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 밝았다. 동이 트는 새벽녘에 집에 나와 사무실로 가는 길. 발걸음이 무겁다는 직장인들의 푸념이 느껴지는 아침이지만 난 그렇지 않았다. 아침이 온다는 것, 하루가 시작된다는 것, 그리고 내일이 기다려진다는 것. 회사에서 나쁜 일이 있어도, 혹은 회사에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해도 너무나도 즐겁고 행복했던 출근길, 8개월 간의 출근길을 되새기며 한번 글을 적어보려 한다.

어찌보면 짧을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길어보일 수도 있는 8개월, 난 계약직 인턴으로 작은 회사를 다녔다. 첫날의 시작인 설레임과 평생 아르바이트로 근근히 보내오던 내게 꿈만 같던 8개월 인턴. 인턴을 하기 위해 보았던 면접장에서 어찌나 떨었던지 나는 떨어질 거야 하며 커피숍에 가서 쓴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푸념을 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42:1 이라는 경쟁률을 뚫고 최종 인턴자 합격통지를 받고 멋드러진 정장을 입고 첫 출근하던 그 길, 그 풍경은 아직도 내 눈앞에 선하다. 겨울 냄새가 진하게 콧등을 스치며 후후 불면 나오는 새하얀 입김, 미어터지는 버스 안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함께 하루를 시작해야 한다는 설레임 반 그리고 앞으로 어떤 일이 진행될까 하는 두려움 반으로 집에서 버스로 40분 되던 나의 출근 길.

출근길 풍경은 계절을 반영하고 그 사람의 하루, 그리고 학생들의 학기를 반영하는 것 같았다. 밖에 보이는 가로수를 보며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을 보며 계절을 느끼고 늘 같은 시간에 타는 버스 안 사람들의 옷을 보면서도 계절이 어디쯤 바뀌고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었다. 어제는 즐거워 보이던 사람도 오늘은 피곤해 보였고, 한주의 마지막 날을 장식하는 불타는 금요일엔 모두가 너나 할 것 없이 활기차 보이기도 하였다.

내가 타고 다니는 출근길 버스 안에는 유독 많은 학생들도 있었다. 대학 노선과 겹치기도 했지만 중·고등학교 노선도 꽤 겹쳤기 때문이다. 학생이 많이 타는 날이면 아침 수업이 많은 날이구나, 학생들이 많이 타지 않는 날이면 한주의 시작이나 한주의 끝인 날이었다. 또 버스 안에서 자리를 잡고 앉아서 공부를 하거나 유난히 책가방이 두툼한 학생들이 많으면 시험기간이라는 것을 지레짐작 할 수 있는 척도이기도 했다. 그러면 “곧 방학시즌이구나...” 하며 붐비지 않은 버스를 생각하며 버텼던 것도 생각난다.

늘 타는 버스는 3~5분 느리거나 빠를 수 있기에 항상 여유있게 나왔다. 그래서 인턴 기간 내내 나는 성실한 인턴으로 늘 칭송받았다. 지각이란 있을 수 없었던 일이었기 때문이다. 9시 출근이었지만 언제나 사무실엔 8시 15분~20분 사이에 도착을 했다. 그렇게 여유롭게 일을 시작했기에 언제나 일처리는 빠르게 볼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생겼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니 정말 너무나도 편했기 때문일까.

사람들의 아침보다 나는 일찍 더 부지런하고 남들보다 일찍 더 하루를 시작하는 기분을 받았다. 그 말인즉 나의 출근길은 수많은 사람들을 보고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는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이다. 혼자만의 여유를 느끼며 지나가는 차창밖 풍경을 보고 사람들의 시작을 두눈으로 보며 내가 평소에 생각하지 못했던 생각을 하는 여유를 가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요즘 사람들은 자신의 시간을 가지기 위해 돈을 투자 한다는데... 나는 대중교통을 이용함으로써 하루의 40분이란 시간을 편하게 보냈던 것 같다.

그 무엇보다 가장 값진 시간은 출근길에 부모님과 함께 하는 시간들이었다. 가족 모두가 함께 집을 나와 함께 헤어지는 시간. 평소에는 몰랐던 부모님 출근길 두 어깨를 뒤에서 보며 8개월을 보내왔다. 내가 이제껏 자라오면서 부모님의 뒷모습을 가장 많이 보았던 날이 아니었나? 매일 한결같이 더운날, 추운날, 비바람이 몰아치는 날 할 것 없이 가정을 위해 일터로 나가시는 부모님과 함께 보내니 내심 죄송스럽고 더 열심히 잘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앞으로 나도 부모가 되면 두 어깨에 짊어질 내 가정을 생각하며 분발해야 겠다며 하루를 열심히 보내야겠다고 생각했던 출근길이 아니었나 싶다.

이 글을 쓰는 나는 인턴계약을 마치고 다시금 취업전선을 향해 도전장을 내고 있다. 부모님과 함께 했던 소중했던 출근길. 날마다 보는 풍경속 사람들과도 내심 인사하지 못한다는게 아쉽기만 하다. 짧은 휴가같은 느낌도 들고... 행복했던 출근길 속에서 나는 누구인가 생각하며 ‘지금 하는 이 출근이 나도 사회에 공헌하고 있다’라는 생각에 피로감도 잊은체 하루를 시작했던 시간을 그리며 나는 오늘 하루도 출근 아닌 출근을 하며 하루를 시작하고 있다.

아침 일찍 출근하시는 부모님께 감사하며 앞으로 나의 직장인의 된 모습을 상상하며 소중했던 8개월의 출근길을 생각하며 충북에 거주하고 있는 수많은 취업 준비생분들께 취업에 성공하여 행복한 출근길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 이 글을 적는다.

“모두 하반기 취업 대성하시길. 아자아자”

박현순 / 충청북도 SNS서포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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