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농산어촌학교는 경제의 쇠퇴와 개발 사업에 따른 학생이동으로 농산어촌 ‧ 구도심지역 학교의 학생수 감소가 가속화되고 있다. 이에 당국에서는 적정규모학교 육성(소규모학교 통폐합) 및 분교장 개편 권고기준안을 마련하여 농산어촌, 읍면지역 60명 이하, 도시지역은 200명 이하로 규정하여 추진하고 있다.

충북도교육청은 ‘농촌 소규모학교 활성화 사업’ 추진 대상 학교를 선정하고 지난 2013년 10개 학교를 비롯하여 지금까지 35개 학교를 선정하여·운영했다.

또한 충북도의회는 전국 최초로 작은 학교 살리기 조례를 제정하고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처음 선정한 10개 학교는 2년간 학교당 1천800만 원에서 최고 2천500만 원의 사업비를 지원하였으며 그 이후 선정된 학교는 2천만 원씩을 지원했다.

이 사업을 통해 작은 학교의 장점을 살리는 교육활동을 펼쳐 배움과 돌봄이 함께하는 교육여건 조성, 체험중심의 교육과정 운영 및 지역사회와 함께 발전하는 학교운영이 돋보인다.
‘작은 학교 살리기 사업’은 소외계층에 대한 배려와 보편적 교육복지 실현, 농촌지역 교육환경 개선을 위한 사업의 하나다.

소규모학교 통폐합 정책은 교육뿐 아니라 농어촌의 삶까지 황폐화시키는 지역 차별화 정책이다. 농어촌에 살고 있고, 학생 수가 적은 학교를 다닌다는 이유로 열악한 환경 속에서 교육을 받아야 하고 차별을 받아야 하는 것은 교육의 근본 목적과도 배치되는 일이다.

작은 학교 통폐합의 정책은 마치 갯벌의 소중함을 모르고 무작정 간척사업을 하던 시대의 정책을 보는 것 같다. 작은 학교는 단순히 학생 수만 가지고 없앨 수 있는 소모품도 아니며 경제논리의 대상도 아니지 않는가.

‘작은 학교’는 그 지역의 문화적 소산이며 그 마을이 지금까지 존재하는 이유이자 다시 돌아갈 수 있는 내 고향과도 같은 존재이다. 모두들 도시로 향할 때 묵묵히 농산어촌을 지키며 지역의 숨결을 지켜온 사람들과 그들의 희망인 아이들이 자라는 곳이다.

소규모 학교를 통폐합하는 정책이 실시되면 그들의 웃음과 꿈, 행복은 경제라는 논리로 사라지게 될 것이다.
지금 전국의 농산어촌 ‘작은 학교’들은 ‘작은 학교’ 살리기가 아니라 ‘작은 학교’ 살아남기에 전력을 다 하고 있다.

하루 빨리 소규모 학교에 대한 적극적 지원과 과감한 투자가 뒷받침 되어야 하는 이유다. 특히 분교장과 소규모 학교에 대한 차등지원은 농어촌교육환경을 피폐화시키고 있다. 결국 소규모 학교 차별정책이 소규모 학교를 폐교나 통합을 유도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런 악순환의 반복이 소규모 학교 폐교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는 만큼 소규모 학교에 대한 적극적인 교육투자가 절실하다.

농어촌의 학교규모, 지역여건 등을 고려한 다양한 교육프로그램과 교육과정 개발은 폐교(廢校) 직전의 소규모 학교를 명문학교로 바꿔 놓을 수 있다.

새로운 농어촌학교의 모델 개발은 농어촌지역과 도시지역의 교육문제를 동시에 완화시키는 대안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황폐화된 농어촌 교육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농어촌교육 특별법’ 제정이 시급하다. 더욱이 통폐합 위기에 놓인 농, 어촌의 ‘작은 학교’ 를 지원하는 조례를 제정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 학생 한 명의 이름을 불러 줄 수 있고 학생의 표정 하나 하나를 살펴줄 수 있는 그런 학교를 우리가 희망하는 것은 아닐까.

어디 농산어촌뿐인가.
서울특별시교육청에서도 통폐합 위기에 몰려있는 학생수 200명 이하의 서울시내 작은 학교를 ‘가고 싶고 머물고 싶은 학교’로 다시 태어나도록 만드는 ‘서울형 작은 학교 모델학교’를 위해 서울 도심 속 작은 학교 살리기에 정성을 쏟고 있다.

소규모학교에 대해 지금까지는 통폐합하는 것만이 해결방안이라고 생각해 왔다. 그러나 도심에 있는 학교일수록 몇 십 년, 심지어 백 년이 넘는 경우가 많다. 학교 하나가 사라지면 역사가 사라지고, 마을의 구심과 활력이 되었던 아이들의 함성소리도 사라질 것이다.

‘서울형 작은 학교 모델학교’는 작은 학교에 교육과정 〮‧ 문화예술 ‧ 돌봄 프로그램 운영과 함께 교육환경 및 시설 개선 등 학교별 맟춤형 지원을 통해 학생과 학부모들이 선호하는 다양한 교육과정 및 특색 프로그램 운영을 활성화한다는 정책이다.

이로써 도심 공동화 및 지역사회 환경 때문에 교육 여건이 날로 악화되는 소규모학교를 통폐합하지 않고, 작은 학교의 특성화된 프로그램 지원과 교육환경을 개선하여 교육의 질 제고뿐만 아니라 학교가 지역사회를 선도하는 문화 중심 거점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기대한다. ‘작은 학교가 한국을 대표하는 교육으로 세계 앞에 우뚝 설 날이 반드시 올 것이다.’ 부디 소규모 학교 통폐합 정책을 작은 학교 살리는 정책으로 전환하기를 바란다.

소규모학교 통폐합을 획일적으로 안이하게 접근하면 부작용만 초래할 뿐이다. '작은 학교 기준'도 지역 실정에 맞게 재정립이 시급하다. 소규모학교 통폐합은 학생은 물론 지역 활성화를 기하며, 지역을 살리는 정책이어야 한다.

폐교(閉校)는 학교를 폐기하는 것이 아니라 잠시 문이 닫혀 있을 뿐 언젠가는 아이들이 학교로 돌아오고 다시 문이 열린다는 희망을 담아야 하겠다. 이렇듯 전국에 산재해 있는 소규모학교 문제는 작은 학교 살리기 활성화 관점에서 지역을 살리고 경제, 사회, 문화 등 다양한 측면을 고려하여 결정할 일이다.

정관영 / 공학박사, 우석대학교 겸임교수

저작권자 © 충북도정소식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