다.
소왕은 저택을 지어 곽외에게 주고, 스승으로 받들면서 가르침을 받기로 하였고 그러자 위(魏)나라에서는 악의가, 제나라에서는 추연이, 조나라에서는 극신이 찾아 왔고 인재들이 속속 연나라에 모여들었다고 한다.
어찌 보면 낮은 연봉에 좋은 인재를 쓸 수 없다는 소리처럼 들릴지 모르나 좋은 인재를 모여들게 하기위해 무엇이 우선인지 가르침을 주는 좋은 예라 하겠다.

대학에서 강의를 할 때 제자들에게 취업과 관련하여 꼭 해주는 말이 있는데
그럴듯한 기업에 존재감 없는 자리에 앉지 말고
작은 기업이라도 너희들의 존재감을 보이며 뜻대로 맘껏 일 할 수 있는 자리를 찾아가라고 조언한다.
누구나 보는 눈은 비슷하여 맡은 자리에서 빛이 나는 사람은 누구라도 데려가고 싶어하고 누구라도 놓치고 싶지 않은 법이다.

이병헌 주연의 좀 지난 영화 달콤한 인생 마지막 부분에 이런 나래이션이 나온다.
어느 깊은 가을 밤, 잠에서 깬 제자가 울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스승이 기이하게 여겨 제자에게 물었다.
무서운 꿈을 꾸었느냐?
아닙니다.
슬픈 꿈을 꾸었느냐?
아닙니다..달콤한 꿈을 꾸었습니다.
그런데 왜 그리 슬피 우느냐?
제자는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며 나지막히 말했다.
그 꿈은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꿈이 달콤하면 달콤할수록 깨어난 후 눈물의 정도가 다르리라 생각된다.

위 두 가지 예화를 통해 좋은 인재를 꿈꾸는 기업가와 좋은 직장을 꿈꾸는 취준생에게 도움이 되길 바래본다.

꿈이 있기에 청춘이고 젊음이지만 달콤한 꿈만 꾸고 있지 않기를 바라며 또한 더 달콤한 꿈도 청춘들이 꿀 수 있고 이룰 수 있도록 지금의 세대가 자손들에게 빌려 쓰고 있는 지금의 공간과 시간을 더 멋지게 꾸며주길 바라고 싶다.

백선근 / 충청북도 사회적기업판로지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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